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권 프로야구 성적 바라보는 상위 대기업의 속내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19.08.30 07:12 ㅣ 수정 : 2019.08.30 09:32

바닥권 구단 성적 바라보는 대기업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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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8월 30일 기준 KBO 리그순위 [그래픽=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재계 순위 상위권 기업의 2019년 프로야구 팀 성적이 바닥권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모기업의 속내도 복잡하다.

하위권을 감수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공격적 투자에도 성적이 나오지 않아 속을 끓이는 곳도 있다.

한국 프로야구 관중이 2년 연속 감소했다. 27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올 시즌 전체 경기의 75%(542경기)를 소화한 지난 12일 기준 관중 수는 569만 6,9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17만 7,400명 보다 약 8% 감소했다.

이에따라 프로야구 관중은 4년만에 7백만명대로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KBO와 10개 구단이 목표로 세웠던 관중 수는 878만명이었다.

 

인기팀 성적추락에 프로야구 인기 동반하락

식당 치킨 생맥주 등 골목상권 경기부진 초래

야구장에 직접 가서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 뿐 아니라 여러 스포츠 채널의 중계를 보는 시청자 또한 각 방송사의 평균 시청률 기준으로 현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같은 프로야구 흥행부진은 시즌 초반 상위권과 하위권이 일찌감치 나눠져 흥미가 반감된데다, 전통적으로 팬이 많은 인기팀인 기아 롯데 한화가 바닥권으로 추락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올 시즌 프로야구 침체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식당, 치킨 생맥주 등 골목상권은 물론 편의점 등의 매출을 감소시키는 악순환을 불렀다.

 

삼성라이온즈 부진은 ‘1등주의’ 포기 탓?

27일 기준 프로야구 순위 하위권은 7위 기아 8위 삼성 9위 롯데 10위 한화로 재계 순위 1,2,5,7위의 상위권 기업이 프로야구 성적은 바닥권이다.

하위권을 맴도는 프로야구 팀을 바라보는 모기업의 입장은 제각각이다. 일부러 하위권을 ‘방치’하는 듯한 기업도 있고, 적극적인 지원에도 성적이 안나와 초조한 기업도 있다. 삼성과 현대·기아차는 전자, 롯데와 한화는 부진한 성적에 답답한 모습이다.

프로야구 초창기 삼성은 과감한 투자로 삼성라이온즈가 ‘돈성’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 삼성의 적극적인 투자로 삼성라이온즈는 2011년~2015년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 2011~2014년 4년 연속 코리안시리즈 제패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또 1997년~2008년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역대 1위) 1984년~1993년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역대 2위)하는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2015년 코리안시리즈에서 패배한 뒤 삼성라이온즈는 그룹에서 제일기획에 매각됐고 이후 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일기획으로 소속이 바뀐 뒤 삼성라이온즈는 몸값이 비싼 선수들을 내놓거나 FA시장에서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이전까지 이건희, 이재용 구단주의 삼성 라이온즈에 대한 애착도 각별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수시로 가족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는 모습을 보였고, 입원중인 이건희 회장이 이승엽 선수의 홈런이 나오자 “눈을 번쩍 떴다”고 홍보할 정도였다.

삼성이 삼성라이온즈에 대한 ‘집착’을 버린 것과 관련, 2015년에 터진 선수들의 해외 원정도박 사건이 계기라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삼성 안팎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꾸준히 추구해온 ‘1등주의’의 부작용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설이 더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의 눈부신 실적으로 압도적인 재계 1위를 구가하던 삼성이 프로야구에 농구,배구까지 지배하자 국민적 반감이 조장되는 부작용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 무렵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일했던 관계자는 “왜 프로야구까지 삼성이 1등이냐며 앤티세력이 생겨나는 것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논의가 있었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 무렵 삼성그룹 및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및 변칙승계 의혹이 불거지고 사법당국의 수사로 이어진 것도 삼성 라이온즈와 일정한 거리를 두게 만든 요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2017년 우승후 흔들리는 기아 타이거즈 왕국

현대·기아차그룹은 2001년 그때까지 한국시리즈 9회 우승에 빛나는 프로야구 명문팀, 해태 타이거즈를 인수해, 기아 타이거즈로 만들었다. 기아 타이거즈는 2009년과 2017년 두차례 한국시리즈 우승한 차지,명문 팀의 전통을 이어갔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기아타이거즌 연패를 거듭하며 팀 성적이 꼴찌로 추락하자 2017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김기태 감독이 사퇴하는 등 하위권을 헤매고 있다.

