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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이미테이션」은 단일 민족중심주의와 ‘짝퉁 문화’를 선호하는 한국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꼬집고 있다. ‘게리’라는 인물을 통해 혼혈, 백인, 동남아시아인 등 우리 안의 타자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이중적 시선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작가 | 전성태 (1969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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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 2008년 |
장르 | 현대소설 |
종류 | 단편소설 |
작품해설
「이미테이션」은 ‘게리’라는 인물을 통해 타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이중적 태도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게리’는 전형적인 한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혼혈아처럼 생긴 외모 때문에 사회적 차별을 당하는 인물이다.
소설의 제목인 ‘이미테이션’은 세 가지 층위로 해석된다. 첫째는 ‘게리 워커 존슨’이라는 타인의 삶을 흉내 내는 주인공의 삶의 방식이다. 또한 ‘이미테이션’은 기사 속 주인공인 ‘게리 워커 존슨’이 미국으로 건너가 선택하는 삶의 생존 방식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한인들을 상대로 ‘짝퉁 장사’를 하다 강제 출국을 당한 ‘게리 워커 존슨’의 삶은 그 자체로 ‘이미테이션’의 삶이었다. 마지막으로 ‘강남’으로 상징되는 자본주의적 욕망을 흉내 내려는 신도시의 주민들의 삶의 모습이다.
혼혈아가 아니지만 혼혈아 같은 외모 때문에 진짜 혼혈아 흉내를 내는 주인공의 삶. 그리고 ‘강남’으로 상징되는 자본주의적 욕망을 모방하는 신도시 주민들의 삶의 방식은 작품 속에서 ‘흉내 내기’로 규정된다.
「이미테이션」은 ‘단일민족주의’라는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의 폭력성과 함께 타인의 삶과 욕망을 흉내 내며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의 거짓 욕망의 비루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등장인물
게리 : 전형적인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외국인을 닮은 외모 때문에 어린 시절 ‘양키’, ‘트기’라고 불리며 차별을 받고 자란다. 차별을 견디다 못해 ‘게리’라는 ‘가짜 인생’을 살기로 마음먹는다.
원장 : 게리가 일하는 원어민 영어 학원의 원장. 전형적인 속물근성의 소유자.
작품 줄거리
‘게리’는 신도시 영어 학원에서 원어민 강사로 행세한다. 더 많은 학원생을 유치하기 위해 학원 원장과 ‘게리’는 연극 무대에서처럼 서로의 배역에 충실히 임한다.
‘게리’가 원어민 행세를 하는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받아왔던 차별 때문이었다. ‘게리’는 토종 한국이었지만 한국인 같지 않은 외모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심한 따돌림을 받아왔다. 노란 색 머리 때문에 염색을 한 것으로 오해를 받았던 ‘게리’는 국사 선생님으로부터 “왜 진작 혼혈아라고 말하지 않았느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
징병 검사를 받게 된 ‘게리’는 혼혈인 같은 자신의 외모를 이유로 군 면제를 받으려 하지만 서류상 한국인으로 인정받아 군 면제를 받지 못한다.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던 ‘게리’는 어느 날 잡지에서 ‘게리 워커 존슨’이라는 진짜 혼혈인의 기사를 읽게 된다. ‘게리’는 혼혈인 같은 외모를 가진 한국인이 아니라 진짜 혼혈인으로 살기로 마음먹는다.
신도시 학원에서 ‘짝퉁 원어민 강사’ 행세를 하는 ‘게리’는 거리에서 젊은 부부를 만난다. 한국인 남편과 필리핀 아내.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를 바라보며 ‘게리’는 “내기에 이긴 사람처럼 가슴이 뛴다.” 한국인 남편은 ‘게리’에게 사진을 찍어달라며 카메라를 내밀고 ‘게리’는 그들 가족의 사진을 찍어준다. ‘게리’는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며 이 도시가 마음에 든다고 중얼거린다. 그리고 훗날 자신처럼 정체성에 혼란을 겪게 될 아이에게 ‘게리 존슨’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다며 차별 없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작품 속의 명문장
“니 혼혈이라고 와 진작에 말 안 했노? 마. 니 겉은 아는 더 독심 묵고 잘해야 쓸거 아이가. 넘들보다 찐한 애국심을 갖고 사란 말이다. 민족은 핏속에 있는 기 아이라 이 가심에 있는 기라. 우리 민족은 원래가야 통이 큰 민족 아이가. 니가 똑바로 살믄 다 보듬아준다. 우리 민족은 사백사십구 번이나 침략을 받았으이 또 틈바구에서 태난 아이노코는 얼마나 많았겠노. 남으 새끼들을 다 받아서 결국에는 용광로맹이로 녹여낸 민족이 우리 아이가 오늘 니미와서 글캤다 맘 묵지 마라. 니한테 민족으 혼을 심어줬다, 이리 생각캐라. 자 힘내라, 짜석.”
국사 시간에 혼혈아로 오해를 받은 주인공에게 국사 선생님이 훈계를 하는 장면. 단일민족주의라는 ‘보편적 가치’의 허상성을 유머러스한 문체로 풍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