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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김수현작가와 MBC와의 관계를 알고싶습니다.
비공개 조회수 10,973 작성일2003.08.29
20여년 동안이나 MBC에서 작가생활을 했던 김수현작가님이

왠일인지 1990년 이후 부터는 MBC에서는 절대로 안나오시네요.

제가 듣기로는 MBC에서 최고대우를 안해줘서 그랬다고 하는데...

다시 MBC에서 드라마 하시는거 보고싶은데 ㅠ.ㅠ

더 자세한 답변 부탁드립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내공65 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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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수
스크롤의 압박이 쫌 있죠? 아무쪼록 도움이 되셨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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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연금술사""시청률 제조기""대한민국이 낳은 최고의 드라마작가" 김수현. 과연 드라마작가 로서 김수현은 어떠한 인물인가.

지금 활동하고 있는 수많은 여성작가들... 김정수, 송지나, 노희경, 임성한, 조소혜, 박예랑, 오수연, 인정옥 등에게 김수현은 그야말로 "은인" 이고 "스승" 일 수 밖에 없다.

1960년대 임충, 신봉승 같은 거대작가 들이 활동할 시기에는 '여성 드라마 작가' 라는 말은 있을 수도 있지도 않은 말이었다. 그렇기에 '드라마작가=남자' 라는 공식이 성립되었고, 그 공식은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러한 공식을 과감히 깨뜨린 인물이 바로 '김수현' 이었다. 대하사극이 아닌 '홈드라마' 라는 새로운 장르의 개척과 함께 30대를 갓 넘은 신인작가 '김수현'이 데뷔를 한 것이다.

특히 김수현 드라마의 시초였던 일일드라마 <새엄마>는 방송가에 '김수현' 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각인 시킨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는 당시 TBC 방송국에 몰려있던 시청자들을 MBC 라는 방송국으로 몰려오게 하며,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당시 i-TV 수준이었던 MBC는 거대 방송국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 할 수 있었고, 김수현은 남성 드라마 작가에 편중되어 있던 드라마계를 완전히 뒤집어 엎어 놓을 수 있었다.

또한 <새엄마>는 홈드라마를 넘어서 왜곡되고 부정적인 인식의 의붓엄마에 대한 선입견을 뒤엎는데 결정적 공헌과 함께 진취적 여성의 사회극이었다.

심심해 하실까봐 드라마 <새엄마> 를 쓸때, 김수현 에피소드 하나. <새엄마>가 한창 반영할 때, 그 때 당시로는 파격적인 대사가 있었고 결국 소란이 되어 MBC 고위 간부층들은 김수현을 소환했다.

그리고 당시 신인 작가였던 김수현에게 "이 대사는 필요 없을 것 같으니 당장 빼고 방송하라!" 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김수현은 "그 대사는 내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대사다. 드라마의 대사는 생명같은 것인데, 누구 맘대로 그 대사를 빼라고 하는가." 라고 대들었다.

그러자 화가 난 고위층 간부가 김수현을 큰 소리로 나무랐고 대사를 빼라고 강요하자, "드라마 작가가 이런 거라면 난 이 드라마 더 이상 쓰지 않겠다" 라고 통보해, 할 수 없이 그 대사를 집어 넣어 방영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토록 자신의 드라마, 자신의 대사 하나하나에 철저한 프라이드를 지닌 김수현은 그야말로 여성 드라마 작가의 '전차부대'였다.

김수현은 자신 이후로 부지기수로 쏟아져 나오는 여성 작가들의 대표격이었고, 언제나 맨 앞에서 싸워 나가야 했다.

<새엄마> 가 개척해 놓은 '홈드라마' 라는 장르 뿐만 아니라, <청춘의 덫>(78년작,심은하의 <청춘의 덫>은 리메이크)이 만들어 놓은 '복수극' 이라는 장르,<모래성>을 통해 파격적으로 선보인 '불륜드라마' 라는 주제, <사랑과 진실>에서 처음 선보인 '출생의 비밀'이라는 소재를 발굴하며 '드라마=대하사극' 이라는 공식을 무참히 깨트렸다.

그 뿐만 아니라, 상류층은 상류층, 서민은 서민 이라는 일반의 상식 또한 무참히 깨트리고 상류층의 호화스럽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무참히 까발리면서 서민들에게 더이상 상류층의 생활이 외경의 대상이나 신비의 대상이 될 수 없도록 하였다.

특히 김수현은 그 당시 진취적 여성의 대표격이었다. 요즘에 '보수적인 드라마의 대표격' 이라는 말을 김수현에게 붙이는 사람들은 예전의 김수현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김수현은 75년도 MBC에서 방영되었던 <신혼일기>나 77년 작 <당신>에서 다분히 보여진다. 두 형보다 먼저 결혼한 막내 동생부부 라는 그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소재를 택한 <신혼일기>는 막내 며느리가 집안의 가부장적인 불합리한 모습을 헤쳐나가는 모습으로 크게 인기를 모았고, 사회의 틀과 유교적 가부장제에 얽메여 있던 여성들에게 엄청난 호응을 모은 작품이었다.

