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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Sep 30. 2016

- 적악산(치악산 가는 길에서)

- 적악산(치악산 가는 길에서)


                                                               시. 갈대의 철학


태양이 숲 속 사이로 비추고
정열은 그 빛으로

열정의 땀 한 방울을 만든다

치마 바우 곁을 지나는
빛바랜 바위의

그을림에 녹아내린 땀방울은

머리를 적시고
찌든 더위에 이마의 미간 사이로
계곡의 협곡을 지난다

그 뒤에 또 다른 새벽이슬 마냥
말똥구리처럼 굴리다 굴러 내려온
커다란 땀방울은

이마의 갖은 협곡을 지나치기가 버거워서 인지
바로 눈으로 낙화된다

바닷가의 물길 속을 헤엄치듯

바닷물의 짠맛이 간간히 들어오는 것처럼

작은 땀 한 방울은

이내 곧 더위에 지친 목젖에
작은 생명수가 된다

그다음 갈래갈래 사잇길로 나 있는
화산의 심장부인 용암의 휴식처

두 쌍둥이 봉긋 솟은

화산 분출구를 스쳐 지날 때

온몸은 사시 떨듯이 경직되어  비로소 
마침내 작은 땀방울은 긴 계곡의 협곡을 지나고
숨은 비경들 사이사이로 먼 여정길에 도착하니

촉각의 끝의 한 방울이 마그마와 융합되어

전율과 동시에 몸서리 쳐진다.

잠시 후 잠깐의 그늘진 휴식처에

몽롱한 의식의 사바세계를 꿈꾸듯
이내 뜨겁던 땀방울은 식어서

오로라의 환희를 느낀다.

가다 서다 반복의 제자리에
늘 그곳은 미지의 세계였다

어느 한적한 길에 접어들었을 때
나를 반기는 것이 시원한 바람이었는데

그 바람에 땀방울은 한 번에 식어서
등골은 오싹하지만

새로운 오아시스가 되어
뜨겁던 갈증에

새 기운을 충전하기에 부족하지 않고

작은 땀 한 방울이 모여
개미들의 세상의 나래짓에
그대들에게는

이것보다 더 큰 험난한 세상이 없나니
이제는 큰 홍수의 계곡을 지나칠 뿐

내 인생은 누가 뭐래도 걷는 것이었다
주야장천 지칠 때까지

나의 빰에 흘러내린 땀이

꽤 짭짤하고 달콤하다
짧지 않은 혀로 양쪽을 누비며

핥아먹는 맛이 제법 진국이다

산이 높아야 높은 바람이 불고
계곡이 깊어야 깊은 샘이 솟듯이
물이 깊어야

배가 넓은 바다를 헤쳐나갈 수 있듯이

우리네 인생사도 땀 한 방울에서 시작된다


2016.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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