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만원까지 오르면 일자리 총 24만개 사라져"
KDI의 이 같은 분석은 문 대통령의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긍정 효과 90%' 발언을 완전히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내년 이후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에 힘을 실어주는 '줄타기'란 평가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기업들이 바로 해고를 하지 않는 게 통계에 나타난다"며 "KDI 보고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충격이 앞으로 반복되면 곤란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내년 또한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이 단행될 경우 한국의 임금 중간값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인 프랑스를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급등한 결과, 최저임금을 근로자 전체 임금의 중간값으로 나눈 비율은 55%에 달한다. 만약 내년에 최저임금을 15.3% 올리면 이 비율은 61%로 높아진다. 앞서 2005년 프랑스는 이 비율이 60%를 넘어서자 최저임금 추가 인상을 멈춘 바 있다.
노동시장에서 근로자 처우 개선이라는 '득'보다는 취약계층 일자리 상실 같은 '실'이 더 커지는 부작용, 이른바 '임금질서 교란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경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이 계속되면 노동시장에서 도소매업·숙박음식업 등 서비스업 저임금 단순노동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고, 하위 30% 근로자가 비슷한 임금을 받으면 경력에 따른 임금 상승이 사라져 근로자의 지위 상승 욕구가 약화되고 인력관리가 어려워진다"고 분석했다.
KDI는 재정 지원의 한계도 명확히 지적했다. 올해 정부는 영세 상공인·자영업자의 고용 축소를 막기 위해 3조원 규모 일자리 안정자금을 편성한 바 있다. KDI는 최저임금이 계속 오르면 재정 지원 규모가 커져 정부에 부담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 사업주는 근로자 임금을 지원 기준 이상으로 올릴 경우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임금을 올리지 않을 유인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현재 30인 미만 사업장에 월 190만원 이하 근로자에게 지원하고 있는데, 지원 규모 확대 시 190만원이 근로자 임금의 상한이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연구위원은 "최근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독일이 최소 2년이 지나야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2년마다 조정하는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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