또한 여성이 남성에게 복수한다는, 그야말로 금기에 속하는 소재로 결국은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조기종영 되었던 <청춘의 덫> 또한 여성들에게 "통쾌하다!" 라는 반응을 얻어내었다.

김수현은 이러한 드라마를 통해 더이상 '드라마 작가' 가 아니라 사회의 틀을 깨부수는 '여성 진보 주의자' 로 대접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김수현은 다르다. 지금의 김수현이 말하는 여성상은 진취적이기 보다는 보수적이다. 과연 지금 시대에 그녀가 드라마를 통해 말하고 싶은 여성상은 무엇일까.

너무 산업화되고 황폐화된 지금의 시대에 예전의 화목한 가정을 살리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을까. 그렇기에 그녀의 드라마에는 '속사포식 대사'에도 불구하고 인간냄새가 난다.

이렇게 언제나 최고의 시청률, 최고의 작품을 내놓은 김수현은 91년 작 MBC <사랑이 뭐길래>로 대작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하게 된다. 그러나 이후에 김수현은 MBC와 영원한 결별을 하게 된다.

언제나 내 보내는 드라마 마다 50%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드라마는 MBC' 라는 트레이드 까지 만들어 내며 MBC의 성장에 지대한 공헌을 했던 김수현은 결국 신인 때 부터 끊임없이 이어진 MBC 고위간부들 과의 신경전과 예우문제로 인해 MBC를 영영 떠나게 된 것이다.

이후에 MBC와 관계는 전의 글에도 썼었듯이 앙숙이 되고 말았다.

이쯤에서 에피소드 하나 더. 전의 글에 김수현이 드라마 '신데렐라' 에 대해 비판한 대목이 있었는데 신데렐라가 김수현에게 무차별 적으로 욕을 먹은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신데렐라의 PD가 "작가에만 모든 것을 의존하는 드라마는 라디오 드라마다. TV 드라마가 라디오의 문법을 따른다면 도대체 연출가가 하는 일이란 뭐냐." 라며 누가 들어도 김수현 임을 눈치 챌 수 있도록 비판을 한 것이다.

이 얘기를 들은 김수현은 '받은 만큼 돌려준다'-,,- 라는 그녀의 소신대로 신데렐라에 대해 독설을 내던진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어쨋든 이렇게 여성 작가의 대표격으로 언제나 사회상을 날카롭게 꼬집은 김수현은 둥지를 SBS와 KBS로 옮기게 된다.

그리고 당시에 KBS나 MBC 보다 인지도가 약했던 SBS에게 <작별>이라는 걸작을 선사함으로써, 시청자들을 SBS 드라마로 끌어모으는 데에 성공한다.

이후에도 김수현은 <청춘의 덫><불꽃> 같은 치정극이나 <은사시나무><아들아, 너는 아느냐> 같은 가슴 찡한 가족 단막극 등을 SBS와 호흡을 맞추며 MBC를 떠나 무사히 안착하게 된다.

또한 KBS 에서도 <목욕탕집 남자들><내사랑 누굴까> 등으로 호흡하면서 최고의 시청률로 대작가의 면모를 톡톡히 과시한다.

건국 이래 최초의 여성 드라마 작가이자, 최고의 여성드라마 작가로 평가받는 김수현. 김수현은 대하사극 이라는 장르 밖에 없었던 시대에 수많은 드라마 장르를 개척해 나가며 드라마 장르의 광대한 범위를 만들어 냈다.

게다가 그녀의 드라마는 언제나 날카롭고 신속하다.

김수현의 드라마가 시작하면 '전국적으로 수돗물 사용량이 줄어들' 정도로(특히 '사랑과 진실' 때에는 8시부터 9시까지 수돗물 사용량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언제나 최고의 시청률을 냈던 이유도 언제나 그 사회를 날카롭고 빠르고 신속하게 풍자하고 비판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완벽하고 철저해서 '독사' 라고 불리우는 작가 '김수현'.

이 시대 모든 여성 작가들에게 김수현이 "스승" 이자 "은인" 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녀들이 이렇게 마음 놓고 활동 할 수 있도록 만든 장본인이 바로 '김수현' 이기 때문이다.

김수현은 지금을 만들기 위해 30년 동안 피터지게 싸워왔고, 돌격했고, 뛰어왔다.

아무리 그가 까탈스럽고, 독살맞아도 그녀를 욕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김수현은 언제나 새로운 드라마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기 때문이다.

한 인터뷰에서 김수현은 이런 말을 했다.

"시청자 여러분 들에게 언제나 사람냄새 나는 드라마를 바치고 싶다. 나를 욕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런 이들에게도 내 드라마는 언제나 '인간이 있는' 드라마로 남고 싶다. 언제나 훈훈한....."

이게 바로 드라마작가 김수현이다.

200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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