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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박물관-김정호의 흔적을 찾다
2012-06-01 13:58:36최종 업데이트 : 2012-06-01 13:58:36 작성자 :   e수원뉴스

지도박물관-김정호의 흔적을 찾다_1
지도박물관-김정호의 흔적을 찾다_1


<프롤로그>

황해도 어느 두메,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 뜰에 한 소년이 서 있었다. 소년은 "대체 저 산줄기는 어디서 일어났으며, 어디로 가서 그쳤는지, 그림을 그린 것이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앉아서 알 도리가 있으련만. 어쩌면 좋을까."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이렇게 혼자서 중얼거리던 소년의 성은 김이요, 이름은 정호였다. 

'별건곤'에서 최남선은 조선을 '유사 이래 지도학이 특별히 발달한 나라'라고 이야기했다. 고구려의 영류왕이 당나라에 고구려 지도를 보낸 일도 있었고, 고려 성종이 고려 지도를 요나라에 보낸 일도 있었다. 최남선에 따르면 지도학은 조선시대에 들어오면서 더욱 발전했다고 한다. 이는 세종 때 천문기술과 규형, 인지의 등의 기구의 발명 덕분이었다. 김정호는 이러한 시대적 환경에서 나온 여러 지도들을 집대성해 우수한 완성품을 만들어낸 것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인물은 아니었다.

중앙홀

지도박물관-김정호의 흔적을 찾다_2
중앙홀
 
커다란 대형 지구모형과 인공위성 모형이 맞이하는 중앙홀.
지도 박물관의 상징물인 두 모형은 지구의 측량 신기술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하며, 대형 한글 한반도 지도 '국토사랑'을 보게 된다.

지도하면 바로 처음에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김정호다. 그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잘못 알려진 점들이 너무도 많은데, 이것은 일본이 그가 가지고 있는 업적을 깎아 내리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그런 그의 흔적을 찾기에 가장 적합한 곳에서 지도에 호기심이 충만한 아들과 함께 그의 흔적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역사관

아이의 손을 잡고 들어간 역사관은 지도에 대한 역사를 한눈에 확인하기 좋은 곳이었다. 지도의 기원과 조선전도, 도별도, 도성도들 그리고 지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변천사까지 살펴볼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엄마인 나와 아들의 눈을 잡아 끈 것은 대동여지도였다.

'대동여지도'는 22첩으로 된 한국의 목판지도다. 조선시대 최대, 최고의 과학적 지도로 평가되는 이 지도를 제작한 김정호는 70여장의 목판에 새겨 22개 첩으로 만들어 펴냈다.

대동여지도와 김정호는 남북한을 막론하고 교과서에 실린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지도, 최고의 지리학자다. 그런데 혹시 대동여지도가 왜 유명해졌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일제의 조선총독부가 1934년에 교과서 「조선어독본(朝鮮語讀本)」에 김정호와 대동여지도를 수록한 후부터였다. 

지도박물관-김정호의 흔적을 찾다_4
지도박물관-김정호의 흔적을 찾다_4

그 때문일까 김정호와 대동여지도에 대해서는 잘못 알려진 점들이 너무도 많다. 우선 김정호가 지도의 중요성을 알고 많은 지도와 지리지를 편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지도를 만들기 위해 홀로 백두산을 7차례 오르내릴 정도로 방방곡곡을 다녔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또한, 대원군이 대동여지도의 정밀함을 보고 지도 목판을 불태우고, 김정호는 국가기밀 누설죄로 투옥시켜 결국 그가 옥사하였다는 것 역시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다. 사실 김정호는 여러 지도들을 모아 하나의 우수한 완성품을 만들어 낸 사람이었다. 물론 그렇다하더라도 그의 업적은 훌륭한 것이었다. 

역사관 바닥에는 대형으로 인쇄된 대동여지도 패널이 스크린으로 되어 있다. 아이들이 직접 가까이서 바라볼 수도 있고, 그 위에 서서 자세하게 관찰 또한 가능했다. 아들은 그 스크린이 신기한지 한동안 그 위에서 내려올 줄을 몰랐다. 커다랗게 되어있는 대동여지도를 보며, 얼마나 고생하며 정교하게 작업했는지 새삼 그의 노고를 느끼게 되었다.

