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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배우 조재현씨가 고문을 받으며, 한 인간의 인생이 허물어져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mini**** 조회수 5,210 작성일2013.01.03
예전에 베스트셀러 극장이었는지, TV문학관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조재현씨가 고문을 받으며, 한 인간의 인생이 허물어져가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었습니다.

극장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구요.

제목만이라도 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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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
우주신
영화 8위 분야에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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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기억에도 굉장했던 드라마인데 이상하게 이후에는 케이블쪽으로도 전혀 재방이 안되고 자료도 거의 없습니다.

 

떠도는 신화

기획 특집 드라마 제1편 
[MBC 가이드][프로그램] 1992년 12월호 
 
기획 / 김지일
극본 / 이산
연출 / 정운현
방송 / 새해 1월 초 예정
글 / 김진수(문학평론가)
사진 / 박용흥(홍보실 출판부)  
 
참인간성 구현을위한 소중한 노력들 
   
 [‘참인간성 구현’을 위한 특집 드라마 첫 편인 「떠도는 신화」는 1981년 「마당」지에 연재됐던 실화인 ‘김근하 어린이 유괴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극화한 것이다. 「떠도는 신화」는 여론과 법의 폭력 속에서 희생당한 주인공의 슬픈 투쟁을 통해 인간 존엄성의 문제를 생각게 하는 진지한 드라마가 될 것이다.]  
 

--- 중략 -----

 

  이제 「떠도는 신화」로 돌아와보자. 이 드라마는 당시 전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단 1969년 ‘김근하 어린이 유괴살인 사건’으로 구속된 한 남자의 이야기다. 김태수라는 청년이 유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구속됐다가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는다. 그러나 2심에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마지막 3심에서는 무죄 확정 판결을 받고 석방된다. 이 실화는 1981년 「마당」지에 3회에 걸쳐 연재되기도 했는데, 사건은 결국 진범이 밝혀지지 않은 채 1984년 공소 시효가 만료되어 영원히 미궁 속에 묻혀버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떠도는 신화」는 작가 이선이 극본을 쓰고 정운현 프로듀서가 연출을 맡았다. 「떠도는 신화」의 줄거리를 따라가면 다음과 같다.

 

해병대 출신의 건장한 체구를 가진 김태수는 결혼을 며칠 앞두고 어느날 갑자기 들이닥친 형사들에 의해 어린이 유괴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받아 강제 연행된다. 신문사에 근무하는 조민재 기자는 그것을 특종으로 보도하고, 여론은 ‘범인을 빨리 잡으라’고 들 끓어오른다. 태수의 거듭된 부인에도 경찰과 검찰은 온갖 회유와 물리적인 폭력으로 그에게 범행자백을 받아내려고 한다. 언론과 여론은 그를 진범인 양 몰아간다. 그가 체포되자 신문, 방송은 앞다투어 그의 가족의 신상을 부풀려 떠들어대고, 있지도 않은 전과를 들먹거리는 것이다. 심지어는 친구들과 어울려 먹은 외상술까지 추적해내서 그를 사기꾼으로 몰아세운다. 강제된 자백과 언론의 폭력에 그는 마치 악마의 표상 같은 인물로 매도된다. 결국 그는 1심 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만다.

 

  그러나 범행 부인과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판결받은 태수는 체포된지 447일 만에 출소한다. 그러나 그가 구속돼 있는 동안, 그와 결혼을 약속한 애인은 그의 결백을 믿었지만, 집안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자 그를 포기하고 떠나버린다. 이제 그에게 남겨진 것은 정부로부터 받은 몇 푼의 보상금과 망가진 인생뿐이다. 건강하던 그의 육체와 정신은 허물어졌고, 주위 사람들은 끊임없이 의혹의 눈초리로 그를 대한다. 재판 과정에서 알게 된 변호사와, 자신이 쓴 기사를 반성하면서 그에게 관심을 보여즌 조 기자의 도움으로 태수는 몇 군데 취직해서 ‘재활’의 길을 걷기도 하나, 냉랭한 사회의 눈초리는 집요하게 그를 쫓아다닌다. 그는 법적으로 무죄였지만,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유죄’ 상태에서 살다가 젊은 나이에 인생을 마친다.

