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훈의 시사본부] “내가 본 요양원은 죽어야만 ‘퇴소’할 수 있는 수용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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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6.28. 오후 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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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내가 본 요양원은 수용소...같은 일상, 같은 머리, 같은 옷 노인 편의보다 효율 중시
-권: 8시간 동안 목욕, 빨래, 설거지, 청소, 기저귀 갈기, 음식 준비 앉을 새 없이 일해
-권: 요양보호사 10명 중 4명 근골격계 질환 겪을 정도로 육체적 노동 강도 강해
-권: 최저시급 받아, 한 달 126만 원 정도 다른 요양보호사가 편의점 알바 권유하기도
-권: 폭력적인 치매 노인 많아, 침도 뱉고 폭력도 행사하지만 CCTV 있어 감내할 수밖에
-권: 전체 요양기관 3.8%만 조사했는데, 부당착복액 152억... 전체는 어마어마할 것
-권: 지역 유지가 경영하는 경우 많은데, 가족을 유령 직원으로 등록해 착복하기도
-권: 국공립 시설은 1%...영리 추구하지 않는 국공립 시설이 더 늘어나야

■ 프로그램명 : 오태훈의 시사본부
■ 코너명 : 시사본부 초대석
■ 방송시간 : 6월 28일(금요일) 12:20~14:00 KBS 1라디오
■ 출연자 : 권지담 기자(한겨레)



▷ 오태훈 : <대한민국 요양보고서>라는 기사 보셨습니까? 지난달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내용인데요. 이 <대한민국 요양보고서>가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모두가 짐작은 하고 있는 곳 그리고 반드시 필요한 곳이지만 그 안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거기에서 종사하고 있는 분들은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고 어떤 어려움들을 직면하고 있는지. 정작 진실을 꺼내볼 기회도 없었고 용기도 없었던 바로 그곳, 요양원을 한 신문사 기자가 직접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 보호시설에 근무를 하면서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이 기사를 통해서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요. 한겨레신문 권지담 기자와 오늘 말씀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권지담 : 반갑습니다. 한겨레의 기자이자 요양보호사 권지담이라고 합니다.

▷ 오태훈 : 기자이자 요양보호사가 맞네요, 그러니까 진짜.

▶ 권지담 : 그렇습니다.

▷ 오태훈 : <대한민국 요양보고서> 이 보도 이후에 기사에 대한 반응이 참 뜨거웠는데 이렇게 반향이 있을 거라고 예상을 하셨어요?

▶ 권지담 : 아니요, 저는 사실 더 항의나 민원 전화가 많이 들어올 것이라는 예상을,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분들께서 더 열악한 환경이 있다, 이런 내용도 더 보도해 달라는 제보 메일이 많이 왔고요, 너무 감사하게도. 그리고 지난주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반부패협의회에서 요양보호사의 가혹한 노동 때문에 어르신들의 인권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그런 말도 해 주셔서 지금 생각보다 저도 얼떨떨할 만큼 많은 분들이 감사하게도 반응을 많이 해 주고 계십니다.

▷ 오태훈 : '요양원'이라고도 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단어로는 '요양병원' 이렇게 알고 있기도 하고. 이곳이 치료하는 곳일 수도 있고 아니면 보호하는 곳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작 나이가 많이 들었는데 갈 데가 없으면 이런 곳에 가서 방치되는 시기도 옛날에 있었기도 했고.

▶ 권지담 : 그렇죠.

▷ 오태훈 : 참 다중의 의미를 갖고 있는 장소가 바로 요양원이 아닐까 싶은데 어떤 곳을 가셨는지.

▶ 권지담 : 그런데 이게 좀 용어가 헷갈리실 수 있는데요. 그러니까 '요양병원'은 말 그대로 간호사나 의사가 24시간 상주하면서 언제든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그냥 일반 병원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고요. '요양원'은 간호사가 상주하지는 않고 그다음에 의사가 없기 때문에 의사가 처방 하에서 의료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한계가 좀 있고요. 여기서 생활하는 공간이라고 보시면 되고 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서 1등급부터 5등급까지 받으신 분들 중에서 1등급, 2등급, 좀 상태가 많이 안 좋으신 최중증 환자들이 들어가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오태훈 : 그런 곳이 요양원이고?

▶ 권지담 : 원입니다.

▷ 오태훈 : 한데 이곳에 의사는 안 계세요?

▶ 권지담 : 네, 촉탁의가 2주에 한 번씩 오기는 하는데요. 상주하지는 않기 때문에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직접 병원에 가야 하거나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서 간호사가 의료 서비스를 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 오태훈 : 그러면 이 요양원이라는 곳은 국가기관이에요? 아니면 사설기관인 거예요?

