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가 아닌 재학생·동문들이 집회 주도… 광화문 공동집회 예고
  • ▲ 서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로 대표되는 ‘SKY 대학’들이 19일 조국(54) 법무부 장관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 모인 고대 재학생 및 졸업생들.ⓒ박성원 기자
    ▲ 서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로 대표되는 ‘SKY 대학’들이 19일 조국(54) 법무부 장관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 모인 고대 재학생 및 졸업생들.ⓒ박성원 기자
    “무법자 조국이 검찰개혁 웬말이냐.”
    “나는 되고 너는 안 돼. 조로남불 물러나라.”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상징하는 ‘SKY’ 학생들이 19일 조국(54) 법무부장관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각 대학의 촛불집회는 총학생회의 주도가 아닌 재학생과 동문들이 주도했다.

    조 장관은 지난 9일 법무부장관에 취임했지만 아직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사모펀드 의혹과 딸의 표창장 조작 논란을 떨쳐내지 못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조 장관에 대한 의혹이 깊어지자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다시 촛불을 들었다.

    고려대, 조국 부녀 ‘동시 비판’ 

    고려대 재학생·졸업생 200여 명은 조 장관과 딸 조씨를 규탄하기 위해 이날 오후 7시쯤 고려대 안암캠퍼스 중앙광장에 모였다. 고려대의 이번 집회는 지난달 23일과 30일, 지난 6일에 이어 네 번째 촛불집회다.

    집회 참가자들은 양손에 ‘조로남불’ ‘부정입학 즉시취소’ 등의 내용이 담긴 팻말을 들고 “검찰개혁 웬말이냐, 지금 당장 사퇴해라”며 조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고려대 집회 집행부 대표 이아람(31·고려대 06학번) 씨는 “고려대 입학처는 (조씨 논란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고려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목소리를 모두 무시하는 일”이라며 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위선이 판치는 사회가 아닌 공명정대하고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사회를 원한다”며 “조 장관 딸의 입학취소와 더불어 조 장관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고려대 집회 집행부는 “사기입학 취소하라” “고려대학교 입학처는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고려대 본관으로 행진했다. 이아람 씨는 조 장관의 딸 조씨의 고려대 입학취소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고려대 측에 전달했다. 

    이날 자유발언자로 나선 김현종(경영학과·19학번) 학생은 “조 장관은 정의롭지 못한 이들을 비판했지만, 지금은 똑같이 행동하고 있다”며 “백(뒷배경)을 이용하면 SCIE급 논문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꼬집었다.
     
    고려대 19학번이라고만 밝힌 한 학생은 “법이 존재하는 것은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며 “그만큼 법무부장관의 자리에는 무엇보다 이것을 잘 아는 사람이 앉아야 한다. 그러니 정의를 지키지 않은 조 장관은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고려대 집회에는 앞선 집회들과 달리 일반인들도 참여했다. 마지막으로 발언대에 오른 한 재수생은 “조 장관 딸은 자격도 없으면서 고려대와 서울대 대학원,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하고 장학금도 받았다”며 “지금도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다. 조 장관과 그 딸은 이것을 무참히 짓밟았다”고 개탄했다.
  • ▲ 서울대 집회는 19일 오후 8시 관악캠퍼스 아크로 광장에서 개최됐다.ⓒ뉴시스
    ▲ 서울대 집회는 19일 오후 8시 관악캠퍼스 아크로 광장에서 개최됐다.ⓒ뉴시스
    서울대 “내로남불 일삼는 모습에 전 국민 실망하고 경악”

    조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는 서울대에서도 열렸다. 서울대 집회는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구성된 '제4차 서울대인 촛불집회' 추진위원회가 이날 오후 8시 관악캠퍼스 아크로광장에서 주도했다.

    서울대 집회도 총학생회가 아닌 학생 개인 자격으로 주최했으며,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었다. 이날 아크로광장에는 500여 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해 조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서울대 촛불집회를 주도한 서울대 재료공학부 박사과정 김근태(30) 씨는 "앞에서는 정의를 외치고 뒤에서는 편법을 일삼는 조국 교수는 법무부장관 자격이 없다"며 “지금까지 드러난 수많은 의혹과 위선, 내로남불을 일삼는 당신의 모습에 전 국민이 실망하고 경악했다”며 조 장관을 비난했다.

