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꽃 사이 타오르는 햇살을 향하여
고요히 돌아가는 해바라기처럼
높고 아름다운 하늘을 받들어
그 속에 맑은 넋을 살게 하자.
가시밭길 넘어 그윽히 웃는 한 송이 꽃은
눈물의 이슬을 받아 핀다 하노니,
깊고 거룩한 세상을 우러르기에
삼가 육신의 괴로움도 ㉠달게 받으라.
┌ 괴로움에 짐짓 웃을 양이면
[A] 슬픔도 오히려 아름다운 것이,
| 고난을 사랑하는 이에게만이
└ 마음 나라의 [원광(圓光)]은 떠오른다.
푸른 하늘로 푸른 하늘로
항시 날아오르는 노고지리같이
맑고 아름다운 하늘을 받들어
그 속에 높은 넋을 살게 하자.
- 조지훈, 마음의 태양 -
(나)
겨울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 김남조, 설일(雪日) -
(다) 남녘 들판에 곡식이 ⓓ뜨겁게 익고
장대 같은 빗줄기 오랫동안 쏟아진 다음
남지나해의 회오리바람 세차게 불어와
여름내 흘린 땀과 곳곳에 쌓인 먼지
말끔히 씻어갈 때
앞산의 검푸른 숲이 짙은 숨결 뿜어내고
대추나무 우듬지**에 한두 개
누르스름한 이파리 생겨날 때
광복절이 어느새 지나가고
며칠 안 남은 여름방학을
아이들이 아쉬워할 때
한낮의 여치 노래 소리보다
저녁의 귀뚜라미 울음 소리 ⓔ더욱 커질 때
가을은 이미 곁에 와 있다
여름이라고 생각지 말자
아직도 늦여름이라고 고집하지 말자
이제는 [무엇]인가 거두어들일 때
- 김광규, 때 -
*이적진 : ‘이제까지는’의 방언.
*우듬지 : 나무의 꼭대기 줄기.
23. (가)의 [원광]과 (다)의 [무엇]의 공통적 기능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시상의 극적 전환을 유도하는 매개물이다.
② 시를 풀어 나가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③ 시적 화자의 지향점을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④ 시적 화자와 대상 간의 심리적 거리를 유지해 준다.
⑤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하여 시적 긴장을 높여 준다.
2004. 9.3이고,
답은 3번인데,
여기서 시를 풀어나가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게 좀 의문이 가네요.
지향점을 제시했으니 그렇게 볼 수 있지도 않나요..
또, 2번 같은 선택지가 적절해지는 시의 시어를 제시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답변자님,
정보를 공유해 주세요.
화자가 지향하고자 하는 지향점은
이야기의 목적이자 결론입니다.
실마리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단초이자 단서이지
그것 자체로 결론이 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다) 시를 생각해보면,
만약 질문자님의 말씀대로 [무엇] 이 실마리가 되려면
시의 초반부에 등장해야 됩니다.
왜냐면 실마리란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미끼, 떡밥인 것이죠.
하지만
마지막 행에서 드디어 시적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
즉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때" 를 인내하고 기다리면 얻게되는
최종적인 결론으로서 등장합니다.
물론 "지향점" 이란 단어의 뜻을 염두에 둔다면 "실마리" 라고 볼 수도!있겠죠.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질문의 내용이 "~가장 적절한 것은?" 이라고 물었기 때문에
밑줄친 두 단어, "원광/무엇" 은 실마리로서의 기능이 아닌,
"지향점" 을 드러내는 기능으로
더 알맞기 때문에 3번이 정답입니다.
2019.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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