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비 안 냈으면 밥 먹지 마” 친구 앞서 공개망신 준 교감

송현숙 기자

서울 충암고 점심시간 식당 앞

학생들 막고 일일이 납부 확인

교육청 “소급 지원…교감 착각”

서울의 한 고교 교감이 급식비 미납자들을 한 명씩 불러 미납자들은 밥 먹지 말라고 전체 학생들 앞에서 망신을 주는 일이 발생했다. 피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수치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충암고 김모 교감이 임시 식당 앞 복도에서 점심 급식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던 3학년 학생들 앞에 나타났다. 김 교감은 급식비 미납자 현황이 적혀 있는 명단을 들고 한 명 한 명씩 3월분 급식비 납부 현황을 확인하고 식당으로 들여보냈다.


이 과정에서 김 교감은 전체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급식비를 못 낸 학생들 개인별로 몇 달 치가 밀렸는지 알려주며 “내일부터는 오지 말라”고 다그쳤다. 장기 미납 학생들에겐 언성을 높이며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주변 학생들에 따르면 김 교감은 “넌 1학년 때부터 몇 백만원을 안 냈어. 밥 먹지 마라” “꺼져라. 너 같은 애들 때문에 전체 애들이 피해 본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을 일일이 체크하는 데는 40분 정도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서울 충암고 본관 1층 임시 식당 앞 복도에서 김모 교감이 3학년 학생들을 막아선 채 일일이 3월 급식비 납부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 충암고 학생 제공

지난 2일 서울 충암고 본관 1층 임시 식당 앞 복도에서 김모 교감이 3학년 학생들을 막아선 채 일일이 3월 급식비 납부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 충암고 학생 제공

내일부터 오지 말라는 말을 들은 한 학생은 “처음에는 잘못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친구한테 물어보기까지 했다”며 “일단 식당엔 들어갔는데 친구들 앞에서 망신당한 것이 너무 창피하고 화가 나서 식사 중간에 그냥 나왔다”고 말했다.

이 학생의 어머니 ㄱ씨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아이에게서 ‘급식비 안 냈느냐’는 문자가 왔고, 카톡을 10여차례 주고받으면서 상황을 알게 됐다”며 “아무렇지 않은 척 아이를 겨우 다독이긴 했는데, 애가 ‘욱’하는 마음에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까 순간적으로 눈앞이 캄캄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1, 2학년 때도 급식비 지원 혜택을 받고 있던 터라 이런 일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다른 방법으로 알릴 수도 있었을 텐데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감싸주진 못할망정 전체 학생들 앞에서 망신을 준다는 것은 선생님이 할 행동이 아니라고 본다”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김 교감은 “급식은 먹되 급식비를 내고 먹으라고 체크해서 알려준 것이다. 담임선생님을 통해 미리 통보하기도 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복지 대상자는 4월 말이나 5월 초 확정돼 소급 정산되고, 지난해 지원 대상자들은 별도 신청 없이도 지원이 된다”며 “교감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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