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구조에 본격적인 ‘메스’를 가할 태세다. 지난 7월 이후 최저임금위 개편을 담은 법안을 쏟아냈다. 여기에 최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해 16.4% 이상 오른 것에 나도 깜짝 놀랐다”고 발언한 후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 최저임금위의 구조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은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구성 권한을 국회로 가져오거나 최저임금을 국회가 직접 결정하는 등의 개정안을 발의하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손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고용쇼크 부른 최저임금委 '수술대' 오른다
◆“최저임금委 구조 바꿔야”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결정된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2개월 동안 야당 의원들이 쏟아낸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16개다. 더불어민주당은 “최저임금위는 정부·여당이 간섭하지 않는 독립적인 기구”라는 입장이지만 한국당 등 야당은 “노동자와 공익위원 의견이 과도하게 반영되는 구조로 결코 독립적이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다.

장 실장은 지난 3일 jtbc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위에서 노사가 치열하게 논쟁하고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구했어야 하는데 (사용자 측이) 그냥 걸어 나가 버렸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책임을 최저임금위 탓으로 돌린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 환경노동위 관계자는 “최저임금위 위원 구성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는 사용자 위원 9명, 근로자 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공익위원은 고용부 장관이 임명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어 정부 몫이다. 노사를 대변하는 각 9인이 팽팽하게 대립할 경우 사실상 정부 추천 인사인 공익위원들이 결정적인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구조라는 게 야당 주장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국가 개입을 완전 배제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노사 자율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위원 인선 국회 몫으로 돌리자는 주장도

야당이 국회 입법을 통해 내놓은 대안은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인선 중 일부를 국회에서 하도록 권한을 가져오는 방안 △최저임금 결정 권한을 국회로 이관하는 방안 △최저임금 상한선을 업종별·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 등 총 세 가지로 요약된다.

공익위원의 경우 정부가 9명 전원을 추천하는 현행 방식을 고쳐 정부·여당 4명, 야당 4명, 국회의장 1명 등 여야가 함께 임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환노위 한국당 측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각 의원들 개개인이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합한 후 전문가 조언을 들어본 뒤 6일 한국당 환노위원들 간 조찬회의를 통해 (당 차원의) 대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도 9월 정기국회에서 최저임금위 구조 개선을 통해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당론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4일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사용자 측 위원에 영세소상공인을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을 내놓은 바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최저임금 결정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포함하고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경우 최저임금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견을 이날 밝혔다.

민주당도 야당이던 2016년 최저임금위의 공익위원 9명을 모두 국회에서 추천하도록 하는 방안(한정애 의원)과 최저임금위가 아니라 국회가 모든 최저임금 결정 권한을 갖도록 바꾸자는 방안(우원식 의원)을 각각 법안으로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당이 된 뒤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국회로 가져오는 방안에 미지근한 반응이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