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 속 문 연 입국장 면세점…제 역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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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 속 문 연 입국장 면세점…제 역할 할까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9.05.31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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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 국내 첫 개장…SM·엔타스가 운영
600달러로 묶인 면세한도…담배·명품 등도 빠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3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서 박순자(왼쪽 여섯번째부터)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인천공항 입국장면세점 개장식'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
3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서 박순자(왼쪽 여섯번째부터)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인천공항 입국장면세점 개장식'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 처음으로 도입되는 입국장 면세점이 개장한 가운데 국민 편의 증진과 중소기업 지원, 내수 활성화 등 본래 도입 취지에 부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묶여있는 면세 한도와 미흡한 상품 구색 등으로 소비 활성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관세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첫 입국장 면세점이 31일 오후 2시 제1여객터미널과 제2여객터미널에서 일제히 문을 열었다. 입국장 면세점 사업자로 최종 선정된 곳은 에스엠면세점과 엔타스듀티프리로, 각각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과 제2여객터미널에서 점포 운영을 시작한다. 1터미널 면세점은 동편과 서편에 한 개씩 총 380㎡(각 190㎡) 규모며 2터미널은 중앙에 한 개(326㎡)가 들어선다.

입국장 면세점 판매 품목은 화장품, 주류, 향수, 포장식품, 피혁제품, 패션제품, 스포츠용품, 완구류, 전자제품, 음반, 기념품 등이다. 담배와 명품, 과일 등은 제외됐다. 출국장 면세점보다 국산품 비중이 높고 1개 품목당 600달러가 넘는 상품은 판매하지 않는다. 입국장 면세점이 생기면서 해외여행객들의 면세점 구매 한도도 기존 3000달러에서 3600달러로 600달러 늘었지만 면세 한도는 그대로 600달러로 유지된다.

우선 입국장 면세점이 들어서면서 여행객들의 편의성은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여행객들은 출국장 면세점만 있어 면세점에서 구매한 상품을 여행 기간 내내 휴대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간 수차례 도입 법안 발의에도 유보됐던 입국장 면세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혁신의 일환으로 도입 검토를 지시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첫 도입인 만큼 초기 혼란도 우려된다. 특히 입국장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국산제품 구매 시 면세범위에서 우선 공제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예를 들어 출국장면세점에서 600달러짜리 외국산 가방을 구매하고 입국장면세점에서 600달러짜리 국산 화장품을 살 경우 국산 화장품이 우선 공제가 이뤄져 외국산 가방은 과세된다.

실효성 논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현재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판매 품목에 담배가 빠졌다는 점이다. 명품도 판매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취급 품목이 다양하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입국장 면세점이 중소기업을 살린다는 취지로 들어섰지만 대기업보다 바잉파워(구매력)가 떨어져 고객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중소 면세점의 구색에 만족하지 못하는 여행객들은 결국 시내, 출국장면세점에서 제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이번 입국장 면세점 입찰전은 중소·중견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경쟁 방식으로 진행됐다. 매장면적의 20% 이상은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생산한 제품에 할애하도록 했다. 

사업권을 따낸 에스엠면세점은 입국장 면세점을 발판 삼아 흑자 면세점으로 도약한다는 각오다. 입국장 면세점 운영 첫해인 올해 매출 목표는 300억원이다. 에스엠면세점은 에스티로더, 크리니크, 랩시리즈 등과 함께 후, 설화수 등의 국내외 인기 화장품 브랜드와 조니워커, 로얄살루트, 발렌타인 등 유명 주류 브랜드를 비롯해 정관장, 패션, 액세서리, 전자제품 등의 품목을 구성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입국장 면세점 활성화에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하다. 매출 비중이 높은 담배 품목이 판매 대상에서 제외된 데다 면세 한도도 600달러로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입국장 면세점 도입 목표 중 하나인 신규 소비 창출을 위해서는 면세 한도 증액이 필수라는 게 업계 목소리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편의가 늘어나긴 하겠지만 중소·중견 면세점 대다수가 영업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담배같은 알짜배기 품목마저 판매할 수 없다면 매출이 미미할 것”이라며 “중소업체는 해외 명품브랜드 유치도 어려울 텐데 입국장 면세점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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