▶ 권지담 : 지금 국가기관도 있고 사설기관도 있는데요. 99%가 지금 사설기관입니다. 나머지 1% 정도가 국공립 시설입니다.

▷ 오태훈 : 그러면 대다수가 사설기관이라고 보면 되겠군요?

▶ 권지담 : 네, 그렇습니다.

▷ 오태훈 : 그러면 이곳에서 근무를 하기 위해서는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나요?

▶ 권지담 : 그렇습니다. 국가자격증인데요. 240시간의 실습과 이론을 거쳐서 요양보호사 시험을 봅니다. 국가시험인데요. 이걸 통과해야만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나오고요. 이 자격증이 있어야만 요양보호사로 근무할 수 있습니다.

▷ 오태훈 : 그러면 이 기획기사, 취재기사를 쓰기 위해서, 작성하기 위해서 권지담 기자가 그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거예요?

▶ 권지담 : 네, 그렇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추석 연휴였던 것 같은데요. 그때부터 학원에 다녀서 이것도 정부에서 지정된 교육기관에서만 또 수업을 들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240시간의 수업과 실습을 수료하고 시험에 다행히도 통과를 해서 합격해서 1월 말부터 2월까지.

▷ 오태훈 : 그 부분이 궁금증인데 우리가 기자가 어디 가서 한번 체험해 보겠다 그러면 자격증 안 따고 그냥 가거든요? 기관에다 이야기해서 제가 한번 체험해 보겠습니다라고 하는데 왜 자격증까지 따게 될 생각을 하셨어요?

▶ 권지담 : 저도 중간에 사실 좀 왜 이렇게까지 내가 했나. 이게 2008년도에 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생겼어요. 그러니까 사실 지금 딱 11년째가 됐는데 그동안 관련 기사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그런데 보통 말씀하신 것처럼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간접 체험이라든가 인터뷰를 통해서 보도하는 것에 그쳤었습니다. 그런데 요양원이 아시겠지만 보호자들도 제한 시간 안에 면허를 할 수 있을 만큼 감금되어 있고 폐쇄되어 있는 공간이라서 이게 정말 요양보호사가 되어서 들어가지 않으면 생생한 민낯을 보고 전달하기 어렵다. 그래서 직접 이거는 따서 들어가야만 이 내용을 파헤칠 수 있다고 제가 생각해서 자격증을 따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 오태훈 : 그런데 왜 이 요양원에 대해 관심을 가지신 거예요?

▶ 권지담 : 사실은 재가 요양, 방문 요양을 하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집에서 요양하는 서비스를 방문 요양이라고 하는데 70%가 지금 방문 요양이에요. 그러니까 요양원보다 훨씬 더 많은 분들이 이 서비스를 받고 있는데 집이라는 공간적인 부분 때문에 더 노출이 안 되고 더 문제가 심각합니다.

▷ 오태훈 : 자기 집에서 요양하시는 분들이?

▶ 권지담 : 네, 어르신들이 불러서 하루에 3시간 정도씩 서비스를 받는 건데 집 안에서 이루어지다 보니까 성추행 노출도 굉장히 심하고 가족의 허드렛일을 많이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사실은 노출도 언론에 보도가 거의 안 됐고요. 그런데 이 부분은 제가 취업을 시도했지만 며느리들이 제가 어리다는 이유로 너무 부담스러워하고 취업이 너무 안 되어서 그러면 요양원에 일단 해보자고 해서 요양원을 들어간 부분이 좀 있습니다.

▷ 오태훈 : 그러면 구체적으로 이 기사의 내용을 좀 들어가보겠습니다. <대한민국 요양보고서>가 총 3부, 8회에 걸쳐서 보도가 이루어졌습니다. 1부가 돌봄, 2부가 요양원 비리, 3부는 대안 이렇게 꾸며져 있는데 먼저 1부부터 돌봄에 대해서 좀 말씀을 나눠볼까 해요. 기자가 한 달 동안 지켜본 요양원은 사실상 수용소였다. 오직 죽어야만 퇴소할 수 있는 수용소. 한 달 동안의 경험을 좀 말씀해 주세요.

