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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를 산에서 혼자 사는 여자로 알아요

용서해 『삶의 마지막 축제』 좋은 마음은 내가 먼저 열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혼자 죽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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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2주기를 추모하고 기억하던 3월 11일의 봄밤. 서울 대학로 삼무곡 카페에서 플루트 선율이 가미된 북 콘서트. 『삶의 마지막 축제』와 저자 용서해와 ‘호스피스 음악가’이자 ‘호스피스 요리사’가 다독인 봄밤을 만났다.

세상엔, 잊지 말아야 하는 일이 있다. 기억을 끄집어 지금을 되새김질해야 하는 일. 인류 전체에게 지울 수 없는 역사가 된 3월 11일의 재앙이 그렇다. 2년 전 그날, 일본 동북부 지진과 그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일본의 기타노 다케시 감독이 말했듯, ‘2만 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이 아닌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2만 건’이다. 문제는 늘 그러했듯, 불감증. 잊고 싶은 일은 잊히질 않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내 잊고 마는 것이 사람살이라지만, 불과 2년 전 3.11의 충격에서 우리는 너무 멀리 떨어졌다. 그저 남의 나라에서 벌어졌던 비극 정도로 여긴다. 아니, 아예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건 아닌지 의심도 든다. 여전한 비극과 슬픔을 야기하는 죽음의 원전은 현재진행형 인데 말이다. 원전 폐기를 둘러싼 담론조차 희미해지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후쿠시마 원전에 원인불명의 정전이 발생, 냉각시스템이 정지되면서 방사능 누출 우려가 커지기도 했는데 말이다. 우린 그렇게 ‘기억의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평화를 원하는 모순을 범한다. 평화는 모두가 원하는 일이지만, 평화는 그냥 지켜지지 않는다. 아, 잘못 말했다. 모두가 아니다. 전쟁이나 사건, 재앙 등을 원하는, 평화를 원치 않는 세력 또한 존재한다. 공포감을 조성해 사람들의 두려움을 먹고 사는 세력. 그런 세력들 때문에 죽음을 당해야 했던 사람들을 생각했던, 3.11 2주기를 추모하고 기억하던 3월 11일의 봄밤이었다. 서울 대학로 삼무곡 카페에서 플루트 선율이 가미된 북콘서트. 『삶의 마지막 축제』와 저자 용서해 ‘호스피스 음악가’이자 ‘호스피스 요리사’가 다독인 봄밤을 만났다.

3월의 ‘어느 멋진 날(원 파인 데이)’. 3.11을, 죽음을 이야기했던 음악과 어우러진 북콘서트가 열렸기에. 3.11에 희생된 사람들에게도 그 선율이 도달했기를. 그러니까, 이것은 잊지 않기 위해, 기억하기 위해 쓰는 기록이다. 살아서 감사하며, 잠깐 멈춰서 죽음이라는 화두를 생각했던 시간에 대한 기록.




삶을 알기 위해 생각하는 죽음

『삶의 마지막 축제』를 펴낸 박정은 샨티출판사 대표가 봄밤을 여는 인사말을 건넸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건, 하루하루 죽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죽음이라는 말을 떠올리기 싫어서 외면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요. 죽음을 생각할 줄 알아야 삶을 어떻게 살지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호스피스 음악가이자 요리사로서 신선한 재료를 얻으려고 깊은 산속에 살면서 자연의 순리를 배우는 여자의 이야기를 들려줄 거예요. 오늘은 ‘삶의 마지막 축제’를 하러 온 사람들을 용서해 작가가 초대하는 형식의 공연입니다.”

이어 플루트와 피아노가 협동한 선율이 흘렀다. 봄밤의 두근거림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용서해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용서해라는 이름, 본명은 아니고 목사님이 지어준 거예요.” 땅에서 용서된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그것을 먹을 때 땅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의미에서 ‘용서해’라는 새쓰임 이름을 갖게 됐다. 그래서 용서해는 플루티스트로서 교향악단 단원으로서 삶을 접고, 제2의 삶을 깨운 이름이다.

