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졸업한 학생이 상담을 요청하며 찾아왔다. 똑똑하고 쾌활하며 예의도 발라 회사생활을 잘해 내리라 생각한 아이다. 그런데 아이는 어두운 표정으로 내 앞에 섰다. 여자 선배 때문에 죽고 싶다고 했다. “자꾸 악의적인 소문을 만들어 내요. ‘남자에게 꼬리치는 년’이라 소문내고, 제가 이직을 준비한다는 소문도 냈어요. 게다가 저를 좋게 보는 사람도 모두 ‘처벌’을 받아요. 그 사람에 대해서도 험담과 악의적인 소문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죠.” ‘귀 소문 말고 눈 소문 하라’는 속담이 있다. 실지로 보고 확인한 것이 아니면 말하지 말라는 뜻이다. 우리는 타인에 대해 얼마나 자주 오해하고, 거기서 비롯된 소문을 얼마나 쉽게 믿어 버리는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소문은 가장 강력한 대중의 미디어다. 소문은 놀라운 연쇄성과 확장성에 힘입어서 열 사람의 입만 거치면, 진실은 10% 미만으로 줄어든다. 세 사람만 우겨대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억울한 소문에 시달려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우선 침착하자. 험담과 소문을 즐기는 사람들의 심리를 들여다보면 분노에서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들은 실력은 없지만 주인공이 되고 싶고, 권위를 가지고 싶고, 세력을 이루기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그 심리의 근원에는 ‘자기보다 능력 있는 사람’에 대한 열등감과 시기심이 전제돼 있다.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보고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면 좋겠지만, 그것에 실패한 사람이 쉽게 세력을 이룰 수 있는 것이 ‘정보 세력’이다. 흔히 ‘소식통’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사람들의 흥밋거리가 될 만한 ‘소문’을 수집하고 각색해 사람들을 모은다. 또 질투 나는 대상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려 자기 입지를 세우는 것이 그들의 특기다. 누구에게나 칭찬에 인색하고, 무엇이든 은근히 헐뜯는다. 이들에게 귀를 내어주고 ‘그런 사람이었구나!’ 추임새를 넣어주는 사람들은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사실을 확인하고 정확한 판단을 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둘째는 ‘세력’을 가진 자에게 ‘사실 확인했어요?’라는 말을 했을 때 배척당하는 게 두려워서, 인간관계를 편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그의 말에 호응해 버리는 유형이다. 험담과 소문을 즐기는 사람들의 심리는 알고 보면 참 별 것 없다. 타인에 대한 시기심과 열등감 때문에 고통스러운 마음을 털어내고, 타인을 험담하고 악의적인 소문을 내면서 상대적으로 ‘내 가치’가 올라간 것처럼 잠시 자기 체면에 빠지는 것이다. 우리는 소문을 만드는 자와 전하는 자의 말을 들으며 그들의 말 속에 숨은 의도, 즉 행간을 읽어야 한다. 그래야 ‘같은 수준’의 사람으로 추락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억울한 소문의 주인공이 됐을 때는 침착해야 한다. 흥분해서 ‘사실’을 무기로 저항해 봤자 소문만 더 무성해지는 경우가 많다. 세상은 늘 오해할 준비가 돼 있으므로 ‘저토록 흥분하는 것은 소문이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오해할 여지를 제공한다. 무대응이 가장 좋은 방법이나, 소문의 악의성이 도를 넘어서서 사실 입증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전략을 잘 세운 뒤에 지혜로운 사람들에게 찾아가 자신이 세운 전략에 대한 조언을 구해야 한다. 그 다음에 대응하는 것이 ‘나를 보호’하는 방법이자 오해 많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다. 논어 <양화>편에 나오는 공자와 자공의 대화에도 답이 있다. 자공이 공자에게 묻는다. “군자도 미워함이 있습니까?” 공자는 말했다. “다른 사람의 나쁜 점을 말하는 자를 미워하고, 아래에 있으면서 윗사람을 헐뜯는 자를 미워하며, 용맹하기는 하되 예가 없는 사람을 미워하고, 과감하기만 하고 앞뒤가 꽉 막힌 자를 미워한다.” 공자는 자공을 향해 “너도 미워함이 있느냐”고 묻는다. 자공이 답했다. “살피는 것을 사람 아는 것으로 여기는 자를 미워하며, 겸손하지 않은 것을 용맹으로 여기는 자를 미워하며, 남의 비밀을 들추는 것을 곧음으로 여기는 자를 미워합니다.”(<논어로 논어를 풀다> 참조) 남을 헐뜯고 남의 비밀을 들추는 자, 그들은 용맹한 척하지만, 예의 없고 겸손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나도 그런 적이 많기에 깊이 반성하는 날이다. ‘문화치유 전문가’ 박상미는? ‘문화치유 전문가’로 불리는 박상미씨는 ‘더공감 마음학교’와 ㈜더 공감 커뮤니케이션의 대표이자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 저자다. 함께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그는 다양한 고민을 수집해(skima1@hanmail.net) 마음을 다해 함께 고민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