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원천 금지” 헌법 위에 선 경찰

박용하 기자

‘2차 민중총궐기’ 불허 결정…민주노총 ‘강행’ 확인

법조계 “집회 자유 침해 위헌…허가제로 변질 우려”

경찰이 다음달 5일 열릴 예정인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2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아예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법조계에선 이번 방침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과 대법원의 판례에 비춰 지나친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은 집회를 강행하기로 했다. 경찰과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5일 집회 금지 통고

2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전날 오전 전농에 “2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금지한다”고 통고했다. 경찰이 집회 금지의 근거로 든 것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5조와 12조다. 집시법 5조는 ‘집단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시위’를 금지 대상으로 적시하고 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은신 중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29일 500여명의 경찰이 배치돼 검문 등을 벌이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은신 중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29일 500여명의 경찰이 배치돼 검문 등을 벌이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경찰은 전농이 지난 14일 ‘광화문 집회’ 주도 단체이며, 이들이 참여한 가운데 집회에서 폭력사태가 일어났다는 이유를 근거로 들었다. 다음달 5일 집회의 주체와 목적이 1차 집회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또다시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경찰 조치는 위헌 소지”

하지만 법조계에선 경찰의 논리가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적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한 관계자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시위를 근거로 집단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 공공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경찰의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법에 명시된 ‘명백한 위협’에 대해 지나치게 넓게 해석했다는 목소리도 높다. 집시법은 그간 시위 금지 요건에 대해 국가의 자의적 판단을 줄여오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1980년 전두환 군사정권은 ‘현저히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등으로 매우 추상화된 집회 금지 요건을 규정했다. 이는 6월 항쟁 이후 노태우 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수정됐다.

“집회 원천 금지” 헌법 위에 선 경찰

판례에서도 ‘명백한 위협’을 판단할 때는 구체적인 잣대를 들이댔다. 2011년 헌법재판소는 경찰이 버스로 소위 ‘차벽’을 만들어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한 행태에 대해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었던 것으로는 볼 수 없다”며 부당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당시 헌재는 “일부 시민들이 서울광장 인근에서 불법적인 폭력행위를 저지른 바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차벽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 위험성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농의 집회를 금지한 경찰의 조치는 ‘집회 허가제’의 양상을 띠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그간 법원에선 다수의 판례를 통해 집회 신고제가 집회 허가제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했다. 2012년 4월 대법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시국선언 사건’을 다루면서 “집회의 자유가 가지는 헌법적 가치와 기능 등을 종합해 보면, 집회 신고는 집회 허가를 구하는 신청으로 변질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또 “신고하지 않는 집회의 경우라도 미신고란 이유만으로 이를 해산할 수는 없다”며 “이는 사실상 집회의 사전신고제를 허가제처럼 운용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라고 판시했다.

■민주노총 집회 강행키로

민주노총은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29일 성명을 내고 경찰이 집회를 금지할지라도 ‘12·5 2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경찰의 집회 원천금지는 독재시대에나 횡행했던 것”이라며 “경찰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라는 헌법상의 권리를 원천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민중총궐기 집회에는 가능한 한 최대 규모로 참석하고, 정부가 노동개악 발표를 가시화하고 12월 국회에서 노동개악 법안을 논의할 시 즉각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출국을 두고 긴장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현 정권은 대통령이 출국할 때마다 정책적, 물리적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대통령의 책임을 최소화하려고 했다”며 “조계사 침탈과 한상균 위원장 강제체포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한 위원장 체포를 시도하며 조계사를 침탈하면 즉각 총파업 및 총력투쟁에 돌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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