작가는 지금 깊은 산속에 살고 있다. 물론 산속에 산다고 머리를 풀어헤치고 한복을 입은 도인처럼 사는 것, 아니다. 도시에서 살았던 습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산에서의 삶은 도시처럼 거짓된 삶을 요구하지 않는다. 보다 자신에게 충실하고 진실한 삶을 누릴 수 있다. 그것이 작가가 호스피스 요리사, 호스피스 음악가로 살아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나는 호스피스 음악가, 호스피스 요리사로서 내 삶의 길을 찾았고, 죽는 날까지 진실한 마음으로 그 길을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의 손길을 빌려서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는 음악과 음식이, ‘삶의 마지막 축제’가 지나온 삶과 화해하고 남은 삶을 축복하기 위한 것이 되었으면 싶다.”(p.68)
“도시에 있을 때는 도시가 보이지 않고 산만 보였습니다. 산에 올라가니 도시가 보이더라고요. 가끔씩 도시에 내려오면 요란해요. 요즘 수행자들도 나서서 좋은 말씀을 하시는데, 도시가 얼마나 요란스러우면 그러겠어요. 생각해 봐요. 우리는 왜 살아야 할까요. 사는 이유와 의미를 찾지 못하면 좋은 것을 갖고, 좋은 것을 먹어도 공허함만 쌓일 뿐입니다.”

작가는 호스피스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도달한 분을 많이 만날 수밖에 없다. 작가가 만난 많은 사람들이 가장 절실하게 원한 것은 살고 싶다, 더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오늘에 대한 오래된 경구가 있다.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들이 그토록 살고 싶었던 내일이다.’ 그 오늘을 우리는 살고 있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많은 우리, 오늘을 살지 못한다. 오늘을 저당 잡힌 채 내일에 대한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혀 생을 꾸역꾸역 살아낸다. 슬픔이자 비극이다. 작가가 강조하는 것이 그래서 ‘오늘’이다. 왜 살아야 하는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자고 한다. 그래야 오늘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독자들과 이야기하고 싶어서 ‘오늘’을 독자들과 나눈 것이다. 그렇다고 죽음을 멀리해선 안 된다. 삶과 죽음은 분리되지 않는다. 죽음은 나에게 머나 먼 것이 아닌, 가깝든 멀든 우리가 당면해야 할 무엇이다.
“나는 삶에 대한 집착과 환상에서 자유로운 사람일수록 죽음에 대한 잘못된 환상도 만들지 않는다는 것, 죽음을 그저 삶의 또 다른 면으로 보고 편안히 받아들인다는 것을 그들을 보며 알게 되었다.”(p.47)


봄밤, ‘삶의 마지막 축제’를 만나다

이윽고 숲으로의 초대. ‘삶의 마지막 축제’가 펼쳐진다. 죽음으로 들어가기.

“지금부터 제가 머무는 숲으로 여러분을 초대할 거예요. 그 숲에는 여섯 개의 작은 오두막이 있습니다. 여러분 한 사람을 위한 삶의 마지막 축제가 될 겁니다. 당신의 마지막을 누구와 함께 보내고 싶으세요? 어머니, 자녀들, 친구 누구라도 좋습니다. 오늘만큼은 마음으로 그 분들 손을 잡고 저를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피아노가 흐르고 작가의 낭독이 레가토(음과 음 사이를 끊지 말고 연주하라는 음악 용어)처럼 뒤따른다. 낭독 후 플루트 선율에 따라 죽음을 생각한다. 삶의 마지막 축제를 한다.

“얼마 못 산다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두려움을 느낍니다. 억울하기도 하죠. 그래서 아주 조금은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밖을 나가면 사람들은 내 아픔과 상관없이 사는 것 같이 느낍니다. 내 아픔을 몰라주는 것이 서럽기만 하죠. 어느 환자가 한 말이 기억나네요. 내가 죽어도 저 밖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가겠죠. 내 존재가치가 이것밖에 안 될까요? 이 분은 아무 연고도 없이 죽음을 맞이하셨습니다.”

작가는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가족 중에 환자가 생긴다는 건 힘든 일. 사소한 것이 늘 우리에겐 문제다. 일상적인 일들로 오해하거나 마음의 골이 깊어지는 일, 일상다반사다. 작가가 호스피스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떤 분은 가족에게 버려졌다는 분노만 쌓여 가족도 안 만나고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고 쓸쓸히 계시기도 했어요. 어떤 분은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컸지만, 죽음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고 싶어서 가족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분은 가족에게 아픔을 많이 줬던지, 가족에게 병간호를 맡기기 미안해서 연락도 끊고 떠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여러분은 어떨 것 같아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기에 타인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것이겠죠. 그건 이기적인 마음입니다. 남에게 사랑을 갈구하기 전에 남에게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죽는 순간까지 자기만 챙기려 한다면 이기적인 것이 되고, 남은 가족에게 상처를 줄 뿐입니다.”




