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단 하나의 마스터피스를 위하여

스위스 매뉴펙처 워치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가 15년간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함께하는 이유.

프로필 by ELLE 2019.10.11
조알러리 101 페이유를 착용한 아만다 사이프리드.

조알러리 101 페이유를 착용한 아만다 사이프리드.

레드카펫에 나란히 선 니콜라스 홀트와 예거 르쿨트르 CEO 캐서린 레니에.

레드카펫에 나란히 선 니콜라스 홀트와 예거 르쿨트르 CEO 캐서린 레니에.

지난 8월 29일 김포를 떠나 약 10시간, 경유지를 거쳐 1시간 30분을 더 비행하고 난 후 이탈리아 베니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국적인 공기 한 모금으로 졸음을 쫓아내기 바쁘게, 곧바로 차량을 타고 항구로 이동. 다시 준비된 배를 타고 숙소가 있는 산 클레멘테 팰리스 켐핀스키(San Clemente Palace Kempinski) 호텔에 도착했다. 영화 속에서나 본 듯한 아담한 선착장에 내리니 널찍한 정원과 고풍스러운 호텔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쨍’하게 내리쬐는 햇볕을 손바닥으로 가려가며 정원 한편에 자리한 야외 레스토랑에 도착하니, 인종도 언어도 제각각인 사람들이 삼삼오오 식사를 즐기고 있었고 동행한 브랜드 담당자의 소개와 함께 3박 4일간의 판타스틱한 일정이 시작됐다.  
 
매년 8월 말이면 이탈리아의 평화로운 항구 도시 베니스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다. 11일간 열리는 ‘베니스국제영화제(Venice International Film Festival)’에 참석하기 위해 전 세계의 영화 관계자와 셀러브리티, 기자, 관광객이 한데 모이는 것. 에디터 역시 영화제 레드 카펫 행사에 초청받아 다양한 행사와 셀러브리티들을 취재하고 본선에 오른 영화를 관람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는데, 이 모두는 스위스를 대표하는 매뉴팩처 워치 브랜드이자 15년째 베니스국제영화제 공식 스폰서인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영화제와 시계 브랜드의 조합이라니 고개가 갸웃거려지지만 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살펴보면 금세 수긍이 간다. 먼저 베니스국제영화제는 1932년 7월 베니스 비엔날레의 일환으로 시작돼 1950년대에 아시아영화 발굴과 작품성 있는 영화의 참여 등으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게 됐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로, 주로 예술성 높은 작품을 초청하고 ‘전통과 새로운 지평의 조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칸영화제, 베를린영화제와 차별화된다. 한편, 예거 르쿨트르는 1833년 창립 이래 186년간 전설로 평가받는 독창적인 타임피스를 꾸준히 개발하며 워치 메이킹 전통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다. 시계에 쏟는 탁월함을 향한 탐구와 발명 정신이 있었기에 세계가 인정하는 워치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최고의 타임피스를 개발하고 보존하는 것이 예술성 높은 영화 한 편이 가지는 가치와 무엇이 다를까? 이런 의미에서 예거 르쿨트르는 여러 국제영화제 후원을 통해 영화 예술 분야의 보존과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예거 르쿨트르는 다양한 방법으로 영화제에 참여한다. 메인 이벤트는 영화제 주최 측 디렉터가 선정한 영화제작자에게 ‘글로리 투 더 필름메이커(Glory to the Filmmaker)’라는 이름의 공로상을 수여하는데, 올해는 그리스 출신의 영화감독 코스타 가브라스(Costa Gavras)가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또 황금사자상 수상자와 여우주연상 및 남우주연상 수상자에게 특별 제작된 ‘리베르소’ 시계를 부상으로 제공한다. 매년 브랜드 홍보대사로 선정되는 배우들은 베니스에 초청돼 레드 카펫 참석부터 영화 관람 등 주요 이벤트에 참여하는 한편, 예거 르쿨트르에서 주체하는 갈라 디너와 애프터 파티 등을 통해 다양한 릴레이션십을 쌓아가고 있다. 이번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오프닝 레드 카펫을 찾은 인물은 배우 니콜라스 홀트. 그리고 8월 30일에 열린 갈라 디너에는 예거 르쿨트르 CEO 캐서린 레니에(Catherine Re′nier)와 니콜라스 홀트 외에도 영화 <맘마미아>의 주역 아만다 사이프리드, 중국 배우 니니, 이탈리아 배우 알레산드라 마스트로나르디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모인 게스트들이 자리를 빛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인터뷰 내내 편안하면서도 친절한 아우라를 풍긴 그녀는 배우와 가수, 모델, 성우 등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커리어를 발전시키는 독립적인 여성이자 따뜻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신의 영역에서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며 밝은 에너지로 주변을 밝히는 그녀가 예거 르쿨트르 프렌즈에 선정된 이유를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2019 글로리 투 더 필름 메이커 어워드’ 공로상을 수상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2019 글로리 투 더 필름 메이커 어워드’ 공로상을 수상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베니스에서 커튼 콜을 마친 ‘마스터 그랑 트래디션 투르비옹 셀레스트’. 총 24.7캐럿 상당, 478개의 다이아몬드가 장식된 ‘데즐링 랑데부 문’.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된 ‘랑데부 셀레스티얼’ 노던 라이트 에디션.
 

