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것은 -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Review
글 입력 2019.06.2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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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된다는 것은



1.

우선 책의 제목인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라는 문장은 읽어보니 책 100 페이지 "기억과 죽음" 편에서 온 거였다. 사실 제목에 끌려서 이 책을 선택한 거였는데, 저자는 죽음보다는 사람에 더 초점을 맞춘 거였더라. 그리고 곧바로 깨달았다. 아, 내가 죽는 건 둘째치고 죽고 난 다음 주변에서 일어날 반응이 더 중요하겠구나. 생각해보니 이것도 나름의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인 것 같다. 동물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우리나라 속담처럼.



죽음에 대하여 기억에 대하여 슬픔에 대하여 생각할 때마다, 나는 오래오래 살아 남아서, 당신들 곁을 끝까지 지켜내고 싶은 마음인데.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귀하게 지어준, 값진 의미 부여를 한 내이름 세 글자를 잘 쓰고 싶다. 이름대로 살아가지 못하더라도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좋은 사람이 되어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 105p 기억과 죽음



영화 <코코>를 보고 느낀 생각과 자신의 할아버지, 주변 사람들 이야기 등을 들으면서, 누군가를 영영 기억해준다는 마음이 얼마나 예쁘고 소중한지, 죽음을 떠나서 사람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가치있는지를 다시 상기 시켜준 글이었다.



2.

재밌게 읽었던 글 하나가 기억이 난다. 저자가 오랜만에 친구들과 맘껏 술을 마신 날에 대한 글인데, 여기서 (술 먹고 난 이후) "아, 물론 기억은 나지 않아요."라는 말이 정말 킬링 포인트다. 이불에다가 토를 하고 난 뒤 다음날 엄마에게 잔소리 들은 것을 얘기해주는 데, 나도 덩달아 웃음이 났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싶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옆에서는 가끔 어리광을 피우고 싶을 때가 있는 것 같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잔소리와 다시 만나게 되니 배시시 웃음부터 나왔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정말로요.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아직 나에게 잔소리 해줄 사람들이 사라있다는 것에, 내 곁에 있어준다는 것에 대해서요.


- 93p 오늘의 즐거움





타인의 삶



책에서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볼 수 있다. 우리가 외로움을 느끼고, 걱정하는 데에 사람은 그 사이를 촘촘히 메우고 있다. 즉 사람은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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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다혈질이고 날이 서있는 사람과 대화하려 하지 않는다. 얼굴에 그늘진 사람을 보면, 뭐가 불만이길래 맨날 저런 표정일까 생각한다. 확실히 사람이 한 번 싫어지면, 다시 친해지려고 하지 않았다. 그 사람에 무슨 일이 있었든, 왜 저렇게 행동을 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나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우리는 때때로 이해 없는 판단으로 이유를 요구한다. 하지만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기 위해선 여러 배경과 상황 그리고 갈등이 존재한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아픔과 슬픔 그리고 상처를 종합해보면 하나의 조각이 맞춰지고, 그사람이 이해된다.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왜 그랬어야만 했는지.


- 184p 이유



이 글을 보니, 한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다. 예전에 내가 정말 싫어했던 교수님이 계셨다. 학생들 발표하는 걸 보고 자잘한 것까지 꼬집고, 상처를 주시는 분이셨다. 내가 발표할 땐, 내용도 안 보고 발표하는 목소리부터 작다고 자존심 스크래치를 내셔서 화장실가서 울었던 기억이 나는데, 아무튼 정말 왜 그렇게 발표에 집착을 하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모든 사람이 당당하고 리더십 있을 수는 없는데, 그게 하나의 경쟁력이라며 계속해서 강요하셨다.


그러나 그 분께도 왜 그랬어야했는지의 이유가 있었다. 수업의 마지막 날, 교수님께서는 자신의 유학생활 이야기를 하셨다가 눈물을 보이셨다. 타국에서 혼자 공부 하면서 목에 칼을 댈만큼 힘들었던 경험들을 얘기해주셨고, 수업이 끝난 후 기분이 찜찜한 채로 집에 돌아갔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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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 사건 이후로 겉만 보고 사람을 미워하고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 대신 또 다른 습관이 생겼는데, 사람을 너무 알려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데,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사람을 분석하는 걸 좋아한다.