삶의 마지막 축제에 만나는 음식의 고마움

‘삶의 마지막 축제’를 체험하는 것은 떠나는 이와 남은 이, 용서와 화해, 사랑과 감사를 나누기 위함이다. 작가는 우리가 있는 숲속 오두막은 마지막 인가에서 걸어서 3시간을 가야 도착할 수 있으며, 사랑하는 이 혹은 화해하고 싶은 이의 손을 잡고 천천히 올라오라고 권한다. 풍경도 묘사한다. 눈 덮인 산길을 한참 올라가면 운지버섯이 피어난 것처럼 아름답다. 땀 흘린 몸을 식혀주는 산들바람도 만나고, 나뭇가지에 매달린 벌레도 보고, 새 둥지에 긴 생명도 본다. 숲은 묵묵히 순환을 통해 내 삶의 끝도 어딘가에서 탄생하는 시작의 씨앗임을 깨닫게 한다. 아무도 걷지 않는 겨울 산의 새하얀 눈길. 그리고 생각해보자고 한다. 모두 떠나고 나 홀로 존재한다면, 살아 있는 오늘을 신에게 감사할 수 있을까.

“오랜 시간 걸어서 제가 있는 오두막에 도착했습니다. 부엌은 온기로 가득합니다. 아카시아 나무는 게으름뱅이 나무라는 별명을 갖고 있어요. 말리지 않아도 금방 불이 붙어서 게으름뱅이 나무꾼에겐 좋은 땔감이죠. 태우니 향기가 기억납니다. 추억의 향기를 맡으며 웃음 지을 수 있는 이 순간, 오늘 살아 있음에 감사합니다. 당신 한 사람을 위해 산초향 가득한 쌀과자를 식탁에 올려놨습니다. 겨울철 숲 속엔 먹을 것이 넉넉하지 않아 도토리 등을 넣어 쌀을 지었습니다. 야생 취나물, 당귀 나물에 집 간장과 천연 양조식초를 넣어 양념을 했고요. 꽁치 젓갈로 담근 배추김치, 물김치도 식탁에 올랐습니다. 인분 거름과 액비로 길러진 배추의 아삭한 식감은 눈길을 헤치며 올라온 보람을 느끼게 합니다. 우주의 힘이 가득 느껴집니다.”

먹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저자는 호스피스 요리사로서 먹을거리에 대해 가진 생각을 전한다. 자연 속에서 우리의 몸과 마음이 안식을 얻고 진정한 치유에 이르듯 자연을 닮은 음식은 몸뿐 아니라 마음도 치유하고 평화를 선물함을 믿는다고 한다. 흙(땅)의 사랑도 배운다. 뜨끔하다. 땅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살기에, 땅을 재산의 일부로만 보는 시선에 포박돼 있기에, 우리는 우주의 기운, 땅의 기운과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계속 음식이 만들어지고 밥상이 차려진다. 장작불에 밥을 하고, 생선 굽기에 알맞은 잿불 덕분에 생선이 상에 오른다. 입을 벌려 목구멍으로 다른 생명체를 밀어 넣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인간의 동물성은 슬프다. 그렇기에 우리는 먹혀지는 다른 생명체에 대한 고마움을 기억해야 한다. 삶에서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이와 나누는 밥상, 삶의 마지막 축제를 위한 밥상 앞에 그런 고마움도 떠올린다. 밥상에 오른 생명들이 전해주는 생명의 의미를 나눈다. 작가는 거듭 강조한다. 사람들, 땅을 못살게 굴었고, 지금도 그렇다는 것을. 땅에게 용서를 구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참나무처럼 참사람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을까요? 깊은 산 오가피에는 가시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 손이 잦아지면 가시가 많아집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시가 생기는 것이겠지요. 누군가 옆에서 귀찮게 하면 삶의 가시를 만듭니다. 그런 내 가시에 찔린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마지막 눈을 감기 직전까지, 우리는 숙제만 가득 안고 있다. 감사, 화해, 용서 사랑 등 풀지 못한 숙제. 숙제가 있는 한, 바로 오늘이 축제가 될 순 없다. 그러니 그 식탁은 함께 풀어야할 숙제가 있는 식탁이다. 어떻게 살았든, 남은 가족에게는 함께 한 모든 시간이 기억으로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는 다시 생각을 자극한다.

