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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화학과전공 하면 될수있는게 뭐가 있을까요?
kodo**** 조회수 22,463 작성일2005.07.18

경희대 or 건국대 화학과를 지망하는 고3 학생입니다

 

그런데 화학과를 지망하면 될수 있는 직업이 별로 없다고들 하는데

 

정말 인가요?

 

제가 듣기론 화장품 회사나, 제약회사, 석유, 섬유 회사 같은데가 있다고들 하는데

 

자세하게 설명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화학과 말고도 응용화학과는 무엇을 하게 되는지

 

또 생명화학과도요..

 

자세히 설명 주시는 분께 내분 겁니다.~

 

굉장히 전 심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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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화학공학 83위, 클래식음악, 중학교교육 분야에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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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대 화학과를 1996년에 입학하고 지금은 석사 학위 후 전문연구요원으로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1. 화학과 졸업 후

먼저 화학과를 나왔을 때의 진로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화학과는 학부만 졸업해서는 취직할 곳 정말 없습니다. 왜냐? 이른바 명문대 화학과생들 중 절반은 도중에 화학 대신 다른 길을 선택하죠. 의대, 치대 편입 많이 하구요, 변리사 시험도 많이 봅니다. 그렇게 반 정도 사라진 다음 나머지 반은 모조리 대학원 올라가서 석사학위 다 받습니다. 거기서 또 3분의 2 이상은 박사학위 받으러 올라갑니다. 그러니 명문대 석사, 박사 즐비한 화학판에 학부만 졸업해서 좋은 직장 취직하는 거 무지 힘듭니다. 연구소는 당연히 못 가구요 - 서울대를 졸업해도 학부만 졸업하고 연구소 가면 막말로 따까리 밖에 못합니다 - 기획이나 영업 등 전공과 관계 없는 분야로만 취직 가능합니다.

 

그러니 화학으로 먹고 살려면 최소한 석사까지는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석사학위자들도 회사 다니면서 대부분 박사학위까지 하려고 합니다. 회사에 따라서 파트 타임으로 학위하는 거 장려하고 지원하는 회사도 있구요, 유학 지원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박사까지 다 받은 후에는 대부분 회사 연구소(박사는 과장급 이상으로 들어갑니다)나 국책기관 연구소 등에서 연구하거나 교수가 되죠. 흔히들 하는 얘기로 연구소에서 과장 달려면 석사까지, 부장 달려면 박사까지 해야한다는 게 있습니다. 적어도 대기업에서는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반대로 중소기업은 고급 인력난에 시달리기 때문에 석사까지만 해도 진급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면 어떤 업계에서 근무할 수 있느냐? 굉장히 많죠. 화학, 화공, 제약, 화섬업계에 속하는 회사들이 무수히 많으니까요. 제가 아는 화학과 출신들이 실제로 일하고 있는 회사들만 예로 들어도요.

1. 정유업계 - LG 칼텍스, SK, 오일뱅크 등

2. 화섬업계 - 코오롱, 효성, 듀폰, 제일모직, 도레이새한, SKC, 한국타이어 등

3. 화학업계 - LG화학, SK케미칼 등

4. 제약업계 - 중외제약,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각종 제약회사

5. 전자업계 - LG필립스LCD, 삼성전자 등

6. 생명과학업계 - 마크로젠, 두산바이오텍, 랩프런티어 등

7. 과학기기, 기구 판매 - 애질런트 코리아, 워터스 코리아, 영인과학 등

8. 기타 업계 - 이수화학, KT&G 등

9. 교수들^^;;;

 

한편 화학교육과가 없는 대학교에서는 화학과생이 교육 학점을 이수하고 임용고시를 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교사가 된 사람들도 종종 봤는데요. 공부에 뜻이 없고 교육에 뜻이 있으면 그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서울대 등에서는 사범대 화학교육과가 그 역할을 하지만, 화학교육과가 없는 학교에서는 화학과생이 임용고시를 보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도중에 진로를 틀지 않는 한 이것이 보편적인 화학과생의 진로입니다.

