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술안주를 휴대전화에 저장해 놓은 전화번호부 선술집 상차림

대학 다닐 때는 친구들을 매일같이 보고 또 술도 자주 마셨는데, 직장생활 그리고 결혼 등으로 어깨가 무거워지다 보니 친구들을 만나기가 그리 쉽지 않아 한달에 한번 볼까말까 합니다.

아무리 친한 사이더라도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하는 말도 있듯이 이쯤되면 친구간의 우정에도 위기가 찾아올 법하기에 어떻게 하면 친구들과 자주 만날 수 있을까 궁리를 요리조리 하다가 나름대로 터득한 노하우가 있어 소개합니다.

친구들에게 사전에 아무런 약속 없이 술 한잔 하자고 무작정 전화하면 십중팔구는 거절당하기 십상입니다.

친구들과 술 한잔을 거절당하지 않는 작은 팁은

바로 친구에 대한 관심이고

그 관심의 표현으로

휴대전화에 저장된 친구들 이름에

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술안주를 덧붙여 놓으면

만나자고 전화했을 때

친구들이 항상 반가워할 것입니다.

그 내용이 궁금하시죠?

[1] 비오는 날 반드시 술을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친구

노ㅇ래 비오는날 / 윤ㅇ근 비오는날 / 하ㅇ수 비오는날...

<비오는날>로 검색하니, 5명이 나오네요.

[2] 서린낙지를 좋아하는 친구

강ㅇ헌 서린낙지 / 김ㅇ표 서린낙지 / 심ㅇ룡 서린낙지...(9명)

[3] 삼겹살을 좋아하는 친구

류ㅇ세 삼겹살 / 김ㅇ진 삼겹살 / 송ㅇ희 삼겹살...(11명)

[4] 볼링을 좋아하는 친구

허ㅇ호 볼링 / 황ㅇ기 볼링 / 윤ㅇ영 볼링...(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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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휴대전화에 친구들 이름을 저장해 두고

비오는날 술 생각이 나면 [1]번 친구들에게

서린낙지가 맵싸하게 땡기는 날이면 [2]번 친구들에게

도로가 막혀 차안에서 매연을 많이 마신 날에는 [3]번 친구들에게

몸이 뻐근해 운동 삼아 볼링을 치고 싶으면 [4]번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면 친구들 대부분이 아주 반갑게 약속 장소에 나옵니다.

그야말로 술안주로 뭉치는 작은 동창회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 술값 등을 친구들이 내겠다고 합니다.

친구가 좋아하는 술안주나 요리에 소주 한잔 걸쳤으니 아마 친구들이 기분이 좋아서 그런가 봅니다.

그러면 제가 <오늘은 네가 샀으니, 다음엔 내가 살테니까 조만간 다시 뭉치자>라고 말하면

흔쾌히 화답하는 친구들.

친구들이 있어 오늘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