“작별이 30분 남았습니다. 당신은 누구와 무엇을 하겠습니까. 이제 10분 남았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겠습니까. 5분 뒤면 사소한 일들조차 느낄 수도, 말할 수도 없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짧은 인사가 있고, 당신은 마지막 숨을 쉽니다. 그리고 당신이 남긴 아름다운 이야기는 추억이 깃든 이야기가 되어 늘 위로가 될 것입니다.”

‘삶의 마지막 축제’의 경험은 삶을,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지를 사유하게 한다. 니체는 그랬다. “인생을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지닌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삶의 의미와 가치를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죽음을 알게 되면 오늘을 살게 되는 이유를 알 수 있음도 새삼 알게 된다.

“어느 것도 의미 없이 태어난 것이 없음을 숲에서 알게 됐어요. 삶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릴 수 있다면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 될 거예요. 이 순간 행복하게 웃고 있는 건 어딘가에서 까닭 없이 울고 있는 누군가 때문입니다. 우리가 건강한 건 어딘가에서 까닭 없이 앓고 있는 환자 덕분입니다. 우리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건 어딘가에서 까닭 없이 굶주린 누군가가 있어서입니다. 서로는 서로에게 의존해서 삽니다. 우리는 음양으로 서로를 살리는 존재입니다.”

작가는 주변을 둘러보라고 한다. ‘삶의 마지막 축제’가 곳곳에 있으니, 숭늉 한 그릇이라도 들고 찾아가 볼 것을 권한다. 진실한 삶, 행복이 무엇인지 알려줄 거라고. 그렇게 3.11을, 죽음을 떠올리게 한 봄밤이다.




독자들에게, 용서해

라이프플래너입니다. 며칠 전 고객을 떠나보냈습니다. 호스피스를 하면 떠나는 분을 계속 접할 텐데, 그 감정이 궁금합니다.

처음에 떠나보낼 때마다 우울했어요. 삶이 한 순간에 꺼지는 촛불 같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고. 그걸 보기가 쉽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나를 바라보게 됐어요. 그들이 아쉬워하고 풀지 못한 것들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형식적인 봉사였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겠죠. 그분들과의 만남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자꾸 생각하고 깨어있어야 하지 않나 싶고요.

소통하는 건 관계를 맺기 위해서인데, 요즘은 대개 관계를 끊는 소통을 하는 것 같아요.

『브레멘 음악대』라는 소통에 대한 동화를 읽었어요. 가끔 동화를 읽으면 해답을 얻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소통이 안 돼서 직장을 떠나고 삶마저도 떠납니다. 소통이 안 되는 건, 자신이 마음대로 생각하는 오해를 만들어내는 이유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기가 만들어낸 오해 때문에 타인과 소통이 안 되는 거죠. 도시에 내려와서 택시를 타는 경우가 있는데, 많은 기사님들이 얼굴을 찡그리고 있고, 질주를 할 것 같아요. 겁나요(웃음). 이럴 때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내리면서 기사님 덕분에 잘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말했더니 아, 예, 잘 가세요, 라고 인사하더라고요. 좋은 마음은 내가 먼저 열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합니다. 잘 안 되지만 노력해야 하는 거죠.

사람들과 어울리는 삶을 살다가 3년째 혼자 살면서 외로움과 고독을 어떻게 견디나요?

사람들이 내가 산에만 있는 줄 알아요. (웃음) 거기 아무도 없는 줄 아는데, 가까이 있진 않지만 집을 지어준 목수도 도와주고, 마을 사람들도 염려해서 들여다 봐주고, 산림청 관할이라 소장도 찾아옵니다. 사람은 혼자 있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요. 고비가 있습니다. 도시 사람들은 부대끼니까, 외딴 데 가서 혼자 있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혼자 있지 못해요. 굉장히 외롭고 고독하거든요. 저는 개를 키워요. 이름이 서해예요. 개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나를 보는 것 같아요. (웃음) 혼자 떠들기도 하죠. 사람은 모여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고독도 연습해야 한다고 봐요. 죽을 땐 혼자 죽으니까. 혼자 죽는 고독함을 연습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지금 숲 속에 있게 하는 힘이 뭔가요?

