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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30일 23시 18분 등록
야채 가게 사장이, 양파 한망을 3만원에 가져왔다. 불과 며칠전까지 18,000원이었는데, 배倍 가깝게 뛰었다.현기증이 나면서, 다리에 힘이 빠진다.  배추 또한 7천원 했던 것이 지금은 15,000원까지 올랐다. 야채 사장은 자기 잘못인냥, 미안해한다. 양배추는 그나마 안정세다.  

외가 쪽은  외식업가家다. 어머니를 시작으로, 사촌형은 고깃집, 사촌누나는 순대국집, 먼 친척되는 누나는 신당동 떡볶이, 이번에 친척형이 명동에 떡볶이집을 오픈한다. 이 형은 본래, 산업디자이너다. 대기업 디자인실에 있다가 독립했다. 아이가 셋인데, 첫째는 대학생이고,  나머지 둘도 차례차례 대학생이 된다. 그다지 어려운 것은 아닌데, 지금 작업으론 불안한듯하다. 형수가 운영을 하고, 형은 작업을 계속하며 서포트하는 모양이 된다. 이상적인 수입구조다. 언젠가 말했듯이, 장사로 얻는 것은, 대박이라기 보다, 수익율 높은 수입이다. 조금 힘들었더라도, 직장을 다니는 상태에서 장사를 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요즘 생각한다. 기업이 신규 사업에 목말라하듯이, 1인 기업도 지금 사업외에, 새로운 사업을 구상해야 한다.

어머니는 20년전에 형에게 떡볶이 장사를  권했다. 한국에서 떡볶이란, 대중적인 음식이다. 당시 형은 '떡볶이라니'라며 가볍게 거절한다. 어머니는 외식업을 신당동 떡볶이 부터 시작했다. 떡볶이는 마진이 좋다. 특히나 가격이  변동되는 야채를 재료로 쓰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이다. 양배추나 밀가루는 오르긴 오르되, 감당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현재 떡볶이 장사를 하는 누나는 작년말부터 4억 가까운 융자를 얻어서 시작했다. 인수 받을 때는  그다지 매출이 좋지 않았는데, 바로 위층에 스티커 포토존이 생기면서 탄력 붙었다.  연말 특수도 있었지만, 불과 석달만에  융자 받은 돈의 1/4을 상환한다. 장사의 저력이다. 왜 많은 사람들이, 장사에 올인하는가? 샐러리맨이 로스쿨 가듯이, 장사로 인생을 전환할 수있다는 희망이 있다. 떡볶이는 누나에게 마지막 카드였다. 처음에는 매우 다급해보였는데, 지금은 어깨가 펴졌고, 여유가 생겼다.
 
또 한가지, 그 떡볶이집은 10년 전에 처음 어머니가 시작하셨고, 5년 하다가 친척 누나에게 넘겼고, 그 누나가 5년 장사하다가, 이번에 또 넘겼다. 공통점이 있는데, 한결같이 잘되었다. 왜 이 이야기를 하냐면, 지금 내가 있는 미아리는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곳이다. 2년 사이에 얼마나 많은 업소가 명멸했는 지 모르겠다. 잘되는 곳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 안 되는 집은 주인이 바뀌고 인테리어가 바뀌어도 역시, 안된다. 장사에서, '터'란 참 중요하다.
 
직장에서 나와서 방황할때, 아버지는 내게, '떡볶이를 우습게 보지말라'고 하셨다. 사실 난 떡볶이 번돈으로 자랐고, 공부도했다. 게다가 그 돈으로 장가도 가고, 내 분수에 맞지 않는 집에서 산다. 초등학교 때, 친구가 신당동에서 우리 엄마를 봤는데, 자기에게 호객행위를 했다고 한다. 낄낄거리며, '이리와' '이리와' 우리 엄마 흉내를 냈다. '개새끼'하며 속으로만 삭였다. 그 친구는 의사가 되었고, 벌이는 시원치않다. 그래도, 외식업은 하기가 싫다. 아버지는 장사만 하셔서, 장사 밖에 모른다고 생각했다.

형은 사업을 시작하기 전, 나를 앉혀놓고 이야기했다.
 
'생각이 많이 바꼈다'
 
난 말의 내용보다, 말에 묻은 어투와 분위기를 먼저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 형이 말한, '생각이 많이 바꼈다'에는 자기를 한번 무너뜨린 흔적이 있다. 조선 후기 몰락 양반도 비슷한 느낌 아니었을까? 의사, 변호사, 가수, 소설가, 영화감독, 배우, 디자이너, 닭집사장... 이들은 과거에는 끼리끼리 놀았다. 요즘은 매출에 따라 뭉친다.무엇을 파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파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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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3.31 01:17:24 *.36.210.230
오후~  좋은 걸!

맑은 이를 우습게 보지 마라! 라고도 생각되네.


갑자기 자로 아우님이 생각난다.

장사하며 선생님 소리 듣고 싶어서 책 쓰기에 몰두 했다고 한 적이 있었다. 첫 책이 나왔을 때 그는 무진장 기뻐했다.

학위도 따고 강연도 하고 사업도 확장시켜나가고 땅도 사고 집도 사고 가게도 장만하고 좋은 차를 타게 되면서 내가 그에게 느끼는 것은 단 한 가지다.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물질적 풍요는 마음의 여유를 준다. 그는 더욱 신사다워지고 부드러워지고 노여움보다는 웃음을 많이 발산하고 이해와 덕을 갖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돈이야 자기가 벌어 충족하겠지만 타인에게 제공되는 것은 품격이다. 보는 것만으로 흐믓하고 만족스럽다. 그의 지속적인 성공을 빌며.

아울러 맑은 닭대가리 사장의 무궁무진한 번영을 기원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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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3.31 01:59:58 *.129.207.200
덕분에 좋은 연극 보았습니다. 장사 시작한 이후로 한번도 못보았으니까, 2년만이네요.

그저께 뵜었는데, 또 보고 싶군요. 어쩌면 좋아.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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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12:39:01 *.106.7.10
'아, 나도 그랬구나'
떡볶이를 우습게 보지마라는 맑은님의 한마디는 우리의 마음을 찌르네요.

'무엇을 파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파는가다'

그래요. '무엇을 하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는가'입니다.
자기 일과 자기가 있는 곳을 '聖所' 로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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