 

  이처럼 「떠도는 신화」는 여론과 법의 폭력 속에서 희생당하는 연약한 한 개인의 처절한 삶과, 무죄 판결을 받고서도 사회의 냉대와 무관심과 불신으로 정신적 피해를 받아 결국에는 요절할 수밖에 없었던 한 불행한 인간을 통해서 인간성의 문제를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다. 이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은 조 기자의 목소리를 통해 다음과 같이 묻고 있다.

 

  “지금도 나는 묻고 싶다. 과연 우리 중 누가 이 연약한 남자의 죽음으로부터 떳떳할 수 있는가를… 신화가 돼버린 이 사건의 의미를 오늘도 묻고 싶다.”

 

  이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정운현은 이렇게 말한다.

  “사실 그 사건은 1982년에 윤여정 씨가 「신화 1900년」이란 희곡으로 발표해 ‘대한민국 연극제’ 각본상을 받기도 했어요. 그러나 이번 드라마는 그 희곡과는 접근 방법이 좀 다릅니다. 그 희곡에서는 범인으로 지목된 주인공의 어머니나 가족, 기자는 무죄를 확신하지만, 검사는 확신을 가지고 그를 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그 희곡은 ‘확신의 오류’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만들려는 드라마는 ‘폭력’ 앞에 선 한 개인의 왜소함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힘없는 한 인간이 어떻게 법과 여론의 폭력 속에서 죽어갔는가를 휴머니즘에 호소하고자 하는 것이죠. 소재 자체가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드라마는 다큐멘터리 성격이 강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의 아픔을 내면으로부터 보여주는게 아니라, 거리를 두고 대상화해서 객관적으로 그려보이게 될 겁니다. 제1부는 법에 의한 ‘유형의 폭력’을. 제2부는 사회에 의한 ‘무형의 폭력’을 다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12월 20일경까지 촬영을 계속할 「떠도는 신화」는 절반쯤 촬영을 끝냈다고 한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역에는 연극 「에쿠우스」의 제5대 앨런 역으로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분 신인상을 받은 조재현이 맡았다. 최근에 영화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에 출연했는데, 이 작품은 올해 낭트 영화제에 출품됐다고 한다. 언론인의 양심을 표상하고 있는 조 기자 역에는 정동환, 태수의 애인 역에는 신윤정, 그리고 변호사 역에 유인촌, 검사 역에 김병기가 등장한다.

 

  “별로 자신이 없어요. 소재주의 드라마가 돼서 괜히 변죽만 울릴까봐 걱정이 됩니다. 테마가 나무의 줄기와 같은 것이라 하더라도, 드라마는 겨울 나무처럼 앙상해서는 안 되죠. 잎이 무성한 여름 나무처럼 그 줄기는 잎사귀에 가려있어야 하는데, 이 드라마가 겨울 나무처럼 될까봐 걱정입니다.”

  프로듀서 정운현의 조심스런 말이다.

 

  어쨌든 우리 시청자로서는 좋은 드라마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참인간성 구현’을 위한 기획 특집은 삭막하기 이를 데 없는 반인간적 불신의 시대를 반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울러 ‘참인간성’이란 어떤 것이고, 왜 중요한지,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지를 함께 생각해보는 소중한 기회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모든 생각과 행위가 인간다움을 위한 것일진대, 인간성이 눈에 보일 만큼 마모되고 상실돼가는 현실에서, 인간다움의 중요성이 점차 잊혀져 가는 이 시대에, MBC의 이번 기획 특집이 제기하는 문제는 그 만큼 더 의미를 지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연출가 정운현의 말대로 “드라마의 근본 목적일 수도 있는 휴머니즘의 구현”은 바로 우리 삶과 궁극 목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201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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