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TV세상>‘넵무새’… 회사원의 ‘웃픈’ 자화상
회사 가기 싫어
새로 시작된 KBS 2TV 드라마 ‘회사 가기 싫어’는 왜 이 시대의 젊은 직장인들이 회사 가기 싫어하는지를 들여다본다. 실업자가 넘쳐 나는 시대에 취업하고도 불만이라니 배부른 소리일 수 있다. 하지만 청년 임금근로자 60%가 첫 직장을 1년 2개월 만에 그만두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 회사 문화에 직장인들을 힘들게 하는 요소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작품은 그런 특징들을 세세히 그리고 경쾌하게 묘사한다.
경력직 대리 김기리가 한 중소기업에 입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연봉 협상을 할 때부터 회사가 절대갑이라는 것이 확인된다. 회사가 경력을 ‘후려쳐도’ 김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렇게 들어간 회사 조직 안에선 상사가 절대갑이다. 대한민국 회사의 절반 이상이 일방적 하향식 인사평가 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하직원들은 절대적 평가 권한을 쥔 상사의 눈치를 살피며 전전긍긍한다.
당연히 상사의 말에 토를 달 수 없다. ‘네’ 또는 ‘넵’이라고 싹싹하게 대답하는 ‘넵무새’(넵을 반복하는 앵무새)가 돼 복종하는 사이에 화병이 쌓인다. 어떤 관리자는 부하 직원들의 공을 가로채고, 책임은 떠넘긴다. 이런 일을 당해도 부하 직원은 모르는 척 넘어갈 뿐이다. 상사가 무의미한 잔소리와 업무지시를 반복해도 ‘네’와 ‘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
작품은 그런 회사 풍경을 묘사하며 다양한 표현 방식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회식 자리에서의 서열 문화를 설명할 때 바둑 해설 기법을 동원해 재미를 극대화한다.
이밖에도 서열에 따라 급이 정해진 시계와 자동차, 평사원에게 회식 메뉴 선택권이 주어져도 결국 상사 입맛대로 정해지는 구조 등을 통해 우리 회사 문화의 수직성과 경직성을 그린다. ‘디벨롭’ ‘인발브’ ‘아이데이션’ 등 회사에서 많이 쓰이는 이른바 ‘급여체’의 해설로 정보를 전해주기도 한다. 이런 현실적인 묘사로 프로그램은 젊은 직장인들에게 공감을 주고 시청자가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특히 관리자들이 보면 조직문화 개선에 도움이 될 드라마다.
이 작품은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표방한다. 다큐멘터리 기법을 활용해 마치 현실 그대로를 기록한 것처럼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다양한 다큐식 표현 기법들이 등장한다. 실제 회사원 인터뷰, 전문가 인터뷰, 내레이션 등이 드라마와 뒤섞인 것이다. 일반적인 드라마와 다르다는 점에서 신선한 시도며,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에선 모험적인 시도다.
지상파 방송사가 신선하고 모험적인 시도에 나섰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그동안 일부 케이블 채널과 종편이 치고 나가는 사이에 지상파는 기존 성공 공식에 안주해 진부해졌다는 인식이 컸고 특히 젊은 시청자의 이탈이 뼈아팠다. 그렇기에 ‘회사 가기 싫어’처럼 젊은 층에 공감을 주는 신선하고 모험적인 시도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신인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도 미덕이다. 그동안 케이블 채널 등이 새 얼굴들을 기용하는 반면 지상파는 스타캐스팅에만 기댄 것이 문제였다. 침체기였던 시트콤적 장르의 시도이기도 하다. 지상파 입장에선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도전인 것이다. 환경 변화에 대한 지상파의 응전이라고 하겠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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