한참 만에 내려온 아들의 손을 잡고, 지도를 제작하는 여러 가지 기구들을 구경하는데 시끌시끌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현대관으로 넘어가기 전에 있는 입구에 어린이집에서 왔는지 아이들이 선생님 근처에 쭈그리고 앉아 무슨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내 손을 꼭 잡고 있던 아들은 쪼르륵 달려가 그 틈바구니 속에 앉았다. 선생님은 경도와 위도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는 아이들에게 귤을 나눠주고 있었다. 아이들은 받은 귤 위에 펜으로 방금 들은 설명대로 그려보는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아이들 틈 속에서 열심히 그리는 아들을 바라보니 제 2의 김정호가 보이는 듯 했다.

현대관

역사관을 지나 현대관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지구본들을 만나볼 수 있다. 신기하게 생긴 여러 모양의 지구본들을 바라보던 아들은 중앙홀에서 본 커다란 지구본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듯 했다. 현대관에서는 다양한 지구본 및 GIS에 대한 이해와 한반도 조망여행 코너, 지도제작 체험 코너 등 다양한 체험학습을 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맨 처음 아이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차량항법시스템이었다.차량항법시스템이란 GPS를 이용하여 자동차 내부 모형으로 꾸민 체험코너로 치스크린과 모니터를 통해 서울역과 광화문, 탑골공원 등 서울 시내를 영상으로 담아 실제 자동차를 타고 주행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터치스크린에 나타난 지도를 보면서 자동차가 움직이는 속도나 방향에 따라 위치가 변하는 걸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한참을 신나게 운전하던 아이는 이미 자신이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었다면서 으쓱해 했다. 한참을 떨어질 줄 모르던 것은 한반도 조망 여행이었다. 

한반도 조망여행은 지도 제작에 쓰이는 항공사진을 응용한 것으로 내부를 항공기 조종석과 비슷하게 꾸며놓았다. 중간에 위치한 터치스크린으로 국내 주요 도시를 선택하면 해당 도시의 항공사진이 나타나는데, 항공사진은 조종석에 있는 레버와 운전대를 이용해 상하좌우로 이동할 수 있고 확대나 축소도 가능하다. 모형이지만 항공기 조종석의 복잡한 버튼처럼 배치를 해 실제 항공기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것 같은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한차례의 모의 운전과 비행이 끝난 뒤, 아들은 GIS를 이용하여 남산 등 유명 지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GIS란 지리정보 시스템으로 지리 공간 데이터를 분석·가공하여 교통·통신 등과 같은 지형 관련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러한 일련의 체험과정을 끝낸 아들은 자신이 마치 제 2의 김정호가 된 듯 의기양양해진다. 그리해 체험코너에서 직접 지도를 그려보기도 하고, 전시장에서 본 지도들을 기억에서 되살려 퍼즐을 맞추기도 하고 틀린 그림 찾기도 하며 마음껏 자신을 뽐냈다.
야외 전시장으로 이동하기 전, 아들은 입구에서 받아든 종이에 도성도, 대한민국전도가 새겨진 도장을 이용해 기념 스탬프를 찍어들고는 해맑게 웃었다.

야외전시장

전시장을 모두 돌고 밖으로 나왔더니, 정문에서 들어올 때 보이던 야외 전시장이 다시 눈에 보였다. 그 곳에는 박물관 곳곳에서 흔적을 찾던 우리나라 지도제작의 선각자인 고산자 김정호 선생의 동상이 위치해 있다.  아들은 동상 앞에 서서는 자신이 훨씬 뛰어난 지도박사라면서 으쓱해했다.

지도박물관-김정호의 흔적을 찾다_3
지도박물관-김정호의 흔적을 찾다_3

야외전시장 곳곳에는 세계의 위치기준인 그리니치 천문대로부터 우리나라 위치의 기준을 설치한 경위도원점, GPS 관측시설, 각종 측량시설 모형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한 쪽 구석에서 아까 현대관 앞에서 보았던 아이들이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아들은 돌아다니는 아이 한 명을 붙잡고 무언가를 묻더니 깔깔거리며 같이 무언가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나중에 아들은 선생님이 말하는 조각을 찾아내는 지도나라 보물찾기를 한 것이라며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가지고 다니기 편리하게 만들어진 대동여지도.
그리고 지도를 위해 평생을 받친 김정호.
그의 흔적을 이곳에서 조금이나마 찾고, 느끼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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