하승진 은퇴 선언 “말년에 초라해질까 걱정…죄송한 마음→감사해” (전문)

입력 2019-05-14 16: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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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진 은퇴 선언 “말년에 초라해질까 걱정…죄송한 마음→감사해” (전문)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34·221㎝)이 은퇴를 선언했다.

하승진은 오늘(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거두절미하고 이제 은퇴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협상테이블에서 팀에서는 재 계약 의사가 없으니 자유계약 시장으로 나가보라고 힘들게 얘기를 꺼내줬다”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다른 팀으로 간다…보상선수도 걸려있고 금액적인 보상도 해줘야하는 나를 불러주는 팀이 있을까. 다름 팀으로 가더라도 적응을 잘할 수 있을까. 말년에 더 초라해지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하승진은 “이런 고민들을 해보니 전부 다 힘들 것 같았다. 아쉽지만 은퇴를 결정했다. 11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이 팀을 떠나자니 아쉬운 마음이 크다”면서 “신인 3년 차에 우승을 한 뒤 그 뒤로 우승과 거리가 멀어 마음의 짐이 꽤 무거웠다. 죄송한 마음이다. 팬들에게 KCC구단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KCC 이지스에서 몸과 마음, 열정을 불태웠던 선수’로 기억해 달라. 이제 넓은 세상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겠다”고 긴 글을 마무리했다.

2008년 KCC에서 데뷔한 하승진은 9시즌 동안 평균 11.6득점 8.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최근 국가대표 예비엔트리 24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으나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다음은 하승진 SNS글 전문.

2008년 KCC 이지스에 입단을 하고 11년째가 되었습니다.
항상 5월 6월이 되면 연봉협상에 자유계약에 1년 중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예민한 시기였던 것 같네요. 이번 2019년5월 FA 1차 협상 기간, 그 어느 때보다 가장 길게 느껴졌던 보름 같았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저는 이제 은퇴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협상테이블에서 팀에서는 재 계약 의사가없으니 자유계약 시장으로 나가보라고 힘들게 얘기를 꺼내주셨습니다.
아놔 이런...그 짧은 찰나의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다른 팀으로..? 보상선수도 걸려있고 금액적인 보상도 해줘야 하는 나를 불러주는 팀이 있을까..? 혹시 다른 팀에 가더라도 적응하고 잘할수 있을까..? 내가 KCC 유니폼말고 다른팀 유니폼을 입고 잘 할 수 있을까..? 말년에 이팀 저팀 떠돌다 더 초라해지는 거 아닌가..?

이런 고민들을 해보니 전부다 힘들 것 같더군요. 결국 아쉽지만 은퇴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11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희노애락을 함께해온 이 팀을 떠나자니 아쉬운 마음이 무척 큰 게 사실입니다.

신인 때, 3년차 때 우승을 하고 그 이후론 우승과 거리가 멀어 마음의 짐이 꽤나 무거웠습니다. 기다려주시고 응원해주신 사랑하는 팬여러분 구단관계자분들께 죄송한 마음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팬들에게도 KCC 구단에게도 넘치는사랑을 받았던것 같습니다. 불알 두쪽만 달고서 이 팀에 들어온 스물네살 청년이 11년 동안 이 팀에서 선수 생활 을하며 둘도 없이 사랑하는 한 여자의 남편이 되었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그 가족들과 함께할 든든한 울타리도 생겼구요.

이 팀에서 제가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할수있도록 도와주신 KCC구단과 팬여러분 덕분입니다. 이렇게 넘치는 사랑을 받았는데 보답해 드리지 못 해 진심으로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제 KCC 에서 좋은선수들도 영입하고 함께손발을 맞추던 기존의 선수들도성장하여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우승에 도전하는 KCC 가 되길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예전에 몇몇 기자분들께서 `나중에 은퇴하면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라는 질문을 두세번 정도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간단한 대답일 수도 있는데 전 한참 생각하다 대답이 안 떠오른다며 몇 년뒤에 은퇴하면 다시 물어봐달라고 했던적이 있습니다.

이제는 어떤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대답할수 있을것같네요.
‘KCC 이지스에서 몸과 마음, 열정을 불태웠던 선수’로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선수생활을하며 너무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것 같네요. 이제 주위를 좀 둘러보며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의 인생은 여기서 끝이아닙니다. 고작 인생의 3분의 1이 지나 간 것일 뿐.

이제부터 넓은 세상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겠습니다.동아닷컴 이슬비 기자 misty8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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