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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개편 `무산`…속도조절 `비상`

윤진호 기자
입력 : 
2019-05-09 17:47:28
수정 : 
2019-05-09 23: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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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반발·국회파행 여파
`결정체계 이원화` 물건너가
예전 방식대로 심의 불가피
민노총 올해도 20% 인상 요구
최저임금 인상폭 조율 미지수
사진설명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을 위해 정부가 추진했던 임금결정체계 개편이 어려워지면서 결국 내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도 반영하지 못하게 됐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도 기존에 밝힌 사퇴 의사를 번복하지 않아 사실상 최저임금에 대한 정부 정책도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올해보다도 19.8% 올린 1만원을 요구할 예정이라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류 위원장은 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최저임금 개편안을 내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예전 방식으로 심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결정된 2018년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전년 대비 16.4% 급등했다. 이어 2019년 최저임금도 10.9% 오른 8350원에 달해 사회·경제적으로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사상 최악의 고용 참사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 역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제동을 걸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초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노동계 반발과 함께 국회 파행으로 국회 개정마저 이뤄지지 않자, 결국 내년 심의 과정에 정부안을 반영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류 위원장을 비롯한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8명은 정부의 최저임금 개정 의지가 확인되자 사퇴 의사를 굳혔고, 지난 3월 초 고용부에 뜻을 전달했다.

류 위원장은 "지난해 말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이원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그런 방식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정부가 (기존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추진하면 그만두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법 개정이 된 상태가 아니긴 해도 올해 최저임금위는 위원장 등을 새롭게 구성하고 출발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최저임금 개편안과 최저임금위가 표류하는 사이 심의할 수 있는 기간이 이제 두 달밖에 남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고용부 장관은 매년 3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에 심의를 요청해 8월 5일 전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최저임금위는 고용부 장관에게 심의 요청을 받은 후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을 정해야 한다. 즉 최저임금위가 6월 말 이전 아무리 늦어도 7월까지는 결정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위가 첫 회의를 하긴 했지만, 공익위원들이 모두 사퇴하기로 했고 정부는 새로운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들을 새로 꾸려야 한다. 정상적으로 새로운 위원들이 구성되더라도 사실상 첫 심의는 5월 말이 돼야 열릴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류 위원장은 "지난해에도 5월 17일에 위촉돼 전원회의를 연 것은 7월 초였고, 2017년에도 6월 중순께 첫 회의를 했다"며 새로운 위원을 구성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지난 3월 내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요구하기로 했다. 올해보다도 무려 19.8%나 인상된 것이다. 민주노총 측은 "최저임금 수준이 1인 가구생계비의 70% 수준에 불과하며, 3인 가구생계비를 기준으로 하면 4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동결을 요구할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정 지연과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구성 등에 대한 입장을 정해 이재갑 고용부 장관이 직접 다음주 초 발표할 예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내년 심의에 개정안을 반영하긴 어려워졌지만 심의 일정을 뒤로 미루는 부칙을 마련하는 등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파행, 탄력근로제 확대 지연, 국제노동기구(ILO) 논의 난항에 이어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마저 마무리 짓지 못하면서 현 정부는 모든 노동 현안에 대해 노동계에 끌려다니며 단 한 건의 성과도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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