    물리천문학부 졸업생인 김석현 씨는 "지금까지 제기된 수많은 의혹만으로도 충분히 자리에서 내려올 만하다"며 "개혁이란 것은 배를 가르는 외과수술 같아서 누구보다 깨끗한 손으로 해야 한다. 무엇을 만졌는지 모르는 의사에게 수술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누군가는 이 정부가 촛불의 힘으로 태어났는데 어떻게 촛불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며 “우리의 촛불은 어느 한 정파의 소유물이 아니고, 누군가 촛불을 자기 것이라 여기고 통제하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는 5명의 기조발언과 행진을 거쳐 서울대 법대 앞의 ‘정의의 종’을 세 번 타종하고  끝났다.
  • ▲ 연세대학교에서도 이날 조국 법무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연세대의 조 장관 규탄 집회는 이번이 처음이다.ⓒ이종현 기자
    ▲ 연세대학교에서도 이날 조국 법무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연세대의 조 장관 규탄 집회는 이번이 처음이다.ⓒ이종현 기자
    연세대 첫 집회…재학생·교수·중장년 동문들 집결 

    연세대에서도 이날 조국 법무부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연세대의 조 장관 규탄 집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집회는 재학생뿐 아니라 교수, 중·장년 동문들도 모였다. 250명 규모의 참가자들은 연세대 신촌캠퍼스 학생회관 앞에 모여 ‘조국 OUT!’ ‘조로남불 물러가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과 LED 촛불을 들고 조 장관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최 측은 학생증과 졸업증명서를 확인해 '외부인'의 참가를 제한했다.

    주최 측은 “(조 장관이 퇴진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편법을 쓰든 나쁜 짓을 하든 결국에는 다 덮힐 수 있다”며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 더 높은 자리의 사람이 있으면 덮을 수 있다는 상징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세대 동문으로 구성된 ‘연세 조국 법무부장관 퇴진 촉구집회 집행부’ 이재성(29) 졸업생은 “조 장관은 기회의 평등함, 과정의 공정함, 결과의 정의로움이라는 가치를 훼손했으며, 과거 발언들을 통해 스스로 설정한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며 "임명권자가 조 장관을 임명한 것은 정의와 책임성에 대한 훼손을 묵인한 것"이라고 질책했다.

    집행부 단장인 연세대 경영학과 강지훈(20) 학생은 "(이번 집회를 집행하는 것으로) 피해를 입을까 두렵지만, 이에 대한 분노가 커 진행하게 되었다"며 "부정 위에 세운 개혁은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도 조 장관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이삼현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는 “우롱하려는 사람은 누구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게 상식적 대응이다. 우리가 조국 장관을 용서하지 않기 위해 여기 모였고, 많은 사람들이 용서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이 나라에서 상식적인 일들이 더이상 비상식적인 일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상식적인 게 비상식이 되면 (나라는) 바로 몰락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공동선언문 낭독…광화문광장에서 공동 집회

    각 대학 촛불집회 집행부는 이날 집회를 마무리하며 공동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수많은 불법을 저지른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강행했다”며 “이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받았던 도덕성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져버렸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고, 그 선택에 대한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각 대학 집행부는 앞으로 광화문광장에서 공동 집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이하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공동선언문 전문

    국가가 어떤 이념적 정체성을 추구하느냐도 중요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정치에서는 이념보다는 정화가 먼저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양쪽 진영 모두에서 대형 부정부패, 비리, 위선 등을 뿌리뽑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어떠한 정치적, 이념적 논의도 그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정농단이라는 타이틀 아래 국민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긴 박근혜 정권을 국민들의 한뜻을 모아 촛불로 탄핵시킨 이후 그 상처를 보듬어줄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를 한 몸에 받고 탄생한 정부가 지금의 문재인 정부입니다. 문재인 정권은 기회의 평등함, 과정의 공정함, 결과의 정의로움이라는 가치를 강조하며 출범했습니다. 하지만 현 정권이 보여주는 부패와 위선은 지난 박근혜 정권 탄핵 이후 국민의 상처를 치료해주지는 못하고 오히려 더 깊이 후벼 파고 있습니다. 이 정권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사죄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국정을 이어가지 않는다면 이 상처는 치유 불가능할 정도로 깊어질 것입니다.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6월1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입니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높은 도덕성이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높은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도덕적 가치를 더 높게 존중하는 DNA를 우리가 가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작은 도덕적 흠결만 보여도 국민들로부터 훨씬 많은 질타와 비판을 받게 된다." 이렇게 말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수많은 불법을 저지른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강행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받았던 도덕성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져버렸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고, 그 선택에 대한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더 늦기 전에 다시 한번 단합하여 불의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분열된 국민들을 한 데 아우를 수 있는 그 대의는 우리 모두가 3년 전 공유하고 동의했던 반 부정부패에 대한 목소리가 되어야 할 것이고, 또 이 운동을 전개하는 주체는 앞으로의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오로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갈망하는 순수함을 지닌 청년들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우리 순수한 청년들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두렵고 앞이 어둡지만, 우리가 촛불로 하나 되어 밝은 빛을 비춰 나간다면 세상을 정의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집회를 끝으로 더이상 학교 단위가 아닌 전국적으로 학생들이 모일 수 있는 전국 대학생 연합 촛불집회를 전국 대학생들에게 공식적으로 제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