▶ 권지담 : 일단 수용소라는 개념이 많은 사람을 집단적으로 가두는 곳이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느꼈을 때 퇴소라는 글자가 칠판에 적히려면 사망하는 경우밖에는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얼마 전에 왜 뉴스에서 요양보호사들 청소할 때 투신자살했다는 요양원에서 기사가 나왔었는데 그 정도로 이분들은 묶여있거나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죽는 것 또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곳이 저는 요양원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누군가가 이분들을 데리고 외출하지 않으면 밖으로 나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리고 스케줄표가 칼같이 지켜지기 때문에 내가 배가 안 고파도 밥을 그 시간에 먹어야 하고 내가 목욕을 좀 빨리 하고 싶어도 그 시간까지 참아야 하고 기저귀도 일주일에 하루에 4번씩 정해진 시간에만 갈 수 있는 이런 점들이 내가 원하는 것을 못하고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수용소라는 개념을 썼고요. 그리고 편의, 어떤 어르신들의 편의보다는 효율에 방점을 두기 때문에 머리가 모두 남자든 여자든 짧게 커트고 옷도 똑같은 옷을 공용으로 입는다는 이런 점에서 개인의 자율성이 배제되어 있는. 그래서 제가 수용소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 오태훈 : 가기 전보다 현장에서 직접 보니까 더 심각해요?

▶ 권지담 : 네. 저는 사실 할아버지께서 요양병원에 계시다 돌아가셔서 어느 정도 묶어 계셨고 이런 부분들은 봤는데 요양원이라는 곳은 쉽게 누가 들여다볼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목욕도 일주일에 한 번밖에 못하고 내가 대변을 눠도 만약에 정해진 시간이 두세 시간 남으면 그때까지는 그 상태로 방지되어야 하는 이런 점들이 좀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 오태훈 : 그러면 그 요양소에서 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이 계시지 않습니까?

▶ 권지담 : 그렇습니다.

▷ 오태훈 : 그게 요양보호사인데 이분들의 근무 환경이나 행태는 어때요?

▶ 권지담 : 일단 제가 일했던 부천의 요양원은 주간, 야간 2교대가 돌아갔고요. 저는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주간 근무밖에 못했었는데 9시부터 6시까지 근무를 했어요. 그런데 쉬는시간이 점심시간 포함해서 1시간 정도였는데 그 8시간 동안 목욕, 빨래, 설거지, 청소, 기저귀 갈기, 음식 준비, 음식 도움 이런 모든 일들을 요양보호사들이 쉴 새 없이, 정말 앉을 새도 없이 이런 일을 하고 있고요. 그 쉬는시간마저도 계속 어르신들이 낙상하거나 배회할 수 있는 부분이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 오태훈 : 그렇죠, 그런 곳이죠.

▶ 권지담 : CCTV에는 눈을 항상 둬야 하고 소리가 나면 언제든지 뛰어가야 해서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그리고 어르신들을 휠체어에 태우고 목욕을 시키고 이런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힘과 체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10명 중 4명이 근골격계 질환을 겪을 정도로 정말 노동 강도가 육체적으로 굉장히 셉니다.

▷ 오태훈 : 청취자 박금화 님께서 저희 시어머님이 요양원에 계시는데 저도 답답한 부분이 많지만 어쩔 수 없이 참아요. 사정상 제가 모시지 못하니까요.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해주시는 요양보호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의견도 보내주셨는데 그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환자분이라든가 그곳에, 시설에 계시는 분들조차도 인권이라든가 자유라든가 이런 측면에서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 안타깝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요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요양보호사조차도 마음대로 쉬지도 못하고 제대로 된 휴식도 누릴 수 없으면서도 그 일을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 권지담 : 그리고 대부분이 50대 이상, 60대 중장년 여성이 일을 한다는 점도 있고요. 이렇게 요양보호사들의 처우는 노인들의 돌봄 서비스 질과 직접 연결이 되거든요. 내가 몸이 편안하고 좀 일할 맛이 나야 서비스의 질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그런 점에서 요양보호사의 처우가 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오태훈 : 그러니까 요양보호사께서 최적의 상황에서 아니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자신의 노동을 할 수 있다고 그러면 그곳에 계시는 분들도 편해지실 텐데.

▶ 권지담 : 그렇죠.

▷ 오태훈 : 그러면 근무 환경이라든가 아니면 월급 같은 건 괜찮아요?

▶ 권지담 : 월급이 저는 최저시급을 받았거든요. 8,350원씩 8시간. 그래서 한 126만 원 정도를 받았고 제가 2월에 설날 연휴에 3일 내내 일해서 그 3일 주휴수당은 10만 원 정도 이렇게 받았거든요. 그래서 수중에 들어온 게 140만 원 정도였는데 그래서 제가 일했을 때 다른 요양보호사 선생님들께서 딸 같으니까 아니, 차라리 편의점 알바를 해라. 생각해 보니까 최저시급이니까 똑같잖아요. 맨날 똥기저귀를 갈고 목욕시키고 너무 고된 노동을 하는 거에 비하면 최저시급은 너무 좀 저는 짜지 않나 이런 생각을 좀 해봅니다.