구단주인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의 기아 타이거즈에 대한 애정도 깊다. 간혹 SK와 경기가 있으면 최태원 회장과 내기를 할 정도라고 한다.

그렇지만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기아타이거즈 전략 유지 및 향상을 위한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기아 타이거즈에 대해 현대차그룹 내에서 제기되는 딜레마가 있다. 현대·기아차 그룹의 지역적 근거지는 울산인데 이 지역 주민들의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이 때문에 기아 타이거즈와 경기가 벌어지면 영호남 라이벌 대결로 비화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 모기업인 현대차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부담이 되고 있다.

 

자이언츠 우승에 목마른 롯데그룹, 운영미숙으로 매년 하위권

롯데그룹은 최근 몇 년간 롯데 자이언츠에 공격적 투자를 감행했다. 올해 롯데의 팀 연봉(외국인, 신인 선수 제외)은 101억 8300만원으로 10개팀 최고액이다.

연봉 총액이 100억원을 넘는 팀도 롯데가 유일하고, 평균 연봉도 1억 9583만원으로 2억원에 가장 가까운 팀이다. 하지만 올해 팀 성적은 9위와 10위를 오갔고 급기야는 이윤원 구단 단장과 양상문 감독이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롯데의 자이언츠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지난 2015년 발생한 신격호 창업주의 장남과 차남인 신동주, 신동빈 형제간에 벌어진 경영권 다툼, 이른바 ‘형제의 난’이 계기가 됐다.

‘형제의 난’에서 승리한 신동빈 회장이 내놓은 롯데그룹 이미지 개선책 중 하나가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투자확대’였다. 당시 롯데 자이언츠의 성적부진이 부산 경남지역 중심으로 롯데그룹에 대한 반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의 감독과 코치, 선수 등 팀과 그룹에서 파견된 사장급 단장 등 ‘프런트’는 잦은 불협화음을 빚었다.

2014년 프런트에서 선수들을 감시하기 위해 설치한 ‘CCTV 사건’, ‘프랜차이즈 스타’ 이대호 선수와의 ‘연봉조정 신청’, 지난해 발생한 외국인 투수 린드블럼과의 분쟁 등 운영미숙이 매년 하위권에서 맴도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애정만큼 성적 안 나와 답답한 한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만큼 팀, 한화 이글스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구단주는 없다. 한화 이글스가 롯데 자이언츠와 마찬가지로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우승이 없다 보니,“김승연 회장의 소원중 하나가 한화 이글스 우승”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김 회장은 한화 이글스를 명문팀으로 만들기 위해 해태 타이거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응용 감독을 영입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팀을 맡겼다. 그래도 팀 성적이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자 한화는 팬들의 요구대로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김성근 감독의 요구에 따라 수백억원을 들여 FA 시장에서 몸값이 비싼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도약을 꿈꿨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가족적인 기업 분위기, 의리를 중시하는 김승연 회장이 한화 이글스에 대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지만 성적이 나오지 않아 답답해 하는 임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김승연 회장의 한화 이글스에 대한 애정이 과거같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반면 올 시즌 줄곧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SK, 두산, LG그룹쪽은 느긋한 분위기다. SK그룹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SK 와이번스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 최태원 회장의 경영복귀 이후 좋아진 그룹 분위기를 이어가길 기대하고 있다.

LG그룹 또한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LG트윈스가 최근 몇 년 들어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을 반기면서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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