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택시면허 사거나 빌려라"···국토부의 '타다 대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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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7.03. 오후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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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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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택시 기사들이 타다 서비스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 1]
"7월 중에 택시업계와 플랫폼(승차공유 서비스업체) 간 상생을 위한 종합 방안을 발표하겠다."

지난달 26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방송기자클럽초청 토론회에서 승차공유서비스인 '타다'와 택시업계 간 갈등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실제로 국토부는 상생종합방안을 거의 마무리하고 기획재정부 등 관계기관과 최종 협의 중인 것으로 2일 확인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택시업계-플랫폼 상생종합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여객운송사업 면허 총량제'를 신설한다는 것이다. 기존 택시에 승차공유서비스까지 포함해 승객운송 사업을 위한 면허의 총량을 정해서 관리한다는 얘기다.

현재 전국의 택시는 25만대가량이며, 타다는 약 1000대가량 운행 중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7월 중에 택시와 플랫폼 간 상생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국토교통부]

둘째는 미국에서 활용하고 있는 운송네트워크 사업자 면허인 'TNC( Transportation Network Company)'를 도입하는 것이다. 우버, 리프트 등 미국의 유명 공유서비스업체들도 이 면허를 갖고 있다.

면허 총량제, 택시면허 매입 또는 임대
미국에서 이 면허를 받으려면 보험계약 등 10여 가지 평가 항목을 통과해야 하며, 수입에서 일정 비율만큼 기여금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차공유서비스 업체의 설립과 운영 기준을 일정 수준으로 설정해 놓겠다는 취지다.

셋째는 플랫폼 사업자가 여객 운송 사업에 참여하려면 기존 개인택시 면허를 사들이거나 임대해야만 한다. 만일 100대의 차량으로 승차공유서비스를 한다고 하면 개인택시 면허 100대분을 매입하거나 빌려야만 한다는 의미다.
현재 1000대를 운영 중인 타다가 택시면허를 구입하려면 600~700억원 가량이 필요하다.[ 중앙포토]

100대분을 매입하려면 현재 시세를 적용할 경우 60~7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기재부 등과 협의 결과에 따라 내용에 약간의 변화는 있겠지만 큰 틀에선 현재 논의 중인 방안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경욱 국토부 2차관도 언론 기고를 통해 "첨단 기술을 활용한 수요응답형 택시영업에 대해서는 획기적으로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라며 "기존산업과 신규진입 사업자 간 형평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정당한 대가를 내고 택시 면허를 활용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객운송시장에 진입장벽 더 생겨"
하지만 이런 상생방안에 대한 전문가 평가는 대부분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여객운송시장에 또 하나의 진입장벽을 만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면허 구입 또는 임대를 위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필요한 데다 증차에도 제한을 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업성이나 확장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이런 상태로는 스타트업이 시장에 뛰어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또 "정부가 과감하게 개인택시 면허 일몰제 등을 시행해서 택시 시장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는 등 확실한 정책 의지를 보여야 하는데 이번 방안에서는 그런 면도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에만 6만 5000여의 택시가 있으며 이중 1만대 이상이 공급과잉으로 추정된다. [뉴스1]

강경우 한양대 건설교통학부 교수도 "지금 방안대로라면 이미 시장에 진입해있는 비교적 규모가 큰 스타트업은 대응책이 있겠지만, 앞으로 들어오려는 스타트업은 거의 진입이 안 될 것"이라며 "진입장벽만 하나 더 생긴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면허 총량제도 이미 택시가 공급과잉이어서 감차가 필요한 상태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 정부 방안대로 하면 택시 또는 택시 유사영업 차량이 전혀 줄지 않아서 공급초과 상태도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요금 올라 소비자만 불이익 볼 것"
상생방안 논의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소비자는 빠져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4차산업혁명교통연구본부장은 "TNC 면허와 총량제 도입 등은 정부로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상생방안에서 정작 소비자의 이익을 생각하는 내용이 거의 없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신 본부장은 "우버는 택시보다 저렴한 요금과 친절한 서비스로 경쟁력을 확보한 반면 우리는 승차공유서비스를 이용할 때 택시보다 비싼 요금을 내고 있는데, 정부 방안대로 시행될 경우 해당 업체들이 경영난 때문에 요금을 더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승차거부 없는 택시 웨이고 블루는 택시 요금 외에 추가로 호출비 3000원을 더 받는다. [중앙포토]

일정 규모로 증차가 이뤄지고 규제 개혁이 진행돼야 사업성이 있는데 여기에 제한이 걸리면 결국 요금 인상으로 부족분을 메울 수밖에 없을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가 민간영역에만 책임을 떠넘긴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김시곤 대한교통학회장(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은 "논의 중인 방안을 보면 택시와 승차공유서비스 사업자들이 알아서 정리하라고 하고 정부는 발을 빼는 모양새"라며 "꼭 필요한 감차 부분 역시 명확한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수집과 의견 수렴 더 해야"
김 회장은 또 "정부가 앞으로 승차공유 서비스 등 공유경제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하겠다는 신호를 대내외 투자자들에게 보내야 하는데 이번 방안에선 그런 의지를 알기도 어렵고, 오히려 진입을 막으려 한다는 오해를 받기 쉬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사이에서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 등 자금력이 있는 대규모 업체는 정부 방안을 긍정적으로 보지만, 그렇지 못한 소규모 스타트업들은 진입 장벽이 더 생겼다는 불만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강경우 교수는 "정부가 총선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대책을 서두르는 것 같다"며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승차 공유 관련 데이터 수집과 소비자 만족도 조사 등을 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보다 실효성 높은 방안을 도출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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