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더닝 크루거 효과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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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진 서울경제팀


심리학에 ‘더닝 크루거 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잘못된 결론에 도달했는데도 능력 부족으로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1990년대 미국의 코넬대 대학원생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 교수가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인지편향 실험을 했다. 5명의 학부생에게 20가지의 논리적 사고 시험을 치르게 한 뒤, 자신의 예상 성적 순위를 제출하도록 주문했다.


‘근자감’에 무리한 정책 남발

노동시장과 경제계 대혼란 가중

대한민국 ‘모래성’ 불안한 미래

민심이반 경제정책 지양돼야


그 결과 성적이 낮은 학생은 예상 순위를 높게 평가했지만, 성적이 높은 학생은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아는 게 없으면 자신감도 없지만, 얕은 지식이 있는 상황에선 섣부르게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는 “무지는 지식보다 더 확신을 갖게 한다”는 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돌려말하면 근거없는 자신감을 경계하기 위해선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도입 등의 노동정책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12월·연간 고용동향’에서 지난해 취업자가 금융위기 후 9년 만에 가장 적었고, 실업자는 2000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실업자 100만 명이 넘은 것은 올해로 3년째다. 장기실업자 수도 2000년 이후 최다였다.

대기업들은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적 부진과 함께 신용평가 하락을 걱정하고 있는 처지이고,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반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빠듯한 제조마진이나 식당운영으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이젠 적자로 돌아섰다며 폐업하는 업주들도 늘고 있다.

20대 취업준비생들도 마찬가지다. 대·중소기업들은 실적 부진으로 채용 규모를 줄이고, 공기업은 비정규직들을 정규직화하는 바람에 그야말로 지원서를 쓸 곳이 없게 됐다.

싸늘한 민심에 이전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린 촛불시위가 다시 등장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실제 취임 초기 70%대까지 올랐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는 40%대까지 추락했다. 30%까지 떨어지면 사실상 ‘레임덕’이다. 향후 국정 추진까지 어려울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인데도 문 대통령은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책 보완은 하겠지만 기존 (소득주도성장)정책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불평등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폈다.

대통령의 이 같은 자신감은 더닝 크루거 효과 사례처럼 잘못된 결론에 도달했는데도 그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과정이라고 여기기 때문 아닐까.

각종 분배 정책을 통해 ‘모두가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이지 정책 자체에 문제가 있지 않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모두가 못 사는 나라’로 가고 있는 모양새다.

공교롭게도 우리 정부와 달리 친시장·친기업 정책을 추진중인 이웃 일본은 다른 풍경이다.

2012년 12월 재집권한 아베 총리는 일본의 경기 회복이라는 과녁을 향해 금융 완화, 재정 확대, 구조 개혁이라는 ‘3개의 화살’을 장착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고, 고용·투자가 늘어나면서 일자리가 남아돌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엔 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고용기회를 주기 위한 ‘출입국관리·난민인정법 개정안’까지 추진 중이다.

아베 총리는 이를 발판으로 장기집권으로 갈 채비를 하고 있다. 반대로 문 대통령 취임후 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0년 집권’을 내세웠지만 3년차에 벌써부터 레임덕 얘기까지 나온다.

모래성은 단숨에 무너지지 않는다. 아래에서부터 서서히 꺼진다. 각종 경제지표가 보내는 경고는 바로 수치화된 민심이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지표들을 무시해선 안되는 이유다. djbae@busan.com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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