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23사단… 이번엔 소속 장병 극단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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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7.09. 오후 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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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복귀 하루 전 극단 선택 / 유서엔 신변 비관 내용 담겨 / 軍 “최근 업무 미숙으로 질책 / 목선사건때 근무 안해 연관없어” / “심리적으로 취약한 관심병사 / 부대 여론 뭇매 압박” 의견도

북한 목선의 속초항 입항 사건과 관련해 경계실패 논란을 빚었던 육군 23사단의 해안소초에서 근무했던 장병이 한강에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개인 신상과 관련돼 배려병사(옛 관심병사)로 분류됐던 이 장병은 소초 간부에게 업무미숙 등으로 2개월 가까이 심한 질책을 당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군 당국은 목선 사건과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고 우선 선을 그으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9일 육군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8시35분쯤 서울 원효대교를 지나던 행인이 누군가가 다리 위에 휴대폰과 가방 등 소지품을 가지런히 놓아둔 것을 보고 112에 신고했다. 이후 출동한 구조대는 물에 빠져 의식을 잃은 A(21) 일병을 구조해 심폐소생술을 하며 인근 병원으로 후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A일병은 휴대폰 메모장에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의 유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휴가 중이었던 그는 부대 복귀를 하루 앞두고 있었다.
A일병은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입항한 지난달 15일 해당 지역의 해안경계를 담당하던 육군 23사단 소초에서 근무했다. A일병은 목선이 들어온 오전 시간이 아닌 오후에 근무했으며, 상황 기록과 전파 임무를 맡는 상황병으로 근무했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목선 사건과는 관련이 없으며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조사나 사단 자체 조사 대상도 아니었다는 게 군 당국의 추가 설명이다.

육군 관계자는 “A일병이 지난달 15일 오후 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근무에 투입됐기 때문에 목선 사건과는 무관해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며 “합동조사단 조사(6월24일) 당시엔 휴가를 갔다”고 말했다. 군에 따르면 A일병은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연가 및 위로휴가를, 이달 1일부터 9일까지는 정기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조사 결과 A일병은 지난 4월 해당 소초에 투입되면서 소초의 간부로부터 업무가 미숙하다며 질책을 들어온 것으로 조사됐다”며 “폭언이나 폭행, 가혹행위 등이 있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A일병이 남긴 유서에는 해당 간부에 대한 이름이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으며, 목선 사건과 관련한 내용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일병이 목선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사건 이후 해당부대가 여론을 뭇매를 맞고,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내부의 침체된 분위기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승원 덕성여대 교수(심리학)는 “불안이라는 감정이 상당히 전염이 잘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고, 해당 병사가 정신적으로 취약한 점이 있다면 더 힘들었을 것”이라며 “(목선 사건 조사 등으로) 조직 전체가 심각한 불안에 빠진 상황이었다고 가정한다면, 병사 스스로의 부정적인 생각과 외부의 불안한 감정이 결합되면서 극단적인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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