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 참의원 선거 압승 아베, 개헌 허가증 받은 것 아니다

지난 10일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1일 개헌 추진 의사를 공식화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자민당 개헌안 초안을 기본으로 해서 어떻게 3분의 2(개헌안 발의 정족수)를 구축할지는 정치의 기술”이라고 말했다. 2012년 4월 발표된 자민당 초안에는 자위대(자신을 지키기 위한 부대)를 정식 군대인 국방군으로 격상시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자민당 초안대로 개헌이 성사되면 전쟁을 포기하고,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평화헌법은 무력화되고 일본은 언제든지 전쟁 수행이 가능한 보통국가로 탈바꿈하게 된다. 앞서 자민·공명 연립여당과 개헌에 찬성하는 세력은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안 발의선(162석)을 넘는 165석을 확보했다.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이 현재 아베식 개헌에 미온적이나 아베는 자신의 정치력을 통해 충분히 끌고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민·공명당은 중의원에서도 개헌 발의가 가능한 3분의 2 이상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평화헌법 개정을 최대 정치적 목표로 삼아온 아베의 폭주가 시작될 판이다.

그러나 아베는 참의원 선거로 자신에게 개헌 허가증이 부여된 것으로 오판해선 안된다. 유권자들은 경제회생 기대감에 그를 선택했지만 개헌에 호의적이지 않다. 교도통신 출구조사에서 개헌에 찬성하는 비율은 39.8%였고 NHK 조사에서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의회가 개헌안을 발의해도 국민투표를 통해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오히려 아베는 일본 내에 건강한 역사의식을 갖고 평화헌법을 수호하려는 시민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평화헌법은 아시아의 평화를 담보하기 위한 일본의 매우 중요한 약속이었고 평화헌법이 있었기에 일본은 비약적 경제발전이 가능했다.

과거사 반성을 통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는 게 일본이 진정한 보통국가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이나 그간 아베의 행태로 미뤄볼 때 기대하긴 힘들다. 아베와 주변 세력은 쉴 새 없이 일제의 동아시아 침략사에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과 각성을 자학사관으로 매도해 왔다. 아마도 그는 평화헌법 파괴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게 주변국들이 직면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다. 국제사회가 평화헌법을 수호하려는 일본 내 양심적 시민사회와 연대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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