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 /사진=하승진 인스타그램
하승진 /사진=하승진 인스타그램
프로농구 역대 최장신 센터 하승진이 은퇴를 선언했다.

하승진은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2019년 5월 FA 1차 협상 기간, 그 어느 때보다 가장 길게 느껴졌던 보름 같았다"면서 "은퇴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팀이 협상 테이블에서 재계약 의사가 없으니 자유계약 시장으로 나가보라고 힘들게 얘기를 꺼냈다"며 "찰나의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보상선수도 걸려 있고 금액적인 보상도 해줘야 하는 나를 불러주는 팀이 있을까', '혹시 다른 팀에 가더라도 적응하고 잘할 수 있을까', '말년에 이팀 저팀 떠돌다 더 초라해지는 거 아닌가' 이런 고민들을 해보니 전부 다 힘들 것 같았다. 아쉽지만 은퇴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하승진은 "11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희노애락을 함께해 온 이 팀을 떠나자니 아쉬운 마음이 무척 큰 게 사실"이라며 "신인 때와 3년차 때 우승을 하고 그 이후론 우승과 거리가 멀어 마음의 짐이 꽤나 무거웠다. 기다려주시고 응원해주신 사랑하는 팬 여러분 구단 관계자 분들께 죄송한 마음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스물네살 청년이 11년 동안 이 팀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둘도 없이 사랑하는 한 여자의 남편이 됐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면서 "이 팀에서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KCC 구단과 팬 여러분 덕분이다. 이렇게 넘치는 사랑을 받았는데 보답해 드리지 못해 진심으로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승진은 "예전에 '나중에 은퇴하면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라는 질문을 두 세번 받은 적이 있다. 간단한 대답일 수도 있는데 한참 생각하다 대답이 안 떠오른다며 몇 년뒤에 은퇴하면 다시 물어봐달라고 했던 적이 있다"면서 "이제는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KCC이지스에서 몸과 마음, 열정을 불태웠던 선수"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선수 생활을 하며 너무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것 같다. 이제 주위를 좀 둘러보며 살아가도록 하겠다. 인생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고작 인생의 3분의 1이 지나간 것일뿐. 이제부터 넓은 세상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삼일상고를 졸업한 하승진은 연세대 1학년을 마친 후인 2004년 NBA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전체 46번으로 포틀랜드 트레이블레이저스에 지명됐다. 한국인 최초로 NBA 드래프트 지명선수로 이름을 남긴 그는 2시즌 동안 NBA 생활을 마친 뒤 2008년 국내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KCC에 입단했다.

하승진은 9시즌 동안 KCC에서 347경기에 나서 평균 11.6득점 8.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데뷔 해에 신인왕을 거머쥐었고, 이후 2010~2011시즌에는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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