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최강 생명체 ‘물곰’ 죽이는 3가지 방법

2017.07.14 18:00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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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보동물이라고도 하는 물곰은 크기가 1㎜도 채 안 되지만 어떤 극한 환경도 견딜 수 있는 최고의 생명력을 자랑한다.

 

우주 최강 생명체로 꼽히는 ‘물곰’을 죽이려면 지구에 어떤 일이 벌어져야 할까. 국제 공동 연구진은 사실상 물곰을 포함한 지구의 생명체를 몰살시킬 천체물리학적 재난은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라파엘 바티스타 영국 옥스퍼드대 물리학과 연구원 팀은 미국 하버드대와 공동으로 “지구의 해양을 끓게 만들 재난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지구에 생명체는 살아남을 것”이라는 시나리오 분석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14일자에 발표했다.

 

 

우주에서 가장 질긴 생명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우주에서 가장 질긴 생명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물곰'은 8개의 다리로 엉금엉금 걷는 모습이 곰과 유사해 물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 노스캐롤라이나대 제공

크기가 0.1~1㎜에 불과한 물곰은 영하 273도의 차가운 환경이나, 151도의 뜨거운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방사성 물질 농도가 생명에게 치명적인 수준의 1000배가 넘는 환경에서도 죽지 않아 전 우주를 통틀어 생명력이 가장 질긴 생명체로 꼽힌다. 심지어 식량이나 물이 없어도 30년가량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정도다.

 

연구진은 이 질긴 생명체를 죽일 수 있는 조건은 지구의 모든 바다가 끓게 되는 상황이라고 가정한 뒤, 이를 가능하게 할 천재지변의 조건을 따져봤다.

 

첫 번째는 소행성이 충돌하는 경우다. 지구의 해양을 끓게 만들려면 200경㎏에 달하는 거대 소행성이 지구에 직접 충돌해야 한다. 이는 지구 질량의 300만 분의 1에 해당한다. 전 우주에 이 조건에 해당하는 소행성은 12개 뿐. 하지만 지구의 궤도를 관통할 수 있는 소행성은 단 한개도 발견되지 않았다. 소행성 충돌로는 물곰을 죽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조건은 0.14광년 떨어진 가까운 거리에서 초신성이 폭발하는 경우다. 초신성은 태양 10배 이상의 질량을 갖는 항성(별)이 사멸을 맞는 것이다. 하지만 태양과 가장 가까운 항성조차 4광년 떨어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주에서 가장 격렬한 폭발인 감마선 폭발의 경우는 어떨까. 감마선은 태양보다 100배 이상 무거운 별이 중력을 못 이겨 블랙홀로 붕괴할 때나, 서로 쌍을 이룬 중성자별이 합쳐지며 블랙홀이 될 때 발생한다. 감마선 폭발로 지구의 바다를 끓이려면 40광년 이내의 거리에서 폭발이 일어나야 하지만, 연구진은 이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고 일축했다.

 

바티스타 연구원은 “인간은 기술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할 연약할 존재지만, 생명력이 질긴 지구의 다른 어떤 종들은 인간이 사라진 뒤에도 스스로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제시한 시나리오는 우주 미지의 공간에 또 다른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높음을 반증한다. 생명체를 멸종시키는 것이 전 우주를 통틀어 쉽지 않은 일임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가령,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의 심해(深海)는 물곰이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교신저자인 아브라함 로엡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생명체가 거주 가능(habitable zone)한 행성에서 모든 생명체를 제거하는 게 오히려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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