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총선 차출론' 불지피는 與
여권에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사진)의 ‘총선 차출론’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야권에서 연일 ‘사퇴 촉구’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경질이 아니라 ‘총선 출마’로 출구 전략을 찾아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조 수석이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 후보로 차출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런 가능성에 대해 검토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 지도부가 조 수석 출마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민주당 또는 청와대에 있는 가용 가능한 자원들이,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기준을 가진 분들이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힘을 보탰다.

조 수석은 줄곧 청와대를 떠나면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그럼에도 여권에서 조 수석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부산·경남(PK)이 1년 남짓 남은 다음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기 때문이다. 조 수석은 보수 야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PK에서 ‘해볼 만한 카드’로 평가받는다. 부산이 고향인 그는 중구에 있는 혜광고를 졸업했다. 부산 중구영도구가 지역구인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상태여서 여야 모두 누구를 내보낼지 정치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 여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이 고향으로 내려가 출마하는 것은 무게감이 다르다”고 평했다. 일각에서는 교수 시절부터 ‘강남 좌파’를 대변하는 폴리페서(정치교수)로 분류돼 온 만큼 강남 출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15일 민주당 입당과 함께 경기 성남 중원에 출마 의사를 밝힌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조 수석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청와대 1기 수석들이 내년 총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들 알기에 때가 되면 결단을 내릴 것”이라며 “조 수석, 설마 저만 뛰게 하시지는 않겠죠. 이렇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도 “인사 검증 파문이 가라앉은 시점에 경질이 아니라 총선 출마 형태로 청와대를 떠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선거는 차출하는 게 아니다”며 “본인이 정치적인 의지를 갖고 정치를 하겠다고 하면 하는 것이지, 어디 사람을 차출해서 쓰나. 나도 정치를 오래 했지만, 차출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신중한 의견을 나타냈다. 여권 일각에서는 조 수석의 의지가 있다면 영입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