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의 ‘서민’에는 신분이 있다?

기사승인 2019-09-17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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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의 ‘서민’에는 신분이 있다?

16일부터 연 1%대의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접수가 시작됐지만, 기준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 가운데 집값이 9억 원 이하이며, 부부 합산 연 소득이 8500만 원 이하면,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해 받을 수 있게 된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받으면 대략 3%대인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1.85~2.20% 수준의 고정금리형 담보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당연히 원리금 상환 부담도 낮아진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의 총 한도는 20조 원이다.

금융위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시행하는 이유로 주택담보대출 구조개선을 내건다. 주택담보대출을 변동금리형에서 고정금리형으로 점차적으로 바꿔나가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서민과 실수요자의 주택금융 비용부담을 경감시키는 목적도 있다고 금융위는 설명한다.

문제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조건이 지난 2일부터 시행되어 온 햇살론17 대출조건과 크게 대비가 된다는 점이다. 안심전환대출의 대출금리는 1.85~2.20%이고 대출한도는 총 20조원에 이른다. 이에 비해 햇살론17의 금리는 17.9%이고 대출한도도 안심대출의 100분의 1인 2000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햇살론 이용자의 소득수준은 안심대출 이용자의 소득수준보다 훨씬 낮다. 햇살론17은 연소득이 3500만 원 이하이거나,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이면서 연소득 4500만 원 이하인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다. 햇살론 신청자들은 대부분 소득과 신용등급이 낮아 제도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고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리는 처지로 내몰렸던 사람들이다.

때문에 정부가 안심대출에는 1.85~2.20%의 금리를 적용하면서 햇살론 대출에는 17.9%의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가혹하단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민중당 김종훈 의원은 금융위는 금리부담 능력이 가장 낮은 계층에 가장 높은 금리를 적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의 정책금융이 상업은행 원리에 따라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금융감독원의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부업 이용자는 약 220만 명에 이르고,  이들이 대부업을 이용하게 된 데는 정부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사회보장체제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구조조정, 규제완화 이후 금융기관들의 수익 위주 경영, 재정 부양을 위해 빚내서 소비하게 한 정책(카드 대란) 등이 우리사회에서 고리사채 문제를 만들어낸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고리사채 문제는 정부(금융위)가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한다”며 “금융위는 햇살론 금리를 대폭 낮추고 대출 총 한도도 크게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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