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증시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주요 이유가 뭘까? 많은 사람들은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인상 기조에서 인하 기조로 다시 선회하고 있다고 믿는다.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가 소비자와 기업의 차입 비용을 낮춤으로써 소비를 촉진시키고 역사상 가장 긴 강세 시장을 더 연장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그건 확실치 않다고 경고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1995년과 1998년에는 연준이 금리 인상에서 인하로 전환했을 때 주가가 반등했으나 2001년과 2007년에는 비슷한 상황에서 주가는 수년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유가에서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은 경제 전망이 좋아지면 유가가 상승한다고 생각하지만,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로 금리를 인하 이후 원유는 위 두 차례에서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2019년이 하반기를 시작하면서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은 연준이 이달 말 통화정책회의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연준이 금리를 내린다면, 통화완화 정책을 펴기 시작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첫 금리 인하가 된다. 연준은 2015년 12월 이후 9차례 금리를 올렸지만 여전히 금융 위기 이전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

물론 연준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다른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융위기 이후 도입한 정책들에서 한 발씩 물러나기 시작한 직후 다시 통화완화정책으로 이동하고 있는 시점에서 나타나고 있다. 금리인하에 대한 확신은 지난 주 S&P 500과 다우산업지수가 새로운 최고치를 경신하게 했다. 미국과 유렵의 주가지수는 올들어 15%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경제가 현저하게 둔화되거나 경기 침체로 진입할 경우 금리 인하가 주식과 기타 위험한 투자를 구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투자은행 스티펠 니콜라우스(Stifel Nicolau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린제이 피그자는 "경제 회복이재정정책과 통화정책에 의해 영구적으로 뒷받침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이 퍼져 있다"며 "정책의 효과가 무한정으로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경제 상황은 1990년대 시장이 촉발한 경기 침체와 2007년에 주택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 중 어느 쪽과 닮았을까?

일부 투자자들은 현재의 상황이 연준이 통화완화정책을 펼치면서 경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았던 1995년과 1998년의 금리인하 상황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실업률은 현재 거의 50년 만에 최저 수준에 육박하고 있으며, 분석가들은 경제 성장이 1분기 연율 3.1%에서 둔화되긴 하겠지만 여전히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5일 발표된 일자리 보고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남에 따라 투자자들은 이번 주에 연준의 지난 회의록과 소비자물가 수치를 분석해 미국의 성장 궤적을 가늠할 예정이다.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강한 안정세를 보이자 애널리스트들은 연준이 이달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모습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반기 의회 증언도 이번 주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다.

투자자들을 (금리인상에) 낙관적으로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은 금리가 여전히 역사적 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S&P 500이 1997년 이후 최고의 상반기를 보냈지만, 애널리스트들도 금리인하의 효과를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저울질하고 있다. 이달 말 연준의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최근 몇 주 동안 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1995년에도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S&P 500은 급반등하며 계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1998년 금리인하 이전에는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ong-Term Capital Management)의 몰락이 금융시스템을 거의 붕괴시키면서 주식시장이 급락했다. 다행히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장은 안정세를 되찾았다.

2001년에는 기술주 거품이 터지면서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를 앞두고도 주가가 하락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현재의 보호주의 무역정책이 과거의 금리 주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경제 전망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 노스웨스턴대, 스탠퍼드대, 시카고대 교수들이 작성한 전 세계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표는 지난달 사상 최고치에 육박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미중 무역 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기업 투자와소비지출이 회복될 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한다. 최근의 낙관론이 주식 상승을 부추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웰스파고 투자연구소(Wells Fargo Investment Institute)의 폴 크리스토퍼 글로벌 시장전략 책임자는 "그동안의 주식시장 상승이 너무 지나쳤다"며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도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있어 돈을 빌리지 않는다면, 그 많은 돈들은 결국 은행 안에 머물러 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0년 동안 지속된 경제 확장이 조만간 끝날 수 있다는 경고의 한 가지 징후는, 장기채권 수익률과 단기채권 수익률의 차이를 나타내는 이른 바 수익률 곡선이 올해 초부터 역전되었다는 것이다. 수익률 곡선의 역전은 과거 몇 번의 경기 침체 이전에 나타난 적이 있다.

연준의 금리인하 전에 투자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논쟁도 있다. 토론토의  자금관리회사 글러스킨 셰프 앤 어소시에이츠(Gluskin Sheff & Associates)가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다가 다시 금리 인하로 전환했던 과거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S&P 500은 각 주기의 마지막 금리 인하 후 1년 평균 2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식 수익률과 10년 만기 재무부 채권 수익률 간의 격차도 처음 금리를 인하했을 때보다 각 주기의 마지막 금리 인하 이후에 훨씬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 회사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첫 번째 금리 인하 이후 시장에 뛰어들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며 "역사적으로 보면 마지막 금리 인하 이후 1년 동안 증시는 큰 차별화를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