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예술 문화도 이젠 혁신교육의 쇼케이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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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치소식]서울형 혁신교육지구 사업 2기 돌입 上 알파고 시대 혁신교육 현장을 찾아서

14일 마포아트센터에 열린

꿈타래 예술 프로젝트 쇼케이스에

11개 초·중학교 교사 70명 참여

학교 실정에 맞는 작품 선택해

프로그램 통해 학생들 창의성 키워

알파고 시대, 학교는 닫힌 공간

지역 공동체가 선생님으로 나서

구로 혁신교육의 ‘작업장 학교’는

마을 자원을 교육 자원화한 예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야심 차게 추진해온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사업’이 지난해 사업 1기(2015~2018)를 마치고 올해 사업 2기(2019~2022)를 맞았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2기 종합계획안을 짜고 있다.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는 혁신교육지구 사업의 현황을 두 차례에 나눠 살펴본다. 편집자

지난 14일 마포아트센터 스튜디오3에서 펼쳐진 ‘2019 마포 꿈타래 예술프로그램 쇼케이스’에서 작곡가 박순영씨가 ‘소리야 놀자, 야호!’ 프로그램을 마포구 초·중등 교사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타닥타 탁다닥타, 탁다닥타 타닥탁’

지난 14일 마포아트센터 스튜디오3에서는 탭댄스 소리가 울려퍼졌다. 한국전쟁 당시 거제도 포로수용소 포로들의 탭댄스 이야기를 다룬 영화 <스윙 키즈>의 안무를 맡았던, ‘요노컴퍼니’ 멤버들의 탭댄스 솜씨였다. 정식 공연은 아니다. 요노컴퍼니 멤버들이 탭댄스를 춘 곳은 ‘2019 마포 꿈타래 예술프로젝트 쇼케이스’ 발표장이었다. 쇼케이스(시사회)에는 마포구의 11개 초·중학교 교사 등 70여 명의 관객이 요노컴퍼니가 준비한 예술 프로젝트 ‘드림하이 2’ 등의 발표를 지켜봤다.

안무가 고다희씨, 배우 양진규씨로 구성된 예술팀 ‘고양’이 ‘신체지도 그리기-바디맵’ 프로젝트를 프레젠테이션하고 있다.


이날 쇼케이스에는 요노컴퍼니뿐 아니라, ‘그리GO’ ‘컬쳐스테이지’ 등 홍대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예술팀 14개가 ‘신비한 괴물 극장’(미술+인형극), ‘우리 춤으로 만난 전래동화 탈꿈춤꿈’(전통예술) 등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모두 지난 5월 공모로 쇼케이스 참석이 확정된 프로그램이다.

이날 관객이 된 교사들은 공연을 본 뒤 이 가운데 학교 실정에 맞는 공연 한두 개를 골랐다. 이후 마포아트센터가 ‘주선’해 구체적인 조건을 맞추면 그 프로그램은 학교에서 수업할 수 있게 된다. 현장에서 만난 이희욱 교사(홍대부속여중)는 “평소 잘 보지 못했던 다양한 예술 분야 전문가들이 쇼케이스에 참여한 것 같다”며 “이런 프로그램들로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워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4회째인 ‘마포 꿈타래 예술 프로젝트 쇼케이스’는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사업이 만들어낸 새로운 풍경이다. 2014년 12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상생과 협력의 글로벌 교육혁신도시 서울’이라는 공동 비전을 선언하면서 본격화한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한마디로 ‘닫힌 학교교육을 넘어선, 열린 알파고 시대 교육’을 지향한다.

이날 ‘꿈타래 쇼케이스’에는 홍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모두 14개 예술팀이 참여했다.


학교교육은 1819년 프로이센에서 역사상 최초로 의무교육 제도를 시행한 이후 근대의 상징이었다.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제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빅데이터·인공지능(AI)·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대표되는 ‘알파고 시대’에선 학교가 오히려 ‘닫힌 공간’이 됐다. 학교는 여전히 읽고, 쓰고, 판단하는 데 필요한 기본 지식을 알려주지만, 알파고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은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학교가 문을 열고, 지역 공동체가 ‘선생님’이 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 지점이 바로 ‘마을 전체가 학교가 되고, 마을 주민 모두가 선생님이 되는’ 것을 지향하는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사업의 출발점이다.

‘마포 꿈타래 예술프로젝트 쇼케이스’는 이 가운데 ‘마을 주민 모두가 선생님이 되는’ 사례 중 하나다. 쇼케이스 진행 실무를 맡은 진현희 마포문화재단 문화교육팀 팀장은 “꿈타래 예술 프로젝트의 목표는 홍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문화예술 자원을 어린이·청소년 교육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학생·학부모·교사·지역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했다”고 말한다.