화려함과 명민함을 갖춘 뉴 컬렉션

아만다 사이프리드와의 만남 외에도 영화제 기간 중 공개된 예거 르쿨트르의 새로운 타임피스 또한 잊을 수 없는 감흥을 주었다. 애프터 파티 한편에 세워진 쇼룸은 별빛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연상시키는 환상적인 데커레이션으로 이목을 끌었다. 인류에게 시간을 측정하는 수단이 되어온 별과 행성에 대한 경의와 예거 르쿨트르의 보금자리인 스위스 발레 드 주에서 바라본 밤하늘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빛났던 제품은 ‘데즐링 랑데부 문’. 예거 르쿨트르의 상징적인 문페이즈 기능을 아름다운 형태로 담아내 여성의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표현한 제품으로, 다이아몬드의 차가운 광채에 핑크골드로 온기를 더하고 반짝이는 화이트 마더 오브 펄을 세팅해 고요하고 아름다운 밤하늘을 재현했다. 시계 케이스 주변에 두 개의 동심원을 이루는 108개의 다이아몬드 세팅과 외부 링에 젬스톤 36개를 클로(또는 그리프) 세팅하여 공기처럼 가볍지만 눈부신 반짝임을 선사한다. 데즐링 랑데부 문이 스페셜 워치라면, 새롭게 재해석한 두 가지 버전의 ‘랑데부 셀레스티얼’은 데일리 워치로 추천할 만하다. 각 18피스만 한정 생산되는 랑데부 셀레스티얼의 노던 라이트 에디션은 숙련된 보석 세팅과 핸드 페인팅이라는 두 가지 메티에 라르Ⓡ(Me′tiers RaresⓇ) 기술을 통합해서 만든 마더 오브 펄과 118개의 바게트 컷 사파이어를 그러데이션으로 세팅한 베젤로 특별함을 더했다. 특히 비대칭 구조의 디자인과 랑데부 컬렉션을 대표하는 곡선형 플로럴 숫자, 숙련된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채색한 오로라와 별자리가 새겨진 스카이 디스크는 회전하면 마치 오로라가 움직이는 것처럼 패턴이 조금씩 바뀌는 기술력이 숨어 있다. 또 기계식 오토매틱 무브먼트 예거 르쿨트르 칼리버 809/1이 내장돼 지구의 자전 주기인 23시간 56분 4초와 거의 유사한 속도로 별들이 자리한 디스크 카운터를 시계 방향으로 회전시키는 원리가 사용됐다. 남성 컬렉션 ‘마스터 그랑 트래디션 투르비옹 셀레스트’는 23시간 56분 4초마다 다이얼을 한 바퀴 도는 오비탈 플라잉 투르비옹을 통해 시간에 대한 색다른 관점을 준다. 북반구의 밤하늘이 펼쳐진 다이얼에는 관련 심볼이 장식된 외부 링 안에 자리한 조디악 캘린더의 별자리들을 감상할 수 있고, 플라잉 투르비옹 궤도 바로 옆에 장식된 작은 골드 마커는 매년 다이얼 주위를 회전하며 고대 조디악 캘린더 기준으로 현재 어느 시기에 해당하는지 알려준다. 여기에 어두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또 다른 디테일이 더해져 있는데, 수퍼-루미노바를 채운 인덱스와 별자리는 맑은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천체의 눈부신 광채를 떠올리게 한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만 영화는 만인이 보는 스크린에 올려지고, 시계는 누군가의 손목 위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법이다. 베니스국제영화제를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예술 작품에는 영역과 구분이 따로 없으며, 진정한 마스터피스를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끝없는 탐구와 노력만이 답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시간. 베니스에서 잊지 못할 출장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Credit

  • 에디터 장수영
  • 디자인 전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