그다지 좋은 습관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나만의 도감(?) 을 만드는 일 같이 느껴져서 재밌기도 하다. 그리고 한때는 나와 비슷한 유형의 성격 소유자들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기도 했었다. 저 사람이 하는 말이 무슨 의도인지, 나는 알 것 같다. 이런 마인드랄까. 하지만 당연히 아니었다. 누가 사람 성격이 하나라고만 했던가.



많이 알수록 판단하기 쉬워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이 알수록 틀리게 될 확률 역시 가능성이 높다.


- 176p 판단



가까운 사람이 더 모른다, 라는 말이 있듯이 너무 안다고 자부하는 것도 좋지 않다. 참, 이렇게 보면 쉬운 게 하나도 없다. 결국은 죽기 직전까지, 그리고 죽고 나서까지도 사람이라는 건 계속 내 주변을 돌고 있겠구나 생각이 든다.




마무리



"글들의 결론이 왜 다 똑같은 것 같지?"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든 생각이었다. 우리는 행복해질 것이다, 마음을 편하게 먹자, 있는 그대로도 충분하다... 대부분 예상할 수 있게 글이 마무리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결국에는 뻔한 이야기였다.


아, 물론 절대 나쁜 게 아니다. 그저 취향의 차이일 뿐. 내가 자기 계발서 같은 책들을 읽지 않는 이유도 이와 비슷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뻔함. 아무튼, 그래서 책 중반부까지는 꾸준히 읽기가 힘들었다. 에세이 특성상 흡입력 있게 읽히지 않았고, 사실 기대한 만큼 이 책이 주는 위로가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저자의 이야기와 고민들이 곁들어지면서, 단순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이 결론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자신의 글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느껴지는 데, 그 마음을 생각해서라도 함부로 이 책을 평가하지는 말자고 다짐했다.



내 마음이 이토록 아프게 느껴졌던 이유는 내가 힘들어서 그랬던 게 아니었다. 억지로 생각을 강요 받았기 때문이었다.


- 116p 백 퍼센트



저자는 본인의 글에 대한 비난과 악플들을 접하고 난 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힘듦과 공감을 강요한 것이 아닐까 고민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역으로 저자는 글을 다르게 쓰는 걸 '강요' 받고 있던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조심스럽게 신중하게 글을 쓰고 고민하는 것도, 그로 인해 글이 유순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어떻게 보면 독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고 싶지 않아서 이기도 한 것 같다. 결국에는 "다 잘 될 거야." 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런 것이겠지.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쓰는 사람의 진심이다.

그리고 가끔은 그 뻔한 위로와 그 진심이

누군가에겐 크게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말을 의심하면서 의지해 가는 우리들에게는.




저 자 : 김상현

장 르 :  문학 > 에세이 (한국 에세이)

정 가 : 14,000원

쪽 수 : 198p

크기 : 111*184*12mm



-

<목차>


작가의말

실수
배려와 이기주의
가끔 이런 말들이 필요할 거예요
착함과 만만함
불안
그럴 만한 이유
느낌
비를 맞았다.
태도에 관하여
누가 뭐라 해도 나는 나로 살아가야 한다
personality
내가 원하는 삶
놓친 마음
봄비
주고받음
에어컨
표현에 관하여
다름을 이해하는 것
오늘의 즐거움
우린 우리만으로 충분하다
분홍빛 좌석
기억과 죽음
역사

휴식 백 퍼센트
당신만의 색깔로 살아가는 것
사람
예술가 말 한마디
마음과 말
모래 한 줌
내려놓음
일레븐 메디슨 파크
아무렴 행복이길
마음가짐
책임
달빛과 진심
잘 살고 싶은 마음
밑줄
힘을 빼는 연습
판단
나라는 사람
이유
아련한 글자
어쩔 수 없음
메이저와 마이너
행복



[김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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