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죽어야…" 세림이법서 제외된 통학차량사고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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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대체 언제 제대로 바뀌는 건지 모르겠어요.”

최근 인천 축구클럽 통학차량 사고로 숨진 유찬군의 어머니는 20일 오전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이가 한 명 죽을 때마다 누구 법, 누구 법 나오는데, 이런 법이 있으면 정말 효과가 있는 건지, 앞으로 아이들이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는 거냐”며 이렇게 한탄했다.

이 사고는 지난달 15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송도캠퍼스타운 아파트 앞 사거리에서 어린이 축구클럽 스타렉스 통학차량과 카니발 차량이 출동한 건으로 유찬군을 포함한 초등학생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당시 축구클럽 통학차량은 ‘세림이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 성인 보호자 동승, 탑승 아동에 대한 안전 확인 조치 등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됐다. 축구클럽은 학원이나 체육시설로 등록하지 않고 영업 가능해 운영 차량을 어린이 통학차량으로 신고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사고 이후 세림이법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단 여론이 일었지만 한달이 지나도록 정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미 2016년 같은 취지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긴 했지만 3년 가까이 지나도록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인천 축구클럽 통학차량 사고 피해자인 태호·유찬군 부모와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 관계자가 20일 오전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거리로 나선 태호·유찬군 부모

이날 사고로 숨진 태호·유찬군 부모는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과 함께 청와대에 면담요청서를 제출했다. 태호군 부모는 지난달 24일 사고 관련 정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을 게시했고 이날 오후 1시 기준 17만5000여명이 참여해 청와대 답변을 받을 수 있는 20만명까지 2만5000명 정도 참여가 남은 상태다. 청원 마감은 오는 23일이다.

태호군 부친인 김장회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의 아들 태호는 세상 편한 얼굴로 눈을 반쯤 뜬 채 누워있었다”며 “응급실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던 것 같다”며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아이들은 지금도 법의 사각지대에서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노란 폭탄’을 타고 다닌다”며 “유찬이와 태호와 같은 사고를 다시는 접하고 싶지 않다. 아이들이 타는 모든 셔틀버스는 같은 법, 동일한 관리규정 아래 두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인천 축구클럽 통학차량 사고 피해자인 태호·유찬군 부모와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 관계자가 20일 청와대에 면담 요청서를 제출하고 촬영을 하고 있다.
태호군 모친 이소현씨도 “우리 아이들이 다니던 축구클럽이 학원이나 교육기관이 아니었고 운동경기·레저용품판매점으로 업종 등록돼 운영돼 아무 법적규제가 없었다는 걸 저도 몰랐다”며 “이제는 정말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나라가 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유찬군 부친은 “사고 차량은 무보험이었고 20대가 운전했다. 사고 당일 태호와 유찬이가 앉은 자리엔 헤드레스트(머리받침)이 빠져 있었던 걸로 보인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축구클럽 대표에게 책임을 물을 순 없는 건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통학차량 정책 ‘이용자 중심’으로 변해야”

이들은 현행 어린이 통학차량 정책이 운영 업체의 법률상 업종과 무관하게 아동이 탑승하는 차량이라면 어린이 통학차량으로서의 신고 의무가 부과되는 식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하는 엄마들 소속 활동가인 진유경씨는 “이용자 중심으로 어린이 통학버스가 운영돼야 한다”며 “법률상 업종이 무엇이든 간에 신고 의무가 동일하게 부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대상 확대뿐 아니라 현행 정책 내 안전 규정 자체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들 입장이다. 현재 어린이 통학차량에 널리 쓰이고 있는 2점식 벨트(허리만 잡아주는 형태)가 아닌 3점식 벨트(어깨와 허리를 잡아주는 형태) 설치를 의무화하고 현행법상 운전자에만 이뤄지는 안전교육을 성인 동승자에도 강제해야 한다는 게 그 내용이다.

정치하는 엄마들 측은 “어린이 통학차량은 2점식 안전벨트가 안전장치의 전부”라며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2점식 벨트로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부모 차를 탈 때는 카시트를 사용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야 하는데 유독 학원차, 어린이집, 유치원 차를 탈 때는 2점식 벨트를 매도 합법인 상황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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