 

 

 

2. 화학의 세부 분과들

분야는 매우 다양합니다. 화학에는 크게 다음과 같은 세부 분과가 있습니다.

 

1. 물리화학 - 화학의 기초로서 물리학적으로 미시적인 화학 세계를 탐구합니다. 굉장히 수학적이며 천재적인 사람들이 일하는 분야입니다.

2. 유기화학 - 탄소 가지고 노는 화학입니다. 합성을 주로 하며, 제약, 화장품, 농약, 원료산업 등에서 활약합니다.

3. 무기화학 - 탄소 이외의 무기물을 주로 다루는 화학입니다. 재료산업에서 빛을 발하는데, 나노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4. 생화학 -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황우석 교수의 업적 등등 생명과학에 관련된 것입니다. 분자생물학, 유전공학, 생명과학 등 비슷한 다양한 과가 있습니다.

5. 분석화학 -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가지 화학적 분석을 연구합니다. 모든 산업 전반에 걸쳐 적용되며, 제약, 화장품, 농약, 원료, 고분자, 무기, 생화학 등 관련되지 않은 분야가 없습니다.

6. 전기화학 - 분석화학에서도 특히 전기에 관련된 화학이 따로 분과를 냈습니다.

7. 고분자화학 - 원래는 유기화학에서 파생된 것인데 물리화학, 무기화학, 생화학 등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합성 고분자를 만들어내거나 성질을 개량하는 연구를 합니다. 섬유회사, 화학회사, 소재회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습니다.

 8. 기타 등등

 

 

3. 연봉?

연봉은 직종에 따라 다양합니다.

최악의 경우는 국책연구소의 비정규직으로 들어가는 건데요. 박사까지 받고서 월 1백만원에 혹사당하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하지만 정규직으로 들어가면 석사만 해도 연봉 3천만원으로 시작할 수 있지요. 또 책임연구원급은 프로젝트를 따서 인건비를 충당하기도 하는데, 연봉 1억원을 넘는 분도 종종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경우는 연봉이 좀 적지요. 석사 초봉 2천만원으로 시작해서 과장급이 3천만원 조금 넘기도 합니다. 물론 이것도 회사 나름이라서 탄탄한 중소기업은 생각보다 많이 받습니다. 또 중소기업은 고급 인력 구직난에 시달리기 때문에 본인이 회사 생활에 만족하면 정년까지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기업은 확실히 연봉이 셉니다. 석사 초봉 2천 4백이나 2천 6백만원에서 시작하는데요. 회사에 따라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집니다. 과장급 되면 4천만원 vs 7천만원까지 벌어지기도 한답니다. 물론 그 위는 더욱 더... 대기업은 얼마 전 신문에서도 보셨겠지만 정년이 잘 안 지켜집니다. 아직 팔팔한 53세에 퇴직하는 경우가 많지요.

 

교수는 국립이나 사립이냐에 따라 연봉이 달라집니다. 국립대학은 공무원이기 때문에 연봉이 높지 않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 서울대 교수 초임 연봉이 공개되었는데 조교수가 4천인가 그렇고 정교수가 5천인가 그렇습니다. 사립대학은 보통 이 연봉의 2배 이상 됩니다. 그런데 교수는 책을 내거나, 강연을 하거나, 프로젝트를 따오거나 하는 방법으로 수입을 보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물론 교수 되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서울대 화학과 교수 경쟁율이 300대 1이라는 얘기도 있을 정도로. 교수는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일단 교수만 되면 평생 직장이 보장됩니다. 요즘 세상에 65세까지 자리 보전할 수 있는 직업 별로 많지 않죠.

 

외국계 기업에 취직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외국계 기업은 확실히 연봉 수준이 상당히 좋습니다 - 대기업과 비슷하거나 더 좋거나. 미국에서는 화공학과 출신의 초임이 가장 세답니다. 회사마다 다르긴 한데, 한국 기업과 달리 철저한 성과주의라서 게으르고 나태해지면 불시에 해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 기업은 그렇게는 못하죠...

2005.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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