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에 자사 리포트 유료판매하는 부수업무 등록“KB리서치 오픈 연장선…글로벌 흐름 따른 조치”미래에셋·메리츠증권 이어 세번째, 소신 리포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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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증권이 리서치 자료 공개 방식을 바꾼 데 이어 ‘유료 판매’ 대열에 합류했다. 

    증권가에서는 그간 관행적으로 무료 제공되던 애널리스트의 증시 분석자료가 지적재산권의 일부로서 취급돼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16일 금감원에 ‘증권 가치분석 등 조사분석자료(리서치자료)의 판매 업무’를 부수업무로 등록했다.

    금감원 설명에 따르면 이번 업무등록에 따라 KB증권은 오는 24일부터 자산운용사 등 고객사에 자사 리서치 자료를 유료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회사는 구체적인 유료판매 일정이나 방식 등은 밝히지 않았으나 등록 업무의 내용으로 보아 조만간 리서치 유료판매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은 올 초 리서치 전용 웹페이지 ‘KB리서치’를 신규 오픈하고 리서치 자료를 기존의 ‘파일 다운로드’ 형태가 아닌 ‘뷰어’ 형태로 확인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이곳에서 리포트를 구독하려면 KB증권 고객 혹은 임직원 아이디로 로그인해야 열람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KB증권은 기존 포털 사이트 등에 무료로 게재하던 리포트도 더 이상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부수업무 등록은 KB리서치 오픈에 따른 연장선”이라며 “유럽에서 시행 중인 ‘MIFID II(금융상품시장지침)’ 등 글로벌 흐름에 따른 선제적 조치”라고 밝혔다.

    MIFID II란 유럽연합(EU)에서 지난해 1월부터 시행한 금융규제법안으로, 금융거래의 투명화를 지향하는 취지의 다양한 규제들이 포함돼 있다. 이 중 리포트 유료 판매와 관련된 부분은 기관투자자들이 거래하는 증권사 등에 리서치 이용료를 별도로 지불함으로써 애널리스트 자료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지키는 항목이다.

    외국계 증권사 JP모간 출신인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애널리스트 자료의 지적재산권 보호에 관심을 가져 왔다.

    서 센터장은 리서치 홈페이지 개장에 대해서도 “강화돼 가는 애널리스트 리포트에 대한 지적재산권 보호 등 국제 시장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오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리서치 자료를 유료로 판매하는 것은 KB증권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다수의 증권사들이 자산운용사에 분석자료를 유료로 판매해 왔으며 대형사 중에는 미래에셋대우와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문제는 리서치 자료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낮아진 상황에서 유료 판매가 과연 시장에 올바르게 정착할 수 있는지다. 이미 업계에서는 애널리스트들이 거래 기업과의 관계 등 여러 문제로 소신껏 리포트를 작성할 수 없는 문제 등이 제기돼 왔다.

    여기에 ‘지적 재산권’에 금액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문화가 낯선 우리 시장 문화에서 투자자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원하는 정확한 증시 전망과 애널리스트 리포트의 신뢰도라는 두 가지 가치를 조율하기 어렵다”며 “이전보다 유료 리포트 판매가 많이 확산됐으나 일반 투자자들에게 보편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