한때 클럽 문화 등 홍대 문화를 학생들로부터 차단하려고 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혁신교육지구 사업에서 ‘문화예술자원’을 다루는 시각이 얼마나 크게 바뀌었나 실감할 수 있다. 마포 지역 혁신교육지구 사업 담당자인 이혜영 서울시 서부교육지원청 교육협력복지과장은 “처음에는 쇼케이스에 소개된 예술 프로젝트가 방과후나 방학 중 활동에 많이 활용됐으나, 지금은 정규 수업으로 활용하겠다는 학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마포만이 아니다. ‘마을 자원을 교육 자원화’하는 움직임은 서울시 25개 혁신교육지구 곳곳에서 일어난다. 구로 혁신교육지구의 ‘작업장 학교’도 마을 자원을 효율적으로 교육 자원화한 사례다. 구로 혁신교육지구에서는 올해 초등학교 23개교와 중학교 9개교에서 12개 마을 콘텐츠를 결합한 교육을 하고 있다. 초콜릿을 디자인하는 쇼콜라티에나 가죽공예사 등이 학교의 과학실·가사실에서 초콜릿 디자인이나 가죽 지갑 만들기 수업을 한다.

서울시교육청 참여협력담당관실의 조대진 장학사는 작업장 학교에 대해 “콘텐츠를 가진 지역 분들이 재료를 챙기고 직접 강사가 돼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해주는 것”이라며 “학교 자체적으로 이런 것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데 지역 사람들이 참여해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을 주민들이 선생님이 되는 사례’와 함께 ‘마을 전체가 학교가 되는’ 사례도 늘어난다. 이는 각종 마을 탐방과 체험 프로그램의 형태로 진행된다. 동대문 혁신교육지구에서 진행하는 ‘우리 고장 체험 활동’도 그중 하나다.

선농단의 유래를 듣고 있는 용두초등학교 학생들


지난 14일 오전 동대문구 제기동에 있는 선농단역사문화관은 ‘우리 고장 체험 활동’을 위해 방문한 용두초등학교 3학년 2반 학생 20여 명으로 붐볐다. 학생들은 이날 마을해설사의 해설로 선농단이 ‘조선 시대에 왕이 직접 제사를 주도했던 풍년 기원 제단’이었다는 사실을 배우고, 한복 입기 체험도 했다.

학생들은 이어 신설동에 있는 우산각어린이공원을 방문해 세종 때 우의정을 지낸 하정 류관의 유적도 둘러봤다. 하정 류관은 조선 초 황희·맹사성과 함께 3대 청백리로 존경받은 인물이다. 아이들은 공원 한켠에 놓인 ‘청백리 명예의 벽’ 앞에서 청렴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도 가졌다. ‘명예의 벽’은 서울시가 2009년부터 시상하는 ‘서울시 하정 청백리상’ 수상자들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한 조형물이다.

학생들을 인솔하고 체험 활동에 참여한 강소연 3학년 2반 담임교사는 “3학년 사회 과목과 연계해 체험 활동을 하고 있다”며 “교실에서 벗어나 야외로 나온데다 우리 마을을 좀더 깊이 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돼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동대문 혁신교육지구에서는 이런 긍정적 반응에 따라, 올 하반기에는 ‘우리 고장 체험 활동’ 참여자를 초등학교 3학년뿐 아니라 초등학교 4·5·6학년과 중학교 1학년까지로 넓힐 계획이다.

한복 입기 체험 중인 용두초등학교 학생들.


프로그램에 대한 이런 긍정적 평가에는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서울시교육청이나 서울시·자치구 등이 관 주도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민-관-학 거버넌스에 의해 결정한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황상준 동대문구청 교육진흥과 교육기획팀장은 “이전에는 체험 활동 등이 자치구 따로, 서울시 따로, 교육청 따로, 민간 따로 진행됐다”며 “혁신교육지구 사업으로 민-관-학 거버넌스가 잘 갖춰져 의견 수렴도 잘되고 중복 없이 진행되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 거버넌스의 핵심에는 혁신교육지구마다 설치·운영되는 ‘실무협의회’가 있다. 황 팀장은 “실무협의회에는 구청과 교육청의 공무원, 마을 교사, 학교 교사, 학부모, 청소년 등이 직접 참여한다”며 “각 부문을 대표해 참석하기 때문에 난상토의를 벌일 때도 있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 거버넌스 참여자의 의견들을 모두 모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무위원회에서 마련된 안은 다시 자치구와 교육지원청 간부, 시의원, 구의원,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 등으로 구성된 운영협의회의 승인을 받아 집행된다. 이 과정을 거쳐 혁신교육지구마다 연간 30개 안팎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조대진 장학사는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사업에서 이런 과정을 거쳐 프로그램을 확정하는 데 대해 “지역 교육력을 활용해서 학교 교육력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 교육력으로 바다·산·공원 등 ‘자연환경’과 마을 사람들이 가진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인문 환경’을 꼽았다.

조 장학사는 “디지털 기술혁명 시대의 앎이란 기존과 달리 단선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이런 지역 교육력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더 많은 체험을 하게 함으로써, 배움에 대해서나 삶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이렇게 ‘학교를 넘어선 더 큰 학교’를 통해 아이들의 미래 적응력을 높여가고 있다.

글·사진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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