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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부르고뉴 (버건디), 보르도 (클라레), 와인 질문
비공개 조회수 6,964 작성일2018.02.26

레드와인 중에 당도나 알콜 도수 인위적으로 높이지 않은것, 허브나 향신료 첨가하지 않은 포도주가 있을까요?

이름이랑 판매 사이트 좀 알려주세요ㅠㅠ 

제가 알기로는 키안티,부르고뉴 (버건디), 보르도 (클라레) 이정도 라서ㅠㅠ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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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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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과실주 1위 분야에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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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꽤 긴 설명이 이어질텐데, 우선 결론부터 요약하고 시작하겠습니다.

- 아무 와인이나 구입하셔도 허브, 향신료는 첨가되어있지 않습니다.
- 이탈리아의 아마로네를 제외한 드라이 레드를 구입하신다면 인위적으로 당도를 높인 것은 없습니다.
- 포트, 셰리, 마데이라, 마르살라, 방 두 나튀렐을 제외하면 인위적으로 알콜을 첨가한 와인은 없습니다.
- 인공 냉동, 보당, 역삼투 여부를 일반 소비자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으므로 그냥 신경 끄시는 것이 속 편합니다.
- 소위 '내츄럴 와인(natural wine)'이라 불리는 와인들은 이런 인위성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다고 볼 수 있으나, 내츄럴 와인이라는 말 자체가 정확한 정의가 없으며 여기저기서 자기네들 편의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논하려면 책을 한 권 써야 할 정도라 상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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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허브, 향신료 첨가여부
와인은 거의 대부분이 허브나 향신료를 첨가하지 않습니다. 허브나 향신료를 첨가하는 것은 와인이라기보다는 혼성주이며, 극히 일부의 가향 와인 (flavoured wine) 이 있긴 합니다만 시중에서 찾아보기 매우 어렵습니다. 와인 샵에서 와인을 눈감고 아무거나 하나 집어들었을 때 그것이 가향 와인일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2] 당도를 인위적으로 높이지 않은 것
기준이 조금 애매모호 합니다. 포도를 서까래에 매달거나 멍석위에 널어놓고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말려서 과즙을 농축시켜 만드는 스트로 와인(straw wine)이라는 종류의 당도 높은 와인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제조법을 아파시멘토(appassimento)라고 하고, 이 방법을 써서 만든 와인이 파시토, 빈 산토, 레치오토 등입니다. 이탈리아 외의 국가에서도 독일에서는 슈트로바인, 체코에서는 레도베 비노, 프랑스에서는 방 드 파이으라 하여 말려 만드는 와인이 있죠.

설탕을 더 집어넣거나 한 것은 아니며 원래 포도 자체가 갖고 있던 당분은 그대로 놓고 여분의 수분만 제거한 것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말리는 것은 확실히 인위적으로 사람이 당도를 높인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귀부 와인이나 아이스바인은 인위적인 것이라고 봐야 할까요, 아닐까요?

귀부화 작용이나 겨울에 포도가 얼어붙는 것은 자연의 작용에 의한 것이지만, 귀부화된 포도알을 골라서 수확하는 것이나 겨울이 올 때까지 포도를 수확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은 사람의 선택입니다. 이것을 자연적인 것으로 볼 것인지, 인위적인 것으로 볼 것인지는 기준이 조금 애매모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가면 복잡해집니다. 아이스바인도 겨울에 자연적으로 얼게하여 만드는 것이 있는 반면 신대륙의 저렴한 아이스 와인은 수확한 포도를 냉동고에 넣어 얼려서 만듭니다. 심지어 귀부 와인의 경우도 프랑스 소테른 지방에서는 이런 냉동 농축기를 도입한 양조장들이 여럿 있습니다. 최고급 귀부 와인을 생산하는 양조장인데도 이런 기계를 쓸 때가 있죠. 이 기계를 항상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비가 많이 왔던 해에 포도가 물을 많이 머금어 맛이 묽어졌을 때 여분의 수분을 제거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만, 어쨌던 인위적으로 당도를 높인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소테른 어느 생산자도 이런 장비를 도입했다는 것을 대놓고 말하는 곳은 없으며 쉬쉬해 가며 쓰고 있고, 일반 소비자는 이런 장비의 사용 여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화이트 와인에서는 냉동 농축기가 쓰이지만, 레드의 경우는 역삼투(reverse osmosis) 장비라는 최신 기기를 사용해서 수분만 제거하고 과즙을 농축시키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면 진한 맛의 와인을 만들 수 있지요. 하지만 이것 역시 역삼투 장비를 썼노라고 대놓고 말하는 양조장은 한 곳도 없을 겁니다. 일반 소비자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한 편, 저렴한 스위트 와인으로 대표적인 것이 모스카토 다스티인데, 이것은 당도를 인위적으로 '농축시키는 방법으로 높이지'는 않았지만 당분이 발효에 의해 알콜로 완전히 전환되기 전에 고의적으로 발효를 중단시켜 잔류 당분을 남긴 것입니다. 이런 것은 '인위적'인 것으로 봐야 할까요? 아닐까요?

