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4마리가 최소 1320만원 정도였다면, 호랑이·표범·코끼리·코뿔소 등 동물원에 모인 수백~수천 마리 희귀 동물들의 재산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어림잡아도 수십억~수백억원 정도는 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동물원을 운영하는 기업의 회계장부를 뜯어보면 이런 예상은 빗나갑니다.
굳이 반영한다고 해도 말이나 사슴처럼 새끼를 한두 마리 정도만 낳으면 모를까, 매년 수백 마리씩 새끼를 칠 수 있는 햄스터나 셀 수 없이 많은 알을 낳는 곤충·물고기들의 경우에는 일일이 계산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같은 동물이라도 소비자에게 팔기 위해 키우는 닭이나 돼지·한우 등은 이를 키우는 회사의 '재고자산'입니다. 이들은 호랑이·사자처럼 동물원 입장료 수익을 벌어다 주진 않고, 양계장이나 우리에 잠시 보관됐다가 '고기'로 내다 팔리는 것이 존재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좀 슬프지요.
동물원 재무제표상 유형자산으로 기록된 동물들은 건물이나 기계와 똑같이 처음 취득한 가치를 향후 쓸 수 있는 기간으로 나눠 감가상각합니다. 값비싼 기계나 건물을 이를 취득한 해에 한꺼번에 비용으로 처리하게 되면 회사가 영업을 못 한 것처럼 보이는 회계정보 왜곡 현상을 막기 위해 일정 기간으로 비용을 나눠서 털어내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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