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면의 장르문학 산책

[조성면의 장르문학 산책·52]한국추리소설의 별, 김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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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아인 김내성(1909~1957). 그는 한국추리소설계의 큰 별이었다. 평남 대동군 월내리에서 중소지주 아들로 태어나 평양고보를 거쳐 와세다 대학 독법학과를 졸업했다.

학창시절 변호사 공부는 뒷전이었고, 문학과 추리소설에 빠져 지내다 일본에서 덜컥 추리소설가로 데뷔했다. '마인'(1939)·'청춘극장'(1952)·'쌍무지개 뜨는 언덕'(1956)·'실낙원의 별'(1957) 등 탁월한 대중성을 이룩했다.

그의 스타성은 탐정소설 전문잡지 '프로필'에 '타원형의 거울'(1935)을 발표하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타원형의 거울'은 기발한 트릭과 절묘한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추리소설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일본에서 일본어로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많은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타원형의 거울'은 후일 '살인 예술가'란 이름으로 잡지 '조광'(1938.3~5)에 한국어로 번역, 발표된다. 김내성의 추리소설은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등 탄압과 유혈로 점철된 암흑기 식민지 조선의 독자들을 위한 작은 탈출구였고, 위안의 문학이었다.

장편 '마인'을 포함, 일본어 소설 '탐정소설가의 살인'(1935)을 개작한 '가상범인'(1937)·'백가면'(1938)·'태풍'(1944) 등이 이 시기에 발표된 주요 작품들이다.

'마인'은 비서구 지역 탐정소설의 특징과 한계를 대변한다. 유불란이 총독부 경무국의 의뢰(허락)를 받아 조사에 착수하는 것이라든지 1930년대 식민지 경성에서 생일 파티를 겸한 가장무도회가 열리며 자동차 추격 같은 비현실적 장면들이 그러하다.

살인사건과 수사는 대도시 경성에서 진행되나 정작 사건의 해결은 '전설의 고향'의 로케이션 장소로 어울릴법한 오지의 촌락에서 이루어지는 부조화가 작품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것이 또한 그러하다.

나아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품에 작가가 개입하여 상황을 설명하는 '주석적 시점'이나 과도한 영탄법의 남발은 비서구 탐정소설의 미성숙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그럼에도 '마인'의 정교한 스토리라인과 1인 2역, 3역의 트릭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서사구성은 식민지 조선 문학의 외연을 넓히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성과로 평가할 수 있겠다.

김내성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은 와세다 대학 동문 선배이자 일본 추리소설의 대부인 에도가와 란포(1894~1965)이다. 이들의 교류는 1957년 김내성이 타계할 때까지 계속됐다.

고가 사부로(1893~1945)는 정신병리학이나 변태심리에 기초한 변격탐정소설을 배격하고 퍼즐 풀이와 미스터리 해결에 치중하는 본격탐정소설을 고수했는데, 김내성은 에도가와 란포처럼 본격과 변격을 오가며 작품을 썼다.

탐정예술론을 주창했던 기기 다카타로(1897~1969)와 불건전파·변격파로 평가받는 고사카이 후보쿠(1890~1929)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김내성은 한국추리소설의 개척자이며, 걸출한 스토리텔러였다.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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