▷ 오태훈 : 월급 문제도 있겠습니다만 특히 노동에 대한 대가 측면 말고도 우리가 감정 노동이라고 이야기를 하잖아요.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을 꼽자면 어떤 걸 말씀하실까요?

▶ 권지담 : 하나 꼽기 좀 어려운데요.

▷ 오태훈 : 그러면 두 개. 좋아요.

▶ 권지담 : 일단 두 개를 제가 한번 꼽아보겠습니다. 치매 노인들이 대부분이시거든요. 그런데 치매 노인을 혹시 집에서 모시거나 좀 돌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욕을 하시거나 폭력적으로 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남자분들 중에는 힘이 갑자기 세지시는데 침을 맞는 일은 다반사였고요. 저도 직접 침을 맞았고.

▷ 오태훈 : 침을 뱉으세요?

▶ 권지담 : 이렇게 면도를 할 때 손이 묶여 있으니까 침을 뱉으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리고 꼬집거나 때리거나 폭력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CCTV가 달렸기 때문에 요양보호사들은 그거를 그냥 감내할 수밖에 없고요. 그리고 가장 심한 감정 노동은 이분들에게 시달리는 것도 있지만 가족들이 불시에 와서 우리 엄마 어디 기사 보니까 수면제 먹인다는데 여기도 그래요? 안 때려요? 학대해요? 다짜고짜 이제 그렇게 의심을 하시는 경우에는 정말 봉사와 사랑 정신으로 버티고 있는 요양보호사들 입장에서는 사기와 사명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그런 부분들인 것 같습니다.

▷ 오태훈 : 9100님, 기자님 요양보호사로 일하셨다니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요양원에 입원할 수 있는 예정자일 수 있습니다. 9987님, 수용소라는 말이 공감가며 가슴이 먹먹하네요. 저도 요양원 시설 둘러본 적이 있었는데 미래의 내 모습 같아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우리가 예전보다는 더 많이 오래 살게 되고 노년을 길게 영위해야 하는 입장에서 요양원이라는 곳이 그저 먼 곳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 권지담 : 그럼요.

▷ 오태훈 : 쾌적하게 가야 할 것 같고 또 거기서 일하시는 분들, 또 그곳에서 수용되어서 계시는 분들, 환자분들도 좀 쾌적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싶은데 나랏돈이 많이 들어가잖아요, 이 시설에.

▶ 권지담 : 그렇습니다.

▷ 오태훈 : 한데 지금 한겨레에서 뭐 권지담 기자뿐만 아니라 같이 취재했던 동료들이 조사해 보니까, 취재해 보니까 좀 누수가 많이 보인다고요?

▶ 권지담 : 지난해 836곳의 장기요양기관 현지조사 결과를 저희가 단독 입수해서 거의 8천 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보고서를 다 분석했는데 지난해에만 152억 원의 부당으로 착복한 금액이 이렇게나 많이 됐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정말. 그런데 이거는 전체 지난해 대상이었던 기관의 3.8%에 불과하거든요. 그러니까 전체 기관의 부당 착복액을 봤을 때는 152억이 3.8%면 전체는 어마어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오태훈 : 이런 예산이 주로 우리 건강보험이라든가 이런 쪽에서 예산이 들어가는 거 아닌가요?

▶ 권지담 : 그렇습니다. 장기요양보험기금이라고 해서 저희가 건강보험으로 내는 돈이 기금에 쌓이는 거거든요. 그거를 정부가 요양원은 80%, 재가 요양, 방문 요양은 75%를 정부 돈으로, 그러니까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지원을 하는데 지금 이렇게 부당하게 착복하거나 횡령, 비리하는 금액이 매우 많다는 겁니다.

▷ 오태훈 : 우리가 내는 세금이 요양시설이라든가 요양원에서 쓰이는 건 저는 환영해요. 다만 이게 제대로 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지금 꽤 있는 것 같고. 이거를 좀 감시하는 그런 기관이라든가 활동들은 잘 안 갖춰 있나 싶기도 한데.

▶ 권지담 : 그러니까 지금 보건복지부 산하의 건강보험관리공단이 현지 조사를 나가고 있는데요.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현지 조사하는 부분은 건강보험기금에 대한 조사만 할 수 있어서 부당 청구 금액만 조사를 할 수가 있어요. 그러니까 장부를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장부를 숨기거나 안 보여주거나 거부할 경우에는 그 안에 더 많은 누수 금액을 확인할 수 없는 그런 부분이 있고요. 주로 지금 이렇게 착복하는 경우가 족벌 경영 체제에서 일어나거든요.

