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발언 일삼는 감스트에게 MBC는 '면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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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성희롱 논란 이전에도 욕설·장애인 비하 발언 등으로 물의
그럼에도 MBC 축구 국가대표 중계 등 방송 출연…연예대상 신인상 수상도
방송의 암묵적 '동의'…일종의 '면죄부'처럼 작용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2018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버라이어티 부문 남자 신인상을 수상한 BJ 감스트. (사진=방송화면 캡처)
인기 BJ 감스트가 성희롱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규제 사각지대의 한 가운데서 부적절한 발언을 이어온 감스트라는 BJ를 지상파로 끌어 올린 MBC는 어쩌면 그의 행동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면죄부'를 쥐여준 격이 됐다.

BJ 감스트는 지난 19일 새벽 BJ 외질혜, NS 남순과 함께 아프리카TV '나락즈' 생방송을 진행하던 도중 자위행위를 뜻하는 비속어를 언급하는 등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파문이 커지면서 감스트는 사과를 했고, 아프리카TV는 20일 미풍양속 위배와 부적절한 발언 사유를 들어 이들 세 명의 BJ에게 3일간 방송 정지 처분을 내렸다.

감스트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데는 대부분 이견이 없다.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는 시대라지만 감스트의 발언은 명백하게 표현의 규제를 넘어간 영역에 있다.

규제가 느슨한 인터넷 방송이라지만, 구독자가 137만 명에 달하는 인기 BJ, 특히 10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더군다나 지상파 방송에도 출연하고 있는 감스트의 차별과 혐오를 담은 발언은 여과 없이 발화돼 그의 영향력만큼 큰 파급력을 갖고 퍼져나가고 있다.

이처럼 차별과 혐오의 발언을 통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BJ에 대해 단 3일간의 방송 정지로 책임을 피해 가는 아프리카TV에 대한 비난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그렇다면 감스트를 지상파라는 더 큰 세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될 기회를 열어 준 데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MBC는 어떠한 책임도 없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게 된다.

감스트의 발언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15년 '피파온라인 3' 게임 방송에서 축구선수 김병지 카드를 뽑게 되자 "김병지 이XXX끼"라고 욕설을 해 김병지에게 직접 사과했다.

또 지난해 4월 아프리카TV 방송 중 감스트는 시청자에게 "너 정신병자야"라고 말해 장애인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발언으로 감스트는 아프리카TV 방송 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때까지 감스트는 축구 중계 전문 크리에이터로 유명한,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137만명에 달하는 인기 BJ 중 한 명이었다. 그런 감스트가 온라인상의 인기에 힘입어 지상파 방송에도 진출하며 영향력을 더욱 확대했다.

감스트는 지난해 2018 K리그 홍보대사를 맡는가 하면, 같은 해 열린 러시아 월드컵에서 MBC 홍보대사·디지털 해설 담당으로 활동하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도 디지털 해설위원으로 참여했다.

인기에 힘입어 감스트는 MBC 예능 '라디오 스타'와 '진짜사나이 300' 등에 출연했고, 그해 12월 '2018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버라이어티 부문 남자 신인상을 받았다.

감스트는 지난 3월에는 디지털 해설위원이 아닌 TV를 통해 정식으로 한국과 콜롬비아의 국가대표 축구 평가전에 해설위원으로 등장했다. 당시 감스트는 남미 대표팀 선수들의 억양을 희화화하는 것은 물론 "남미 팀은 시끄럽다"라고 발언해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인종차별 논란에도 감스트는 3월부터 지금까지 MBC '호구의 연애' 스핀오프 콘텐츠 '호구의 전당'을 진행하고 있다. 4월부터는 이주헌 MBC 축구 해설위원과 함께 '스포츠매거진'의 '핵 in 사커' 코너를 맡고 있다.

이번 감스트의 성희롱 발언은 물론 그 자체로도 심각한 사안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한 번쯤 짚어보고 고민해 볼 또 다른 지점이 존재한다. 이처럼 지상파에서 축구 중계를 하고, 다수 예능 프로그램에 한 번 혹은 고정으로 출연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매체로서 방송은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방송과는 달리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책임을 벗어난 행위에 대해 강하게 규제 받는 플랫폼이다. 방송은 인류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해 특정 인종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거나 조롱하는 내용을 다뤄선 안 된다. 방송은 정신적·신체적 차이 등을 조롱의 대상으로 취급해서도 안 된다. 공공재인 전파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콘텐츠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영향력이 크고, 이에 따른 책임과 의무 또한 큰 곳이 지상파다.

그렇기에 이번 감스트의 성희롱 발언으로 불거진 논란과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을 보며 지상파 방송사인 MBC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무법지대처럼 규제가 미치지 않는 곳에서, 책임에 대한 무게가 덜한 곳에서 욕설, 그리고 차별과 혐오의 언어를 구사해 온 BJ에게 지상파로의 기회를 열어준 MBC는 사실상 감스트에게 면죄부를 쥐여 준 셈이 됐다. 그런 MBC를 보며 시청자에게, 누리꾼에게도 "감스트의 행동에 눈 감아도 된다"는 암묵적 '동의'를 강요해 온 것은 아닌지 곱씹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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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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