숲에 도 닦으러 간 건 아니고, 뜻한 바가 있었어요. 암 환자를 위한 요리를 하려고 식재료를 많이 연구했습니다. 이탈리아, 프랑스의 요리학교를 다니면서 가공식품, 냉동식품 등에 정말 문제가 많음을 알았거든요. 건강하면 상대적으로 괜찮지만, 아픈 사람들에겐 그런 음식을 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자연에서 치유되지 못한다면, 어떤 것으로도 치유될 수 없습니다. 아픈 사람들에게 음식을 해 드리면 우리 것은 잘 들어요. 서양의 향은 강해서 토하더라고요. 산 속에서 효소, 된장, 간장 등을 만들면서 암 환자 뿐 아니라 건강할 때 지킬 수 있는 음식과 요리를 연구합니다. 봄 되면 땅도 일구고 나무도 심어야 하고, 바빠요. (웃음)

아까 체험을 하면서 마지막이라고 해서 쓸쓸하기도 하고 홀가분하기도 했습니다. 죽음을 체험하다가 다시 태어나니 허탈한 기분도 들더라고요. 새롭게 꾸는 꿈이 있는지요?

나는 열정이 많은 사람입니다.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다음날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절제하는 법을 알게 됐고요.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농장을 가꾸면서 먹을거리에 대한 의식의 변화를 위해서 요리책을 쓸 계획입니다. 식재료 연구도 하고. 거기까지가 내가 할 몫이라고 생각해요. 또 죽음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죽음을 경험한 분들은 인생이 바뀌곤 합니다. 인생을 제대로 살려면 죽음에 대해 이해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작가에게 죽음이란 어떤 것인가요?

한 성인이 그랬습니다. 지금 내 삶도 모르는데, 죽음을 어떻게 아는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웃음) 자연에서 살면서 꽃이 피고 씨앗이 맺혀지고 또 다른 생명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끝이 아닌 자연의 순환이 있다는 위안을 받습니다. 내가 어떤 의미를 갖고 살아야하는지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요즘 봄이라 두릅을 많이 먹는데, 살짝 데쳐서 드세요. 독이 약간 있거든요. 두릅은 새순을 그냥 따면 안 됩니다. 낫으로 베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새순만 따면 두릅나무는 자멸한대요. 그런 이야길 들으면서, 왜 죽을까를 생각했어요. 두릅에게는 새순이 삶의 의미이자 가치인 거죠. 어떤 사람들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 않고 다른 쪽으로만 생각합니다. 나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먼저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저는 오늘을 잘 살고 싶어요.

“나는 죽음을 잘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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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 축제 용서해 저 | 샨티
플루티스트로서의 성공적인 삶, 만족스러운 일상을 꾸려나가던 한 여자가 말기 암 환자들을 위해 밥상을 차린다. 『삶의 마지막 축제』의 저자 용서해씨는 어느날 우연히 찾게된 것을 계기로 말기 암 환자들의 임종을 지키며 단 한 사람을 위한 연주를 시작한다. 그녀의 꿈은 말기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몸과 마음을 돌보는 쉼터이자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은 삶의 마지막 시간을 외롭게 보내고 있는 누군가에게, 또 그들 곁에 있는 이들에게 소박한 음식들 사이에서 사랑과 감사, 화해와 용서가 담긴 이야기를 나누는 진정한 '삶의 마지막 축제'를 가질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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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삶의 마지막 축제

<용서해> 저12,600원(10% + 5%)

플루티스트로서의 성공적인 삶, 만족스러운 일상을 꾸려나가던 한 여자가 말기 암 환자들을 위해 밥상을 차린다. 『삶의 마지막 축제』의 저자 용서해씨는 어느날 우연히 찾게된 것을 계기로 말기 암 환자들의 임종을 지키며 단 한 사람을 위한 연주를 시작한다. 그녀는 죽음을 기다리는 말기 암 환자들의 병실을 돌며 그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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