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국무총리까지 나서 규제 완화와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좀처럼 성과가 나지 않는 가운데 정부 관계자와 정보기술(IT)·스타트업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기업들은 혁신을 위해 기존 이해관계자와의 사회적 갈등을 풀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반면 정부는 피해 계층을 외면하고 사회적 합의 과정 없이 혁신만 강조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22일 나온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은 이런 기류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최 위원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청년 맞춤형 전월세 대출 협약식'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질의응답 도중 "금융위 소관은 아니지만 최근 타다와 택시 업계 갈등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 위원장은 이어 이재웅 쏘카 대표를 겨냥해 "타다 대표자라는 분이 하시는 언행을 보면 피해를 보는 계층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를 다루는 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그 합의를 아직 이뤄내지 못했다고 해서 경제정책의 책임자를 향해 '혁신 의지 부족'을 운운하는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재웅 대표가) 택시 업계에 대해서도 상당히 거친 언사를 내뱉고 있는데, 이건 너무 이기적이고 무례한 언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이재웅 대표의 언사에 대해 "결국 '나는 달려가는데, 왜 못 따라오느냐'고 하는 거다. 상당히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재차 언급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최 위원장이 이처럼 발언한 이유로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금융위는 "혁신기업에서 일하는 분들은 각종 규제나 기존 산업 종사자를 방해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데, 최 위원장이 이 부분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재웅 대표의 잇단 정부 공격에 최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기재부 관계자들은 과거 이재웅 대표의 잇단 공격 발언이 나올 때마다 "이 대표의 발언들은 일종의 버즈(buzz·벌이 윙윙거리는 소리)라고 본다. 다소 감정적인 대응인 것 같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 위원장이 택시·타다 갈등을 둘러싸고 택시 업계의 표를 의식한 정부·여당의 시각을 대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비판의 당사자인 이재웅 대표는 최 위원장의 발언이 나온 직후 이날 페이스북에 "갑자기 이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 어찌 됐든 새겨듣겠습니다"란 글을 올렸다. IT와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최 위원장 발언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기업가의 비판에 '태도'를 문제 삼은 점, 국민 권익 증진을 위한 혁신에 미온적이었던 정부의 태도를 지적하는 성토였다.

'한글과컴퓨터' 창업주인 이찬진 포티스 대표는 이재웅 대표의 페이스북 발언에 "부총리님을 비판하면 '상당히 무례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거군요. 부총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최 위원장님께 뭐라고 말씀하실지 궁금하다"고 댓글로 언급했다. 김민석 스마트스터디 최고경영자(CEO)도 "이분(최 위원장)에게는 택시보다 많은 소비자(국민) 따위는 고려 대상이 아닌가 보다"고 비판했다.

이재웅 대표는 지난해 12월 구체적인 공유경제 진전을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밝히며 혁신성장본부 공동본부장직을 사임한 이후 차량·승차공유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 대표로서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향해 지난 2월과 4월 각각 "어느 나라 부총리인지 모르겠다" "지금 이렇게 혁신성장이 더딘 것은 부총리 본인 의지가 없어서일까?" 등 비판을 가했다. 이재웅 대표는 이달 들어 타다를 겨냥한 택시 업계 저항이 거세지자 "세금으로 1조원을 매년 지급하는데 택시 업계 종사자·국민 아무도 행복하지 않다" "죽음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돼" 등의 발언을 이어 갔다.

[김동은 기자 / 김태준 기자 /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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