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력이 쩔어서 그럽니다. 무한도전, 옛날부터 자막이 센스있고 재미있기로 유명하죠.
무한도전 자막을 김태호가 쓴다고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지만은, 방송을 보다보면 책임 PD가 자막을
직접 쓴다는 것쯤은 누구나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암묵적으로 암시되어 있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영상은 자막을 위한 소스에 불과하고 진짜 무한도전의 재미는 자막에서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한도전의 자막은 가히 파격적인 수준이었습니다. 무한도전의 전성기였던 2007년에는 아이돌 가수,
소녀팬, 빅재미,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 등과 같은 단어들과 急(급할 급)을 이용한
표현법 등이 유행하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쓰이기 시작했죠. 이렇게 온/오프라인으로 유행어와
트렌드를 창조해 냈던 과거의 무한도전과는 달리, 요즘 무한도전은 빙어왕 박명수니 무례 甲이니
인터넷 유행어를 오히려 따라가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약간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하여간 당시 무한도전의 파급력은 엄청났습니다. 2007년쯤을 전후로 거의 모든 예능 프로그램에 자막
애드리브 열풍이 불었다는 것쯤은 알고 계실겁니다. 허나, 요즘엔 김태호 PD는 자막에 직접 손대진
않습니다.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2007&article_id=59087 <-- 2009년 12월
21일자 김태호 인터뷰 참조
사실 이게 정상입니다. 편집이나 화면 연출 같은 것은 PD가 직접 할 여력은 없고 보통 후배들에게 맡기기
마련이죠. 인터뷰는 2009년 말에 나왔지만은, 김태호PD가 자막 작업에선 사실상 손을 땐 시기는 그보다
전인 2008년 말이라는 게 정설입니다. 정확히는 08년 10월의 서울 디자인 특집 2탄 - 자막의 수준이 가히
충격적으로 저질스럽게 변한 첫번째 사례 - 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2009년 초 봅슬레이 특집에서는 태호
PD가 아니라 제영제 PD가 자막 작업을 했다는 것이 확실하게 암시된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렇게
자막의 암울기가 2008년 10월부터 4~5개월 가량 지속되다가 (자막의 수준이 지나치게 낮다고 판단한
태호 PD가 보다못해 직접 자막을 맡은 걸로 추정되는 특집이 간간이 있습니다. 구체적 예로 에어로빅 3탄
지옥훈련 특집과 스머프가 등장하던 달력 특집, 그리고 춘향뎐 특집을 들 수 있겠구요) 2009년 3월 즈음
부터 많이 나아져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태호PD 인터뷰에 따르면 요즘에는 여러 연출자들이 합심하여
자막을 작업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도 태호PD가 혼자 작업하던 옛날만 못합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어쨌든 김태호 PD의 영향력과 인기가 대단한 이유는

1. 무한도전이라는 역사에 길이 남을 예능 프로그램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
2. 무한도전 타이틀을 달고 실행된 수많은 기부&공익 사업(ex_태안 도서관)의 중심에는 항상 그가 있기
    마련이다.
3. 과거 김태호 PD가 직접 자막을 넣던 시절 그의 필력에 감동하여 디시인사이드 무한도전 갤러리를
    중심으로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생겨났고, 아직까지도 김태호 PD 팬층의 대다수를 이룬다.
    (대한민국 커뮤니티 사이트 중 최강의 말빨을 자랑하고 아가리 파이팅에 능한 디시인들입니다.
    그들을 추종하게 만들 정도이면, 어지간히도 극강의 필력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 수 있죠.)
4. 뉴라이트 연합이 갠세이를 놓을 정도로 현 정부를 풍자하는 듯한 자막이 삽입된 바가 여러번 있고,
    09년 말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요소들이 여럿 삽입되어, 노무현을 추모하는 특집이
    아니냐는 평을 받은 '갱스 오브 뉴욕' 특집이 방송된 바 있다. 따라서 진보 성향을 가진 무한도전
    애청자들의 환심을 샀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이상 무한도전의 흔한 빠돌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