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구 황학동. 이곳에 주방용품가게가 모이기 시작한 건 30여년 전부터다. 가장 먼저 들어선 매장은 성동주방과 일동주방이었다. 그러던 것이 현재는 흥인사거리~황학사거리 구간이 종합주방거리로 특화돼 있다. 이 구간에 들어서 있는 점포수도 150여개나 된다. 거리는 온통 '주방기구' 간판으로 도배돼 있다. 거리에 나와 있는 제품들 역시 일반식당에서 볼 수 있는 친숙한 식기들이다.

지난 1월 말 찾아간 황학동은 매서운 한파 때문인지 의외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드문드문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로 한가한 상인들이 거리에 나와 불을 쬐거나 동료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때가 비수기인 탓이다. 황학동 종합주방시장은 12월부터 설 연휴가 들어 있는 2월까지가 불경기다. 설이 지나면 그나마 불경기가 풀리는 편.
황학동에 가면 뜨는 프랜차이즈를 알 수 있다
 
◆프랜차이즈업계의 안테나

국내 음식업체 중 열에 아홉은 이곳 황학동 주방기구시장을 찾는다. 음식료업 프랜차이즈 직원들이나 매장점주들 역시 황학동시장을 자주 찾는다. 이곳에서 매매가 빈번한 프랜차이즈업종이 현재 '뜨는' 비즈니스인 셈이다.

심재금 세창종합주방 부사장은 "지난해에는 단연 치킨집이었으나 최근에는 해산물뷔페나 이탈리안 레스토랑 창업이 많은 편"이라며 "아울러 30~4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커피숍 창업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종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자신의 매장 물품을 팔기 위해 이곳을 찾기도 한다. 대로변에는 주로 새 제품을 파는 매장들이 들어서 있지만 골목에는 중고제품 위주의 가게들이 많다.

중고가게는 신제품 가격의 30% 정도에 살 수 있다. 최근에는 체감경기가 좋지 않아 새로 가게를 오픈하려는 사람보다 물건을 팔려고 나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

심 부사장은 "실물경기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아직 좋지 않은 것 같다"며 "신규 창업자보다 폐업하는 사람들이 많다. 새 제품을 사러 오는 사람보다 중고제품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중고시장은 그나마 활성화 된 편"이라고 말했다. 중고시장은 10평 미만의 영세 상인들이 주로 찾는다고. 
황학동에 가면 뜨는 프랜차이즈를 알 수 있다

황학동 주방기구시장은 워낙 매장이 많고 다양해 매장끼리의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규모가 큰 업체들은 주방용품 판매 외에도 창업자들에게 창업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들은 어떤 매장을 낼 것인지부터 예산에 맞춘 설비제작과 물품 구입 등까지 상담해준다. 또 무료로 매장 도면을 그려주기도 한다. 실측한 매장을 토대로 전문적인 캐드(CAD)작업으로 레이아웃을 그려주는 것이다.

◆ 온라인 판매는 드물어

황학동시장은 온라인 판매가 드문 편이다. 5만여종이나 되는 주방기구를 온라인으로 관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원종합주방은 온라인사업으로 성공한 케이스다. 거의 유일하게 온라인사업을 하고 있는 대원종합주방은 온라인에서도 2만여종의 주방기구를 판매한다. 온라인 판매를 담당하는 박인동 대원종합주방 과장은 "황학동에는 오랫동안 장사만 해오던 상인들이 대부분이어어서 온라인사업을 구축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온라인사업은 직접적인 판매보다는 광고효과가 더 크다"며 "요새 젊은 창업자가 많아 직접 내방하기 전에 온라인으로 먼저 찾아보고 온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판매는 아무래도 지방이나 해외 고객의 수요가 많다"며 "앞으로 황학동도 점차 온라인 매장을 늘려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