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 파는 기업" 비난 딛고 '국민음료'로 키워···유산균 국산화 연 '발효유 선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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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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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 별세]
건강사회 건설에 한평생 헌신
야쿠르트 아줌마 제도 도입도
향년 92세···회사장으로 진행

[서울경제] 국내 최초로 유산균 발효유 시장을 개척한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이 26일 오전7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1927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건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윤 회장은 1969년 한국야쿠르트를 설립해 50년간 기업을 이끌었다.

창업 당시 정부의 축산진흥정책으로 우유 생산량은 늘었지만 처리능력이 부족해 원유를 개천에 버리는 일이 허다했다. 윤 회장은 이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1969년 ‘건강사회 건설’이라는 창업이념 아래 일본야쿠르트의 기술을 도입했다. 1971년 6월 경기 안양에 국내 최초의 발효유 공장인 안양공장을 완공하고 국내 최초의 유산균 발효유 ‘야쿠르트’를 세상에 선보였다.

발효유에 대한 인식조차 없던 시절, 시작은 녹록지 않았다. “누가 균을 돈 주고 사 먹느냐. 한국야쿠르트는 균을 파는 기업이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제품 정식생산까지 두 달을 남기고 윤 회장은 제품과 한국야쿠르트 임직원을 모아 거리로 나갔다. 팸플릿을 들고 몸으로 뛰며 목이 터져라 발효유를 알렸다. 무료 시음회를 열어 소비자들이 발효유에 친숙해지도록 했고 과학적으로 유산균이 소화기관·피부미용·영양 등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알렸다. 6년 만인 1977년 하루 판매량이 100만병을 넘어서며 ‘국민 음료’로 등극했다. 야쿠르트 제품은 지금까지 490억병 이상 팔리며 한국야쿠르트가 현재 국내 발효유 시장 40%를 점유하는 데 역할을 톡톡히 했다.

◇“독창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승부하라”=윤 회장은 ‘미투’가 많은 식품 업계에서도 독보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야쿠르트 하면 바로 떠오르는 ‘야쿠르트 아줌마’ 제도도 “여성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윤 회장의 지시로 도입됐다. 1970년대 47명으로 시작한 야쿠르트 아줌마는 현재 1만1,000여명이 활동하며 한국야쿠르트의 소중한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고객과의 스킨십을 통해 한국야쿠르트 제품뿐 아니라 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에 큰 역할을 하며 방문판매 채널에서 아모레퍼시픽과 더불어 국내 ‘투톱’을 굳건히 지켜오고 있다. 2012년 이동형 전동카트인 ‘코코’ 도입으로 한층 기동력이 높아진 야쿠르트 아줌마(현 프레시 매니저)의 카트에는 이제 발효유뿐 아니라 커피·밀키트·마스크팩 등 한국야쿠르트가 추진하는 신사업이 속속 담기고 있다.

1976년 식품 업계 최초로 중앙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한국인 체질에 맞는 유산균을 찾아야 한다”는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이었다. 20년 집념 끝에 1995년 독자적인 자체 유산균 ‘비피더스 유산균 균주’ 개발에 성공했고 유산균 국산화 시대를 열었다. 2000년 출시된 고급 발효유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등 후속 히트작을 속속 내놓은 연구소에는 현재 80명의 전문인력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검소한 성품···어린이·청소년 교육사업에는 아낌없이=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뒤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겼던 윤 회장은 검소한 성품과 다르게 사회적 책임에는 누구보다도 적극적이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지원하는 사업에 아낌이 없었다. 양로원과 보육원 등 소외된 곳을 찾아 봉사했다. 창업 초기부터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사회봉사단 ‘사랑의 손길펴기회’에는 이러한 윤 회장의 뜻이 담겨 있다.

윤 회장은 장학재단을 설립하며 인재 육성에도 힘을 쏟았다. 2010년 12월 사재를 출연해 ‘우덕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윤 회장은 1988년 ‘국민훈장 모란장’, 2002년 ‘보건대상 공로상’, 2008년 한국경영인협회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상’ 등을 받기도 했다.

윤 회장의 마지막은 회사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은 28일이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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