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이라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 류현진의 사이영상은 생각만큼 압도적일 정도로 낙관적이진 않습니다. 일단 제이콥 디그롬과는 격차가 큽니다. 사실 다승은 팀 성적과도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라 20승 같은 상징성이 아니라면 의미가 그렇게 크진 않습니다. 이것보단 1점대 평자만으로도 점수가 크긴 하지요. 물론 경쟁자 중엔 1점대가 없어야하지만. 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지표가 탈삼진입니다. 류현진의 탈삼진 능력이 상위급 투수 중에선 상당히 떨어지기 때문에 류현진 지지하는 사람들이 계속 탈삼진을 무시하고 평자가 더 중요하다고 우기는데요. 다승이 팀 성적에 밀접한 관련이 있듯 평자도 팀 동료들. 즉 야수들의 수비력에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류현진이 땅볼 유도를 잘한다고 하는데 그걸 처리하는 것은 야수들입니다. 문젠 실책이 많다고 자꾸 욕들을 하는데 야수는 사람이지 기계가 아닙니다. 땅볼 유도를 많이한다는 것은 내야진의 수비 부담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이고 이는 곧 실책률도 올라가는걸 의미하는겁니다. 내야진이 무조건 완벽하게 처리해줘야만 하는건 없습니다. 그리 따지면 류현진도 모든 공을 실투 하나 없이 다 제구해야지요. 그런데 아니란 말입니다. 류현진도 수많은 안타나 홈런을 허용하고 볼넷도 허용합니다. 이게 투수에게 있어서 모두 실투 아닌가요? 그런데 왜 내야진들은 무조건 실책이 없어야할까요? 아니란겁니다. 이 수비 부담률을 적게 만들고 또 야수들의 관여도가 적은 순수 투수의 실력을 보는 지표가 바로 탈삼진입니다. 그래서 탈삼진은 상당히 중요한 지표이고 평자보다 결코 밀리는 지표가 아니란거지요. 문젠 디그롬이 그저 10승 1점대만으로 사이영상을 수상한게 아니란겁니다. 일단 당시 경쟁자였던 슈어저는 20승 투수가 되진 못했습니다. 다승에서 격차는 컸으나 20승 상징성은 갖지 못했습니다. 다만 슈어저가 300탈삼진의 상징성은 가졌는데 문젠 디그롬의 탈삼진도 269개나 되었단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217이닝 소화를 했으며 1점대 평자를 기록했고 또 하나 상당히 중요한 지표인 WAR 수치에서도 디그롬이 슈어저를 능가했습니다. 이닝도 3이닝 정도의 차로만 밀렸을뿐이고. 결국 이런 부분으로 디그롬이 받은거지 그저 1점대 평자만으로 받은게 아닙니다. 그리고 작년 AL 볼까요? 블레이크 스넬이 사이영상이긴 했는데 벌랜더와 격차가 크지 않았습니다. 힘겹게 받았지요. 스넬이 1.89의 평자였는데 벌랜더는 2.52라서 격차가 꽤 있었습니다. 게다가 스넬은 21승이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받았습니다. 일단 탈삼진에서 무려 70개 정도나 스넬이 밀렸습니다. 이닝도 30이닝 이상차가 있었고요. WAR의 경우 bWAR 쪽은 스넬이 위였지만 fWAR에서는 벌랜더가 위였고 스넬은 상당히 많이 밀렸습니다. 결과적으로 20승, 1점대로 20승 실패, 2점대 투수를 압도하지 못했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지요. 일단 류현진의 경우 20승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불가능이라고 보면 됩니다. 15~16승 정도하는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치로 보이니깐 다승 부분에서 딱히 점수를 많이 받긴 어렵습니다. 물론 앞서 얘기했듯 중요도에서 오히려 상대적으로 좀 밀리구요. 20승 상징성 없는 이상. 평자는 확실히 격차가 좀 있으니 유리하지만 역시 탈삼진이 너무나 밀립니다. 이번 쿠어스에서도 불펜 투수급도 안되는 탈삼진 숫자입니다. 리그 10위권에도 들어오지 못하고 있고 슈어저가 부상으로 빠져서 134.1이닝 소화에 묶여있음에도 189개의 탈삼진인데 류현진은 이닝에선 이번에 힘겹게 넘어 135.2이닝이 되었지만 탈삼진은 117개에 불과합니다. 아직도 70개 이상 격차입니다. 그나마 슈어저 부상 덕분에 조금 나아진건데 슈어저 계속 나왔으면 100개 격차는 순식간이었을겁니다. 이건 너무 심할 정도의 격차예요. 디그롬은 물론이고 스넬조차 이런 격차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WAR... 이것도 슈어저에게 털리는 류현진입니다. 그나마 bWAR에서는 류현진이 슈어저와 격차가 크지 않지만 fWAR에서는 압살당하는 수준입니다. 심지어 디그롬, 스트라스버그도 류현진보다 위입니다. 결국 평자 하나 밖에 없어요 류현진은. 디그롬은 물론이고 스넬과 비교해도 류현진이 훨씬 내세울 지표가 없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변이 없는한 왠만하면 받는다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어보이네요. 그나마 슈어저의 부상 덕분에 확률이 조금 더 올라간 정도? 일단 200이닝부터 찍는 것도 중요한데 이것도 잘될지 두고봐야하고 그나마.. 이건 상대적으로 쉬워보이지만 그동안 워낙 건강하지 못했기에. 그리고 슈어저만이 아니라 스트라스버그도 지금 치고 올라오고 있어서 알 수가 없습니다. 얘는 3점대 평자라서 아직은 밀려보입니다만 이후 평자 관리 제대로 해버리면 지금 혼자 14승으로 다승 독주 체제인데다 탈삼진도 류현진보다 훨씬 앞서고 슈어저에게 밀리는 정도인지라 알 수 없습니다. 여튼 탈삼진 쪽은 일단 포기해야겠지만 최소한 선두권과 격차를 최대한 좁혀야한다고 보는데 지금 심각한 탈삼진 수준으론 점수를 왕창 깎아먹을 것으로 보이구요. WAR 수치도 당연히 이러니깐 위협받는건데 역시나 격차를 좁혀야합니다. 200이닝은 기본으로 가줘야하고. 이게 아니라면 단순히 1점대 평자만으론 내세우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1점대 초반 평자로 가서 조정평자에서 역대급 성적 기록하고 경쟁자들은 2점대 평자에 머문다면야 노려볼만도 하지만 과연 1점대 초반 평자 + 200이닝이 가능할지도 모르겠고요. 조정평자는 지금 기준에선 류현진이 역대 9위이긴 한데 첫번째 쿠어스 등판 직전에 기록하고 있던 그 조정평자 수치를 찍어준다면야 그건 이변이 없는한 사이영상이었을텐데 탈삼진도 밀리는 상황에서 지금은 좀 상징성이 많이 없지요. 일단 상을 받기 위한 임팩트가 많이 부족합니다. 디그롬, 스넬에 비해서요. 정리하자면 디그롬처럼 평자만이 아닌 이닝, 탈삼진, WAR 수치도 가져가거나 안된다면 스넬처럼 평자만이 아닌 20승, 200탈삼진 정도는 추가되어줘야한단겁니다. 그렇게 언론에서 자랑하던 볼삼 비율도 최근 볼넷 늘어나면서 슈어저에게 역전당해버렸고 뭔가 임팩트 있는 다른 기록들이 필요합니다. 솔직히 지금 딱 이 기준에서 사이영상 뽑으라고 하면 저는 슈어저 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