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실형선고 판사, 당시 법 준수했어도 친일”

장은교 기자

법원 “탄압 인정”… 지난 10월 판결과는 엇갈려

판사가 일제강점기 형사재판에서 항일독립운동가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은 당시 법을 준수한 것이라 해도 친일반민족행위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오석준 부장판사)는 24일 김세완 전 대법관(1894~1973)의 후손이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낸 조사대상자 선정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김 전 대법관은 1926년부터 12년간 조선총독부 판사로 재직했고, 41년에는 국민총력인천부연맹 이사를 지냈다. 해방 후에는 제주지방법원장과 대법관을 역임했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해 7월 “김 전 대법관이 조선총독부 판사로 재직하는 동안 항일독립운동가들의 재판에 참여해 징역형을 선고했다”며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을 내렸다.

김 전 대법관은 총 7건의 항일독립운동 관련 재판에 관여해 14명에게 실형을 선고했는데 피고인들의 형량을 합하면 32년 10월에 이른다. 김 전 대법관에게 유죄판결을 받은 독립운동가 중 3명은 2005~2008년 정부로부터 건국포장과 건국훈장을 받았다.

재판부는 “판사가 항일독립운동가에 대해 형사재판을 통해 사형, 징역형과 같은 실형을 선고하는 행위는 무고한 우리 민족 구성원에 대한 탄압과 직접적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일제강점기 항일독립운동가를 탄압하기 위한 법은 우리 헌법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대한제국 시절 판사시험에 합격해 판사가 됐으나 경술국치를 지켜본 후 법복을 벗고 독립운동에 투신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은 속성상 판사가 상당한 재량을 가진다”며 “판결이 판사 3인의 공동명의로 하는 것이었고 초임 시절의 것이라는 이유로 적극성이 결여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판결과 달리 지난 10월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김종필 부장판사)는 유영 전 판사의 후손들이 같은 취지로 낸 소송에 대해 “판사는 검사의 법령적용이 옳은 것인지만 판단한다. 무고한 우리 민족을 탄압하는 데 적극적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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