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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수순, 농업 보호ᆞ육성책부터 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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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수순, 농업 보호ᆞ육성책부터 마련을

입력
2019.09.06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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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15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미국산 제품 공개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15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미국산 제품 공개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5일 우리나라의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문제에 대해 “관계 부처와 다각적으로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포기를 염두에 둔 행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나라는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당시 농업 부문에 한해 WTO 개도국 지위를 주장해 수입 농산물에 대한 고율관세 및 국내 농산물에 대한 차별적 보조금 지급 등의 혜택을 누려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들이 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하라”는 입장을 낸 뒤, 개도국 지위 계속 주장 여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트럼프는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의 기준도 밝혔다. 기준은 OECD 회원 혹은 가입 절차를 진행 중인 국가, G20 회원국, 세계은행 분류 고소득 국가, 세계 무역량의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 등 네 가지다. 트럼프는 주로 중국을 겨냥하면서도 네 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하는 우리나라의 개도국 지위 문제도 직접 거론했다. 트럼프는 당시 “90일 이내(10월 23일까지)에 WTO가 이 문제와 관련한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미 무역대표부(USTR)가 이 국가들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중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이미 타이완 브라질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등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했다. 정부가 포기를 검토하는 배경 역시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서 개도국 지위를 계속 주장해도 미국의 반감만 살 뿐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내 농업에 미칠 영향이다. 우리나라가 대외무역협상에서 국내 농업 보호에 애를 써온 건 식량안보뿐 아니라, 당장 비교 열위인 국내 농업의 황폐화 우려 때문이었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외국산 수입쌀에 대한 관세를 낮춰야 하고, 농업보조금도 기존 1조4,900억원에서 8,000억원대로 낮춰야 한다. WTO 차원의 추가 무역협정이 이루어질 경우 더 심각한 피해도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는 전체 교역 차원의 손익만 따져 지위 포기를 결정할 게 아니라, 미세조정 방안과 함께 국내 농업에 대한 보호 및 육성책을 먼저 제시할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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