여튼, 이 글에서는 이것도 인위적인 것이라고 본다면 위에 말씀드린 와인들은 제외시켜야 할 것입니다. 이상에서 언급드린 와인들은 극히 특수한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거의 모두가 화이트 와인이므로 질문자분은 (레드 와인을 질문하셨으니) 다행스럽게도 신경 안쓰셔도 되겠습니다.

레드 와인중에서는 이탈리아의 아마로네, 레치오토가 아파시멘토 공법을 쓰므로 제외고, 산토중에 레드 품종으로 양조하는 특수품이 간혹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거의 입수가 불가능한 품목입니다. 오스트리아 귀부 와인중 레드 품종으로 양조하는 로제 귀부 와인이 존재하나 역시 특수한 제품이라 일반적으로는 구하기 어렵습니다.

[3] 알콜을 인위적으로 높이지 않은 것
주정강화 와인 종류는 발효중에 주정(에탄올)을 추가로 투입하여 알콜 도수를 올린 것이므로 모두 제외입니다. 대표적으로 포르투갈의 포트 와인, 마데이라, 스페인의 셰리, 이탈리아의 마르살라, 프랑스의 방 두 나튀렐 등이 있습니다.

알콜을 추가적으로 붓지 않더라도, 당도가 떨어지는 포도과즙에 설탕을 추가해서 알콜 도수를 올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것을 보당(당분을 보충함)이라고 하며, 이를 고안한 프랑스의 화학자 장 뤽 샵탈의 이름을 따서 샵탈화(Chaptalization)라고도 부릅니다. 이 설탕은 단 맛을 낼 목적이 아니라 발효과정에서 효모의 식량(?)을 제공하여 알콜 도수를 올리는 것이 목적이므로 과도한 양을 투입해서는 안되고, 계산에 의해 제한된 양만들 투입해야 합니다. 지나치게 설탕을 많이 부으면 (가정에서 만드는 포도주가 이런 경우) 발효가 미처 안된 설탕이 남아 단 맛이 나게 됩니다.

문제는, 보당을 했는지 안 했는지 일반 소비자가 알 방법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독일 와인의 경우 프래디캇츠바인(Pradikatswein)급 이상 - 즉 카비넷 이상 - 에서는 보당이 금지되지만, 그 아랫급 와인에서는 허용됩니다. 프랑스의 경우 AOC(원산지)에 따라 이것이 허용되는 지방이 있고 아닌 지방이 있습니다. 부르고뉴 지방의 경우는 최고급인 그랑 크뤼(Grand Cru)급에서도 보당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뭐, 많이는 안하고 알콜 1~2도 정도 이내에서 보당하는 정도지만요.) 그리고 기후가 좋았던 해에는 보당을 안하지만 날이 흐리고 비가 많았던 해에는 보당을 하기도 하고요. 상세히 들어가면 case-by-case로 복잡해지고 일반 소비자가 이것을 모두 파악하고 먹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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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길게 썼습니다만, 서두에 썼던 결론 요약을 다시 한 번 쓰면서 글을 맺겠습니다.

- 아무 와인이나 구입하셔도 허브, 향신료는 첨가되어있지 않습니다.
- 이탈리아의 아마로네를 제외한 드라이 레드를 구입하신다면 인위적으로 당도를 높인 것은 없습니다.
- 포트, 셰리, 마데이라, 마르살라, 방 두 나튀렐을 제외하면 인위적으로 알콜을 첨가한 와인은 없습니다.
- 인공 냉동, 보당, 역삼투 여부를 일반 소비자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으므로 그냥 신경 끄시는 것이 속 편합니다.
- 소위 '내츄럴 와인(natural wine)'이라 불리는 와인들은 이런 인위성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다고 볼 수 있으나, 내츄럴 와인이라는 말 자체가 정확한 정의가 없으며 여기저기서 자기네들 편의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논하려면 책을 한 권 써야 할 정도라 상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2018.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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