▷ 오태훈 : 그래요?

▶ 권지담 : 그러니까 엄마가, 자기 아내가 요양 원장을 하고 남편이 사무국장을 하고 딸이 사회복지사를 하고 그 사위가 그다음에 요양보호사로 이렇게 이름을 등록해 놓고 실제로 일을 하지 않는. 그러니까 유령 직원이라고 하거든요. 그런 식으로 돈을 착복하는 형태가 일어나고요. 그다음에 횡령이나 비리 같은 회계장부를 보는 건 지자체가 감독하게끔 되어 있는데 지자체 인력이 너무 적은데다가 제가 실제로 현장에서 느꼈던 게 보통 요양원은 지역 유지분들이 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 오태훈 : 운영을요?

▶ 권지담 : 네, 왜냐하면 건물을 크게 지어야 하거나 좀 지역에서 아무래도 여유가 있으신 분들이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조사 나갈 때 유착이 좀 있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미리 하루나 이틀 전에 전화해서 우리 조사 나갈 거니까. 그러니까 미리 요양원 입장에서는 청소도 다 해놓고 장부도 싹 깨끗하게 치워놓거나 CCTV도 없앨 수가 있다는 거죠. 이런 부분들의 관리감독 체계가 2개로 분산되어 있는 점도 문제고 실제로 족벌 경영 체제 속에서 이거를 은폐할 수 있다는 점이 이런 줄줄 새는 금액을 막을 수 없는 문제의 원인입니다.

▷ 오태훈 : 지금 계속해서 많은 문자가 오고 있는데 요양원에서 폭행이나 학대 일어나고 일부러 묶어두는 경우도 있다는데 정말 그런가요라는 질문도 주신 분이 계시고 9921 쓰시는 분께서 젊은 기자분이 큰일 하셨네요. 덕분에 우리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알게 됐습니다. 개선책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8106번님, 어머니가 치매 앓고 계셔서 요양원에 계시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가서 제가 돌봐드리고 기저귀도 갈아드리는데 정말 쉽지 않습니다. 우리 요양보호사님들 정말 수고 많이 하십니다라는 의견도 보내주고 계시는데요. 그러면 좀 우리가 해결책을 제시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장 다녀오신 분으로서, 또 요양보호사로서 어떤 것들이 대안이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보세요?

▶ 권지담 :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는데요. 첫 번째로는 아까 말씀드렸지만 지금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공립 시설이 1%밖에 안 됩니다. 그래서 사실 정부가 모든 걸 관리하는 게 능사는 아니지만 적어도 민간요양기관에 이렇게 착복이 일어나는 이유가 영리 추구를 하기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적어도 국공립 시설은 공공성이 목적이기 때문에 돈을 착복하거나 이런 부분은 생기지 않아요. 그래서 투명하게 운영이 된다는 점에서 이 요양기금이 제대로 어르신과 요양보호사들을 위해서 쓰이기 때문에 국공립 시설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1%는 너무 적은 것 같고요.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지금 문자 주셨던 분들 보니까 좀 개선되는 것 같기는 한데 요양보호사들에 대해서 똥기저귀 가는 사람, 할 일 없으니까 하는 사람 이렇게 저임금 일자리를 중장년 여성이 하고 있다는 편견이.

▷ 오태훈 :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자리예요.

▶ 권지담 : 그런데 사실 그렇게가 좀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실제로 요양보호사분들 중에는 자기 일을 숨기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게 정말 꼭 필요한 일이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우리의 사회적 인식 개선이 가장 필요한 것 같고요. 그다음에 부당하게 착복되지만 않는다면 저는 우리가 기꺼이 세금도 좀 내서 잘 운영됐으면. 좀 더 국공립 시설도 늘어나고 여기 계시는 분들도 행복한 돌봄권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을 좀 해봅니다.

▷ 오태훈 : 이번 기회로 이후에 달라지는 모습들까지 후속 보도 좀 저희가 부탁드려도 될까요?

▶ 권지담 : 그럼요. 저희 지금 그렇지 않아도 계속 제보들이 들어오고 있어서 좀 저희가 계속 다룰 수 있는 데로는 열심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 오태훈 : 알겠습니다. 의미 있는 기획 기사라 저희가 모셔봤습니다. <대한민국 요양보고서>를 보도한 한겨레신문 권지담 기자와 말씀 나눴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권지담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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