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문재인 정권 지지율이 의외로 낮은 건 잘못된 교육을 받아서가 아니라 맹목적이지 않고 이념에 치우지지 않는 실용적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들었는데도 이유조차 모호해진 탈원전에 집착해 원전 산업을 결딴 내고, 고용참사와 1분기 역성장 부메랑이 된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고집하고, 심모원려 없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졸속 정책 부작용은 혈세로 땜질하며 남 탓만 하고, 안하무인 귀족노조의 반칙을 수수방관해 법 위에 군림하는 괴물로 만들고 북한 주민을 노예화한 잔혹한 독재자 김정은의 비핵화쇼를 좌고우면하며 과도하게 눈치만 보는 행태가 정의롭지 않기 때문에 반기를 드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 2년 만에 원전 인프라는 쑥대밭이 됐다. 원자력공학과 학생들의 꿈은 짓밟혔다. 탈원전 약점이 잡혀 우리 기술로 건설해놓고도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정비 하도급업체로 전락한 게 탈원전 한국의 현주소다. 원전 생태계 붕괴로 머지않아 값비싼 원전부품을 중국에서 수입해다 써야 할지도 모른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수백조 원 규모 글로벌 원전시장을 공략해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고 나라경제를 살찌울 천금 같은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것은 국가적 자살행위다. 지난 60년간 원전 선진국 어깨너머로 눈칫밥 먹어가며 치열하게 배워 한국형 원전을 세계 최고로 키워냈는데 정당한 이유 없이 "이제 됐으니 그만하라"고 하면 누가 수긍하겠나. 탈원전에도 원전 수출은 하겠다는 앞뒤 안 맞는 허언도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나라 꼴을 우습게 만드는 몰염치다.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급속한 탈원전을 반대한다. 오죽 답답하면 탈원전을 국민투표에 부치라고 하겠나.
탈원전과 함께 2년 새 29.1%나 올린 최저임금 과속·획일적 근로시간 단축 등 너무 거칠고 무책임한 정책은 한국에서 기업하지 말라는 것이다. 융통성과 이성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앞뒤 다 꽉 막힌 교조주의적 정책 탓에 탈원전은 물론 기업들의 탈한국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다. 실제로 올 1분기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 규모는 통계 작성 후 사상 최대로 폭증했다. 설비투자는 IMF 외환위기 때만큼 최악이고 생산·소비·수출도 날개 없는 추락 중이다. 경제가 망가지는 속도가 5G급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사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이 같은 성적표를 받아든다면 주주들의 사임 압력에 시달릴 것이다. 그런데도 문 정권은 "한국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것" "경제위기는 언론 프레임"이라는 등 현실감각을 상실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물 다 빼고 노도 다 부러뜨려 놓고선 물 들어오니 노를 저으라는 식의 궤변이다. 세금으로 급조한 초단기 알바·노인 공공일자리로 노골적인 고용분식을 해놓고선 일자리가 개선됐다며 자화자찬하니 기가 막힌다.
5년 전 쿠바 취재 때다. 아바나 말레콘 해안도로를 따라 여유롭게 낚시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다. 그런데 나중에 가이드한테 들은 설명은 충격적이었다. 이들 대부분이 공무원이라는 것. 고용 100% 사회주의 국가다 보니 나라가 일자리를 주긴 하는데 채 10달러도 안되는 월급으로 살기 힘들어 출근 도장만 찍고 나와 물고기를 잡아 파는 투잡을 뛰고 있다는 거다. 가짜 일자리의 민낯이다. 정부가 지난 2년간 시가총액 13조원짜리 LG전자 같은 초우량기업을 4개나 만들 수 있는 54조원의 일자리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되레 일자리는 박살났다. 소주성을 아무리 미세 조정한들 성장정책이 될 수 없고, 탈원전을 에너지 전환 정책이라는 미사여구로 포장해도 원전 인프라 붕괴를 막을 수 없다.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지 않는다. 탈원전·소주성을 버려야 문 정권이 산다.
[박봉권 과학기술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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