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NYT “아베, 트럼프 따라하기…세계 자유무역 물 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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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7.16. 오후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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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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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자에서 아베 강력 비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안보를 명분 삼아 한국에 수출규제를 단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트럼프 따라하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일본의 수출규제가 경제에 안보를 억지로 끌어들이면서 글로벌 무역의 근간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세계경제성장을 저해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NYT는 15일(현지시간) 경제면 기사에서 일본이 안보를 이유로 삼성과 같은 대형 반도체 제조사들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하는 장면을 어디서 들어본 듯하지 않냐고 물었다. “아베 총리의 행보는 무역을 총구로 만드는 트럼프의 각본에서 한 페이지를 떼낸 모양새”(Abe’s move seems to be taking a page off Trump’s playbook, which has made trade a muzzle)라고 꼬집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를 이유로 중국 화웨이 등을 제재하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NYT는 아베 총리가 지난 6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에서 세계 각국 지도자들을 모아놓고 “자유롭고 개방된 경제가 글로벌 평화와 번영의 초석”이라고 해놓고, 불과 이틀 뒤에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함으로써 자유 무역에 타격을 입히는 가장 최근의 국가지도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베가 국가안보라는 ‘모호하고 구체적이지 못한 우려(vague and unspecified concerns about national security)’ 를 제재의 이유로 삼았다고 했다. 이로써 일본이 미국, 러시아 등과 함께 무역 중단의 명분으로 국가안보를 이용한 국가 대열에 들어서게 됐다는 것이다.

NYT는 안보를 내세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오랫동안 자리잡아온 국제 규칙을 해치는 것이라면서, 국제 규칙이 한번 약화되면 무역전쟁이 더 자주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NYT는 특히 과거엔 각국이 안보와 무역을 분리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과 일본, 멕시코, 러시아 등 주요 무역 파트너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면서 안보와 경제 사안을 뒤섞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러시아가 안보를 내세워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역제재를 단행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아랍에미레이트 역시 안보를 이유로 카타르에 대한 금수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또 중국 역시 오래전부터 경제와 정치를 혼합해왔는데, 최근 수년간 일본이나 필리핀, 그리고 한국과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등이 벌어졌을 당시 무역을 무기로 삼았다고 NYT는 지적했다. 결국 트럼프가 아베에게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거다.

NYT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한일 간의 충돌은 세계 경제성장에 대한 또 다른 압력 요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 스탠퍼드대에서 한일 관계를 연구하는 대니얼 스나이더는 “일본은 안보를 이유로 (한국에) 수출을 제한함으로써 정말로 물을 흐려놓았다”며 “만약 한국이 물러서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독자는 이 기사의 댓글에서 “이것은 오래 갈 수 없다. 일본 화학 회사들은 자사 제품을 해외에 팔아야 한다. 일본 반도체업계는 이들을 지탱할 수 없다. 한국이 다른 협력업체를 찾기 시작하면 아베에 대한 압박이 심해질 것이고 아베의 이 규제는 조용히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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