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최저임금이 많이 안 오른 걸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가 한두 명이 아닌데, 자기 월급 챙기지도 못하는 사장님들 부지기수입니다. 시급이 오르면 소비가 촉진돼 손님이 많을 거라고 다들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박준식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박준식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2일 이날 오전 5시 30분께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3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0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87% 인상하는 8,590 원 안을 의결했다. 올해 최저임금 8,350 원보다 240 원 오른 것으로 월 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 179만 5,310원이다.

노동자 위원들이 제시한 8,880 원 안과 사용자 위원들이 제시한 8,590 원 안을 표결에 부쳤다. 표결에는 노동자 위원 9명, 사용자 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전원이 참여했다. 사용자 위원안이 15표, 노동자 위원안이 11표, 기권 1표의 결과가 나왔다.

사용자 위원 측은 전원회의가 끝난 후 논평을 통해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이지만, 최근 2년간 급격하게 인상돼 어려움을 겪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기대한 ‘동결’을 이루진 못했다”면서도 “이번 결정으로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다소 줄일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용자 위원 측 기대와는 달리 중소·영세기업 및 소상공인들은 달갑지만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 정부 들어 2년 연속 10% 가까이 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충남 논산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모(48) 씨는 본지에 “최저임금이 많이 오르지 않은 걸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우리나라에 자영업자가 한두 명이 아닌데, 자기 월급 챙기지도 못하는 가게 사장님들이 부지기수”라고 털어놨다.

정 씨는 “시급이 오르면 소비가 촉진돼 손님이 늘 거란 말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이 사람을 쓰기보단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탄탄한 대기업에 다니지 않는 이상 노동자들 입장에선 일자리도 줄고, 근로 시간도 단축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올라서 소비가 촉진된다는 주장을 체감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세종시에서 작은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문모(35) 씨는 “직원 한두 명 데리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이 올라도 큰 타격은 없겠지만, 규모가 큰 식당의 경우는 힘들 거 같다”며 “영세 자영업자들은 가게 직원을 최대한 줄이고, 파트타임으로 돌리거나 가족이 돕는 게 추세”라고 말했다.

다만 문 씨는 직원 임금보다는 물가 상승이 자영업자들을 더욱더 힘들게 한다고 말한다. 그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물가가 같이 오른다. 식당 입장에서는 직원 임금보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게 더 큰 문제인데, 메뉴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라 더 힘들다”며 “특히 인구가 적은 지방 자영업자들은 손님도 없어서 타격이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은 영세 자영업자뿐만 아니다. 경기 양주에서 축산 농가를 운영하는 이정대 이레농장 대표는 “최저임금 동결을 바랐지만, 소폭 올랐다”며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이 너무 오른 게 우리에게 너무 타격이 컸다”고 털어놨다.

이 대표는 “우리는 경매가로 따지다 보니 인건비가 올랐다고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물건값이 그대로 거나 도리어 떨어진다. 인건비는 오르는데, 매출은 줄고 있다. 1차 산업 종사자들에게는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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